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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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 황명숙
  • 승인 2012.09.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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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무더위가 지나가고 통과의례처럼 태풍이 지나갔다. 처서가 지나면서 날씨는 마술처럼 가을의 향기와 바람으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고 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대입 수시 지원 시기가 되었다. 수시1차를 시작으로 수시2차와 3차까지 수능전후로 수시 지원이 지속될 것이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30곳과 재정지원 제한 및 학자금대출제한 대학 13곳이 1일 발표됨으로써 여기에 선정된 대학들은 부실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수시 지원시기와 겹치면서 선정된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런데 평가지표에서 취업률(20%)과 재학생 충원률(30%) 비중이 가장 높다. 학사관리와 교육과정 비중은 지난해 5%에서 10%로 늘렸다고 한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고교 졸업자가 올해 64만명에서 2018년에는 55만명, 2024년에는 39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는 대학 구조조정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지원금을 끊고 신입생 지원율을 줄여 대학 스스로 개선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이다.

평가 지표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대학의 본질인 진리와 상아탑과는 많은 괴리가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1088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은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인데, 'universitas'라는 대학어원에서 살펴보면 '모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2세기 창설된 이탈리아 살레르노 대학(의학), 볼로냐 대학(법학), 프랑스 대학을 최초의 대학이라고 본다. 이 시절에 대학의 역할은 인류의 발전을 위한 진리 탐구와 사회 구성원의 공통 이념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서울대 교훈도 'Veritas lux mea'인데,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의미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대학의 평가 지표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래서 평가 방식의 문제는 취업률을 평가에서 가장 비중 있게 보는 것이다. 취업은 대학에서 해야 할 최소한의 서비스라는 판단은 옳지만, 사회문제의 책임을 교육기관에 두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의 평가 지표를 취업률과 동시에 창업률도 같이 두며 재학생 충원률뿐만 아니라,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얼마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을 했느냐보다는 입학 시보다는 실력을 탄탄히 갖춘 인재들을 얼마나 배출했냐로 대학 평가를 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창의성과 독창성이 중요한 시대이고 한 분야 지식만 섭렵하는 것보다는 넓게 지식을 파는 '통섭형 인재'가 더 필요하다. 지식을 쌓는 게 '혁신 엔진'으로 사회와 인류에 영향을 줄 것이다.

경쟁과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협동이 중요한 만큼, 협동심이 있는 인재와 도전 정신이 있는 인재를 많이 배출한 대학이 우수한 대학이라고 우리 시각을 바꾸어야 세계 대학과의 경쟁에서 우리 대학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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