아름다운 상주 '경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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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상주 '경천대'
  • 이창희
  • 승인 2012.08.2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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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수풍물]하늘이 만든 비경

곶감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명이 경북 상주시다. 곶감이 있어 유명하지만 속리산, 경북대, 말체험학습장 등이 있어 더 유명하다. 그렇게 상주의 인지도는 독보적인데, 낙동강 제1경 경천대를 소개한다.

경상북도에 진입하면서 상주와 인연은 시작된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상주는 영남지방에서 경주 다음으로 큰 고을이었다. 경주와 상주 순으로 각 앞글자를 따와 '경상도'라는 명칭이 만들어진다. 

상주IC에서 빠져나오면 영남의 상징인 낙동강을 만난다. 상주시는 동쪽으로 낙동강, 서쪽으로 소백산맥이 위치해 동서로 상반된 지형을 가지고 있다. 경천대가 있는 상주시의 동쪽 부근은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발원해 점점 수량이 커진 낙동강이 젖줄의 면모를 드러낸다. 낙동강 외에도 여러 지류가 있어 충적토양으로 형성된 논이 발달했다. 상주시가 오랜 시간 영남의 중심부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좋은 조건이다.

경천대 국민관광지 입구에는 대형조형물이 세워져 알아보기 쉽다. 다섯 개 유리 구조물은 하늘을 손으로 떠받드는 손가락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경천대의 뜻과 상통한다. 입구 가까이 시원한 인공폭포가 있고 옆으로 정기룡 장군 동상이 서 있다. 정기룡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널리 알려진 명장으로, 이곳 경천대에서 젊었을 적 수련을 쌓았다고 한다. 동상 속 정기룡 장군이 타고 있는 말 역시 경천대 부근 '용소'에서 출현했다고 전해지는 신비의 대상이다.

경천대는 '국민관광지' 또는 '낙동강 제1경'보다 원래 이곳의 이름과 그 뜻으로 설명하는 게 더 와 닿는다. 원래 이름은 '자천대'이며 뜻은 '하늘이 스스로 만든 경치'로 풀이된다. 어떤 경치가 있기에 하늘이 만들었다는 것일까. 이에 사람들은 기암절벽, 낙동강, 소나무숲이 한데 어울려 절경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민관광지 중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길이 많다. 경천대를 중심으로 조성된 국민관광지는 높지 않은 곳의 전망대, 아기자기한 산책길 등으로 가벼운 나들이에 제격이다. 또한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는 코스와 4대강 종주 자전거길이 동시에 갖춰져 특히 자전거 여행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 저곳을 걷다 보면 우담 채득기 선생의 슬픔과 한이 깔린 경천대와 무우정을 만난다.

목교를 건너 정자형 쉼터를 지나면 무우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우정은 낙동강을 굽어보는 절벽에 세워진 정자다. 병자호란이 일어난 후, 청나라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볼모로 끌고 갔다. 이때 함께 따라가 고생을 했던 사람 중 한명이 채득기 선생이다. 훗날 채득기 선생은 모든 관직을 마다하고 이곳에 내려와 은거하며 학문을 닦았다.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 정자 '무우정'이 바로 채득기 선생이 머물며 마음을 다스린 곳이다. 이후 무우정은 상주에 살던 선비들의 모임 장소로 애용됐으며, 여러 문객이 자주 들르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무우정 가까이 경천대가 있다. 낙동강 주위를 조망하기 좋은 최적의 위치이다. 바위를 돌면서 오르자 낙동강 제1경이 펼쳐진다. 이와 동시에 자천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도 가슴에 와 닿는다. 천년만년을 흘러왔을 낙동강, 어머니의 두 팔처럼 넓게 흐르는 모습이 참 포근하다. 낙동강 1,300리, 논에 물을 대고, 공장에 쓰이고, 식수로 사용되고 끝내 바다에 이를 것이다.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의 '경천대비' 비석 앞에서 무우정을 포함해 근방을 둘러본다. 그리 넓지 않은 이 터에서 세상을 등진 채, 낙동강과 마주하며 자연에 몸을 맡겼을 채석기 선생이 그려진다. 많은 후세인이 이곳을 거쳐 가며 경천대비를 보고 갔을 것이고, 자천대는 자연스레 경천대로 바꿔 불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또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여기서 지냈다고 하니 하늘과 인연이 참 많은 곳이구나 싶다. 경천대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MBC 드라마 '상도'가 촬영됐던 세트장이 있다.

가까이 정기룡 장군의 말이 나왔다는 '용소'를 볼 수 있다. 내려다 보이던 낙동강이 이곳에서는 또 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가뭄 때문에 기우제를 지내는 농민의 마음을 하늘만 들었겠는가. 경천대 아래에서 흐르고 있던 낙동강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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