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에서 돌고래가 물을 만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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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에서 돌고래가 물을 만난 듯하다"
  • 이장열
  • 승인 2013.09.13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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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톡톡인터뷰](5) 남동문화예술회관 박은희 관장

 
지난 17일(월) 오전 비가 오는 날. 남동문화예술회관 관장실에는 CC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모니터로 문화예술회관 곳곳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남동문화예술회관 박은희 관장(60)을 만났다. 비가 오는 날 문화예술회관 '돌고래'는 지느러미를 힘차게 당기면서 공중으로 몸을 날려 인천 바다 내음이 나는 송도로 머리를 돌리는 듯했다.
 
그런데 바다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내 돌고래는 숨을 죽이고 문화예술회관 꼭대기에 올라 앉았다. 돌고래 꼬리 부분, 그 아래에서 박 관장과 마주 앉았다.
 
박 관장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74학번이다. 집안 반대로 연극영화학과에 곧장 입학하지 못했다. 집안을 설득한 뒤 또래보다 2년 뒤 입학한다. 그는 연극영화학과에서 교직이수가 가능하다고 설득해 입학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래 전 이야기다.
 
박 관장은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태어나 중구 답동 신흥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녔다. 어릴 적에 '지구표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리고, 답동에서 뛰어 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는 중앙대 졸업반 때 당시 예술대 학장으로 있던 소설가이자 평론가 김동리 추천으로 교사가 될 뻔했다. 김동리가 누구인가! 우리나라 문협 정통파 1인자가 아닌가.
 
그러나 졸업 뒤 그는 문화방송 PD로 갔다. 그런데 음악 프로를 담당하는 바람에 그의 말대로 때려치웠다. 하고 싶은 드라마 제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 미국과 영국에서 이른바 '교육연극'(Theatre-in-Education. TIE)을 배웠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부하고 온 이 교육연극 분야에서는 이른바 '정통파'다. 박 관장은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1999-2003)으로 일한 바 있다.
 
인터뷰는 관장실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50분까지 이뤄졌다. 인터뷰 내내 비가 쉬지도 않고 내렸다. 특히 박 관장은 비오는 날 신경을 더 쓰는 모양이다. CCTV에 눈길이 유독 많이 갔다. 비가 와서 돌고래가 지붕을 뚫고 바다로 날아가는 게 못내 두려운 듯 보였다.
 
공사 감독관으로 일을 시작

-개관 뒤 무슨 일에 집중하셨나요

개관 뒤 보수작업에 치중했다. 시쳇말로 공사감독으로 반년을 보낸 느낌이다. 정식 개관은 2011년 11월 17일이었다. 개관 전에 관장으로 부임했다. 문화회관 소유권 이전 등기는 ㈜한화에서 10월 30일자로 남동구로 넘어왔다.
 
그래서 부임해서 사무실과 관장실 두 곳 공간만 우선 한화에서 열어줬다. 당시 한화에서 고용된 경비업체 관리 속에서 소유권 이전할 때까지 더부살이로 개관을 준비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에 비가 많이 왔다. 곳곳을 들여다 살펴보니, 물이 줄줄 새 내렸다. 회관 곳곳을 다니며 못질할 곳, 망치질할 곳 등을 찾아내 공사 감독, 수리공으로서 일을 했다고 보면 된다.
 
보수공사도 초대 관장

-힘들지 않았나요

원래 연극판에서 몸과 마음을 혹독하게 단련 받았던 게 큰 힘이었다. 연극을 준비하는 것은 '생노동'이다 연극 무대를 꾸밀 때 연장을 들고 이리저리 무대 위에서 못질도 하고, 짐을 나르고, 포스터를 붙이고, 조명등을 설치하는 데 조수 노릇까지 한다. 연극 무대 설치 경험 등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뒤로 물러서지 않은 이유다.
 
사실 비가 새고 있는 관장실에 앉아 시설물 도면을 펼쳐놓고, 비가 새는 곳곳을 점검하는 자신을 보고 "뭐하나" 싶은 때도 있었다. 연극판에서 단련된 마음가짐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도망갔을 듯 싶다.
 
문화예술회관을 더 나은 상태에서 예술감독 시선으로 보수하는 것도 초대 관장 몫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이제 보수는 완료되었다. 팔 벗고 나서 보수하는 게 더욱 예술적이지 않나. 현재 보강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소래극장 '음악홀'최상의 연주 공간으로

-보강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개관 뒤 보수공사는 한화 경비로 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장비와 시설 보강계획에 따라 조명과 음향 등을 남동구 예산으로 완료했다.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빼어난 공간은 '음악홀'이다. 연주를 하면 그 울림이 남다른 평가를 받는다. 연주자들이 와서 그 울림에 놀라움을 드러낼 정도이다. 그래서 인천에서 가장 훌륭한 연주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이 공간에 맞는 악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훌륭한 공연장과 걸맞는 피아노가 필요했고, 올해 독일 명품 피아노브랜드 스타인웨이-D274을 마련했다. 피아노를 구입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저렴한 피아노를 구입해서 예산을 줄이고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음악홀의 공간 이점을 살리고, 남동구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결론은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제공하는 게 옳다는 판단에서 스타인웨이-D274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간단명료 - 남동구에서 쉽게 접할 없는 문화 제공

-운영 방향은

현재 남동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접근성이 매우 어려운 지역이다. 그래서 작년부터 줄기차게 버스 노선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예술회관 앞에 M6410(강남역), 1310(서울역)이 정차한다.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작년에 비해 지금은 버스노선이 많이 생겼다. 51A, 51B 순환버스, 16-1 간선형, 905 급행간선 등도 예술회관 인근까지 들어온다.
 
남동문화예술회관 운영 방침은 간단하다. 주민센터와 인근 학원에서 하는 프로그램과 겹치지 않는 것을 찾아내서 남동구민들에게 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남동문화예술회관에서 남동구 주민을 대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했다. 남동구 주민들은 취미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프로그램에 담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지만, 시민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서 제공할 것이다. 학원과 주민센터에서 접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남동문화예술회관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남동문화예술회관에는 제비, 소래, 달맞이, 뻐꾸기, 고도가 산다

-공간마다 이름이 특이하던데

처음 관장으로 부임하니 각 공간 명칭이 행정 용어로 규정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공연장, 다목적홀, 주연분장실, 하역장 등의 이름이다. 공연 예술에 대해 잘 몰라서 나온 용어들이라서 이름을 바뀌 부르기로 했다.
 
3층 다목적홀은 '스튜디오 제비'(객석194석), 2층 공연장은 '소래극장 2층', 1층 공연장은 '소래극장 1층', 주연분장실은 '분장실'로 모두 뜯어 고쳤다.
 
나머지 공간도 그냥 두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름 짓기를 시작했다. '달맞이터', '모퉁이 골몰길 뻐꾸기 둥지', '고도(Godot)의 뜰, 희망의 뜰', '갤러리 화.소'와 '공연예술카데미'(강의실 3개)로 명명했다. 자투리 공간을 그냥 두기 아깝다는 생각에서 이름을 지은 것이다.
 
기자는 박 관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돌고래 몸 속을 빠져 나왔다. 돌고래 꼬리부분으로 나오는 차 안에서 돌고래 형상의 남동문화예술회관을 바라다 보았다.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작년에 물과 싸운 박은희 관장. 올해는 물을 만난 듯 남동문화예술회관 돌고래 지느러미에서 미동이 감지된다. 환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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