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더 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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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더 외로운 사람들
  • 김기범
  • 승인 2012.09.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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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김기범 / 남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추석에는 할 이야기가 많다. 고향 가는 표를 사려고 밤새도록 기다리는 이야기, 날씨에 대한 이야기, 성묘 이야기, 한가위를 맞아 달을 보며 소원을 빌러 나온 시민들의 이야기,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왠지 풍성하고 여유로워지는 다정한 이야기가 나오는 날, 바로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다.

고향을 찾는 발걸음, 가족을 기다리는 고향집, 아무리 고속도로가 붐벼도 가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설렘으로 가득한 날이 이 날일 터이다. 고향집에 도착해 부모님께 인사하고 가족들을 만나고 고향 웃어른들을 만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정을 확인하는 날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이렇게 좋은 날을 보내고 있을 때 더 외로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고향에 갈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외국인근로자는 60만 명을 넘었다. 그들은 대부분 아시아에서 왔는데, 긴긴 휴일동안 한국에 와 있는 근로자들끼리 추석날 고향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아무도 없는 텅 빈 공장 한 켠에 있는 기숙사는 넓어 보이기만 하다.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에는 어느 정도 고향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있지만, 한국인 한 명도 없이 공장과 공단을 지키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타국이라는 것을 진하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명절 때면 텅 빈 공장만큼이나 비어버린 마음을 술로 채우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로 싸움을 하거나 칼부림을 해서 다쳤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자도 외국에 있을 때 추석을 보내기가 무척이나 쓸쓸했던 기억이 있다. 단번에 가족들이 살고 있는 한국 땅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으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것이 전부였다.

이번 추석에도 외로움이 절절해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있어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시작한 지 벌써 12년째. 지금은 수백명이 모여 함께 축구, 농구, 배드민턴과 함께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규모 있는 외국인체육대회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 들어와 문화를 배우고 언어를 배울 여유도 없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서 한국에 대해서 알 기회가 없다. 한가위는 설 명절과 함께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명절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국인 근로자로 온 사람들이 그들 나라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보면 아주 다양하고 훌륭한 사람도 많다. 단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궂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 나라에서 상류층인 사람들도 많다.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알릴 때 그들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세계에 알려질 수도 있다.

이번 추석은 다른 해에 비해서 연휴가 길다. 풍성한 한가위에 더 외로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번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이웃으로 되어서 그들과 함께 할 때 우리 마음도 넉넉해질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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