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 위탁기간은 복지사 안위기간?
상태바
복지시설 위탁기간은 복지사 안위기간?
  • 정서연
  • 승인 2012.10.10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칼럼] 정서연 / 서구노인문화센터장


얼마전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에서 한 '성명서'를 접했다. 제목은 '사회복지시설 위탁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조례개정을 환영한다'이다. 내용인즉, 서울시에서 사회복지시설의 위탁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한다는 내용이 본회의에서 심사하고 의결된 사항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지자체 조례개정이 반가웠다. 그러니 얼마나 반가웠으면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도 성명서까지 발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반가움 뒤에는 사뭇 씁쓸함이 맴돌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위탁기간 연장이라는 것만으로 현장 사회복지사들이 바라는 직장에 대해 안위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는 또다른 생각이 들었다.

최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예산이 자자체 몫으로 넘어오면서 지자체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운영지침을 내려주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제23조에 의하면, 위탁계약기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5년' 이내라는 숫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이를 시행규칙으로 묶어놓은 채 그림의 떡인 숫자로만 바라봐 왔다. 대부분이 2년에서 3년이며, 심지어 1년으로 위탁기간을 정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시 노인복지시설 위탁의 경우를 예를 들면 '인천시노인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6조(위탁협약 및 사용계약체결) ②항에 위탁기간은 3년으로 되어 있다.

상위법(사회복지사업법)이 있어도 각 지자체별로 별도 운영지침을 마련하다 보니 지자체 단체장 의지에 따라 위탁기관이 언제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는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시설 기관장인 경우 법인이 바뀌면 자동으로 그 위치를 상실하게 되는 당연한 결과를 가져온다. 시설 기관장도 보조금으로 급여를 받고 있는 실질적인 근로자일 뿐인데 말이다.

이는 사회복지사들의 고용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조금 더 과격한 표현을 하자면, 결국 위탁기간이 사회복지사들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고용보장 기간으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로 볼 때 5년이란 시간은 매우 짧다. 사회복지사 고용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에 해당되는 숫자에 불과하다. 평생을 사회복지사로서 생계유지를 해야 하는 현장 직업군으로서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 직업군이 사회복지사이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지침에는 분명히 나와 있는 정년의 나이(예를 들면 노인여가복지시설 종사자 : 60세)가 무색해질 만큼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게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심지어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법인과의 위탁관계를 파악하여 어떤 법인에서는 무기한계약직으로 해석하는 운영법인도 있다. 한마디로 애매한 운영지침으로 인하여 비정규직보호법으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직업군이 바로 사회복지사인 것이다.

한동안 사회복지사의 낮은 급여문제를 통하여 노동 양에 비해 받는 보수가 너무 적은 것을 이유로 사회복지사 처우문제개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던 적이 있다. 선배들의 이러한 처우문제개선 노력으로 사회복지사의 질적-양적 처우개선이 많은 부분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그 이면에는 지자체들의 짧은 위탁기간으로 인하여 재수탁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다수의 사회복지사들이 이직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고, 직장에 대한 고용불안으로 충실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불안요소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기 일쑤다. 실질적으로 사회복지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경력에 오른 사회복지사일수록 더욱 고용불안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됨을 알 수 있다.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해 사회복지현장에서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맘껏 프로그램을 펼쳐야 하는 사회복지사 처우가 과연 개선되고 있는 것인지? 현실을 직시하면서 고민할 때인 것 같다. 위탁기간 최소한의 5년이라는 숫자가 보장해 주는 데 만족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씁쓸함이 여기서 든다.

의식 있는 지자체들은 위의 성명서와 같이 위탁기간에 대한 조례개정 등을 통하여 최소한 사회복지사업법에 보장된 기간을 지키기 위해 조례개정을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위탁기간 연장 노력은 불과하고 사회복지시설의 예산까지 점점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사회복지예산은 전체적으로 늘고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복지사들이 맘 놓고 '클라이언트'를 위해 열정을 쏟으며 일해야 하는 현장에서 그 열정이 저임금의 낮은 처우가 아닌 또다른 이유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부분 후보들은 선거공략으로 '복지'를 화두로 삼는다. 과연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복지정책 안에 현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진정한 복리를 반영해 주고 있는 정책이 있는지는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할 문제이다.

위탁기간의 준수? 고용의 보장? 두 가지는 따로가 아닌 같이 묶여져야 하는 '1+1의' 숙제가 아닌가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