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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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 김도연
  • 승인 2010.04.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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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 세우고 해결책 마련하려면 '인식 변화' 절실
취재 : 김도연 기자

'백년대계'인 교육.
그러나 요즘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와 무관한 듯하다.
거의 매일 터져 나오는 교육계 비리 소식에 국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리 아이들이 해맑게 공부하고 뛰놀아야 하는 '교육의 현장'은 이미 구린내를 풍기며 오염된 지 오래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사회 전반에서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최근 전 서울시교육감의 비리 소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에 대해 곪을대로 곪은 것이 터진 것일 뿐, 상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는 지적이다.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고개들 끄덕이고 있다.
 
그만큼 교육계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지역에서든 나라에서든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며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교육계의 비리는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 비리',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인천지역 교육계도 국내 교육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정과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주 불거진 학교 급식 관련 학교장들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게 대다수 교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경찰은 학교 급식을 허가하는 대가로 급식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전·현직 교장들을 무더기로 조사하고 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8일 개발제한구역에 불법 건축물을 지어 학교 급식 관련 용도로 사용하면서 국가 보조금을 타내고, 학교장들에게는 급식 납품을 하게 해달라며 돈을 건넨 혐의로 급식 재료 납품업체 대표 이모(51)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2008년 말 인천 서구 백석동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2000여㎥ 땅에 학교 납품용 음식재료 보관창고를 짓기 위해 구청에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보관·판매하는 마을공동구판장을 짓겠다고 가짜 서류를 내 허가를 받은 혐의라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 결과 이씨는 관련법에 개발제한구역에는 개인사업장 건물을 지을 수 없지만 마을공동구판장은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을 영농대표들의 이름을 도용해 건축 서류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이어 마을공동구판장에 저온저장고를 설치하면 국가가 농업인 지원 정책에 따라 보조금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역시 가짜 서류를 만들어 구청에 냈으며, 구청 공무원 3명은 이를 알고도 묵인해 보조금 1억원을 받게 한 혐의도 밝혀졌다.

이씨는 이렇게 만든 급식 창고를 운영하면서 인천시내 초·중·고교 교장 47명에게 급식재료를 학교에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며 50만~100만원씩의 뇌물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교장 가운데 7명은 퇴직했으며, 40명은 현직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교장 가운데 3~4명은 이씨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부인하고 있는데다, 액수가 크지 않아 경찰에서 입건해 조사하는 대신 시교육청에서 다시 조사해 처리하도록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시교육청은 자체 조사를 벌이고, 혐의가 드러난 사람에게는 그 정도에 따라 주의나 경고 등의 경징계 또는 해임·파면 등의 중징계를 하게 된다.

인천지역의 한 교사는 "서울에서 있었던 교육 비리는 비단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고, 오히려 잘 터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전국적으로 만연한 고질적인 교육계의 부정과 비리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하위 수준인 인천시교육청 '청렴도'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발표한 공공기관별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인천시교육청은 종합청렴도 부문에서 16개 광역시도교육청 가운데 12위를 기록, 아주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민원인들이 평가한 외부청렴도 부문에서는 전체 13위로 더 떨어졌다. 그만큼 부정부패와 비리 등과 연관된 인천시교육청 관계 직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천지역 교육계 비리의 유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비리 유형은 인사문제와 학교시설 및 공사 등과 관련한 리베이트 문제, 그리고 불법 찬조금 등을 꼽을 수 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사 관련 금품수수 행위 사례로는 교감 승진을 앞두거나 교무부장 등 보직을 잘 받기 위해 학교장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 학교 회계직원이나 기간제교사 채용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교장공모제 선정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 등이다.
 
리베이트 수수 사례도 가지가지다. 학교 측에서 공사견적을 상향 조정해 제출하게 한 다음 공사비에서 식사비라도 제공해 달라며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 현장 학습관련 수련행사 업체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방과후학교 컴퓨터 수업권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는 행위 등 다양하다.
 
이밖에 학교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불법 찬조금을 모금하는 행위 등도 사례로 꼽힌다.
 
얼마 전 실시한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는 인천시교육청은 장학관 1명을 승진 임용하면서 관련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승진 가능범위에 포함할 수 없는 고등학교 교감의 장학관 전직 인원을 승진 예정 인원에 포함한 후 장학관으로 승진 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일로 교원인사과장과 장학관이 징계를 받았고 교육감, 부교육감, 교육국장, 교원인사과 장학사 등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
 
또 당시 감사에서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특별교실증축공사를 계약하면서 별개 공사임에도 교육환경개선공사를 맡아 진행하던 건설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교육장과 관리과장, 경리담당 등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교육계 전반에서 불거지고 있는 교육 비리와 인천지역 교육계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관련해 일선학교의 한 교사는 "교육계 현장에서는 '교육예산은 내 돈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팽배하다"며 "근본적으로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의 비리 예방책은?


교육위원회의 감시와 견제도 한계를 보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교육계가 인식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강조됐던 사항이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인천시교육위원회의 한 교육위원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해 실시된 교과부 감사에서 2008년 지방서기관을 특별임용하는 과정에서 부적정한 사례를 지적받아 지방서기관의 징계 조치를 추진 중에 있음에도, 올해 추경 예산에 해당 서기관을 위한 예산 2천만 원을 포함했다. 부적정한 임용에 대해 상급기관의 지적을 받았는데도 바로잡기는커녕 '배짱'을 부리며 오히려 도와주고 있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지적은 지적일 뿐이라는 안일한 사고가 여전히 팽배한 것이다.
 
이런 사고에서 비롯되는 인천시교육청의 부정부패에 대한 예방책은 어떨까?
 
인천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매년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청렴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올해에도 비위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2010년도 청렴인천교육 종합대책'을 세웠다. 또 이전과는 달리 올해는 취약 분야에 대해 TF팀을 꾸려 중점 관리하고 부조리 예방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담당장학관과 지역교육청 장학사, 일선 교사 등으로 구성된 현장학습관리, 학교운동부운영, 학교급식운영, 학원지도 점검 T/F팀이 각각 꾸려졌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매년 청렴종합대책을 세우지만, 청렴도는 2008년 4위에서 지난해 오히려 12위로 떨어졌다.
 
교육계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교육 비리도 비리 척결 차원에서 끝나서는 안 되고 제도적 개선이 선결되는 근본적이고 근원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나 교과부, 그리고 지역 교육청 등의 대책마련은 근원적이지 못하다. 이번에 불거진 장학사 임용비리로 대표되는 인사문제만 하더라도 그 근본 원인은 학교장이 되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장이 되려는 이유는 학교자율화 이후 더 강화한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학교장의 권한과 그 지위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문제 등의 교육 비리를 없애기 위해선 학교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학교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높여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고, 교육위원회나 시의회 등 시교육청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교육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교육계의 승진구조를 바꾸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근무평정이나 점수에 의한 승진구조로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계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곪은 상처는 뿌리부터 치료해야 한다는 말처럼 근본적인 부분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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