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구성원, '건학 정신'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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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구성원, '건학 정신' 되새길 때
  • 김도현
  • 승인 2012.09.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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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김도현 / 인하대총동창회 상근 부회장


잘 알려진대로 인하대는 인천의 '인'(仁)자와 하와이의 '하'(荷)자 앞 글자를 따서 학교이름을 '인하'(仁荷)로 지었다. 인천과 이역만리인 하와이가 절묘하게 조합된 까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민사를 펼쳐봐야 한다.

110년 전인 1902년 12월 22일 인천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우리나라 첫 이민자들은 제물포에서 배를 타고 목포와 부산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항에 도착한 후, 신체검사에 통과한 102명이 출항하여 1903년 1월 하와이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후에도 이민은 계속 이어져 1905년까지 무려 7천 400여 명이 하와이에 정주하였다.

이들 이민 1세대는 생소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회와 학교를 세워 힘을 키웠으며, 일제에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독립공채'를 사서 임시정부에 보냈다. 이뿐만 아니라 하와이에서 군사훈련을 하며 국토 수복을 꿈꾸기도 했다.

광복 후 이민자들은 어렵게 되찾은 국권을 다시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함을 절실히 느꼈고, 그 방법으로 모국에 공과대학을 세워 공업입국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이승만 박사가 설립한 한인기독학원 부지 매각 대금을 '인하공과대학(현 인하대학교)' 건립 종자금으로 쾌척하였다. 그들이 떠나온 인천에 공과대학을 세워 교육으로 나라와 겨레를 구할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을 나타낸 것이었다.

하와이 이주민들의 기탁 소식을 전해들은 국민들도 한 푼 두 푼 돈을 갹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무원들은 월급의 5%를 내놨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박사는 인천시에 지시하여 하와이 이주민들이 출국했던 인천 용현동의 땅을 학교 부지로 내주게 했다.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하와이 동포들이 종잣돈을 내놓고, 이에다가 민-관이 헌금을 내고 인천시가 기부한 땅으로 세워진 학교가 바로 민족사학 인하대인 것이다.

1954년 개교식은 설립자 이승만 박사를 비롯한 국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공업입국 의지를 다지면서 성대히 치러졌다. 이처럼 학교 건학의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한 것은 건학 과정과 건학 이념이 바로 인하대가 지켜왔던 가치이자 앞으로 인하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격동의 대한민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하대도 인하의 뿌리 찾기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뒤늦게나마 1997년부터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하와이역사문화탐방단'을 꾸려 뿌리찾기에 나선 것도 미래를 향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하와이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김창원 회장은 인하대에 장학기금 20만 달러를 쾌척했다. 김 회장은 하와이 이민 1세대였던 인천 출신 부모를 따라 하와이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모두 작고한 현재, 김 회장은 이민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하와이주립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 굴지의 엔지니어링 컨설팅업체인 R.M. 토윌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장직까지 올랐으며, 현재 하와이와 한국에서 활동 중인 종합건설 엔지니어링 앰코(AMKORE A&E)를 창업했다. 하와이에서 동지회를 이끌었으며 하와이주립대 총동창회장과 재단이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인하대에 장학기금을 기부한 연유는 설립 당시의 창학정신을 되새겨 세계적인 인재를 육영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2014년은 역사적인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이지만, 인하대 또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반세기를 넘어 '건학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하대는 지역사회와 그리고 대한민국, 하와이동포를 비롯한 세계의 한인들에게 답을 내놓을 때가 됐다. 애국애족정신이 깃든 건학이념을 배경으로 지역사회의 중심대학으로 우뚝 서야 함은 물론, 길러낸 인재들이 대한민국과 세계에 인류공영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하대 구성원들이 다시 한 번 건학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이것이 인하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

김도현님은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인하대에서 수학했다. 유도8단으로 지역 체육계에서 역할을 했고,인하대 교직원으로 30여년 근무한 후 현재 인하대학교 총동창회 상근 부회장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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