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습지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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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습지가 위험하다"
  • 이병기
  • 승인 2010.04.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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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습지보호지역 해제 추진 논란'


취재: 이병기 기자

'람사르 습지'로 지정할 예정이었던 인천시 옹진군 장봉도 습지보호지역이 한국수력원자력과 국토해양부의 인천만 조력발전 건설로 환경파괴의 우려를 안고 있다. 시민사회와 어민들은 조력발전 건설 철회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문화재청이 옹진군 굴업도 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한다고 밝힘에 따라 CJ가 추진하던 골프장과 리조트 개발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등 최근 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과는 지난 2008년부터 옹진군 장봉도 습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려 했으나 인천만조력발전을 추진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국토부 해양영토개발과와의 사업 중복으로 람사르 습지 지정을 중단했다.

이는 사실상 개발부서의 압력으로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약한 환경보존 부서의 사업이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국토부는 조력발전 건설을 위해 기존에 지정됐던 장봉도 습지보호지역의 해제를 추진해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인천만 조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5년 옹진군 장봉도 인근 지역에 조력발전 건설 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이전까지 TF팀으로 운영되던 것을 올 1월 '인천만사업팀'을 신설, 본격적인 조력발전 건설을 추진중이다.

인천만사업팀은 당초 3월께 장봉도 일대 지역에 대해 조력발전 건설을 위한 사전 환경성 조사를 국토부 해양영토개발과와 함께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다소 일정이 늦어진 상태다. 이는 환경파괴를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는 시민사회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응기 한국수력원자력 인천만사업팀 차장은 시민사회의 지적에 대해 "지금은 답변하기가 시기적으로 애매하다"라며 "우리 입장에는 코멘트가 없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력발전 건설을 놓고 국해부 해양영토개발과는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정희 국해부 해양영토개발과 담당은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은 국가사업이 아닌 민자사업(한국수력원자력)이다"라며 "다만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 용역을 같이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조력발전 건설에 대해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용역 자체가 친환경 개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라며 "환경영향평가 검토보고서에서 추가로 논의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람사르 습지 예정구역을 조력발전 건설로 파괴?


장봉도 습지보호구역의 람사르 습지 등록과 관련해 류현숙 국토부 해양보존과 주무관은 "2008년에 이곳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부서에서 인천만 조력사업을 알아 검토 과정에서 사업의 상충으로 보류하게 됐다"라며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에 환경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말했으나 담당자가 찾아와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갯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류현숙 주무관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9개 기준에 적합해야 하는데, 장봉도 습지보호구역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 등록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방향은 환경의 '보존'이기 때문에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 조약으로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라고 불린다. 전 세계 157개국이 동참하고 있는 람사르 협약은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성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2월까지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울주 무체치늪, 신안 장도습지, 전북 고창ㆍ부안갯벌을 포함해 총 14곳이 람사르 습지에 등록돼 있다. 2008년에는 경남 창원에서 람사라 협약의 당사국 총회인 '제10차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시민사회, 어민 "조력발전 건설 철회하라"

한국수력원자력과 국토해양부의 인천만 조력발전 건설과 관련해 시민사회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달 21일 '국토해양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발표하고 장봉도 습지보호지역 해제시 국토부 규탄투쟁을 벌이고 람사르 사무국에 내용을 알려 국제연대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국토해양부는 총사업비가 3조 9천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예정지가 장봉도 습지보호지역과 일부 겹치게 된다"며 "국해부는 '습지보전법 제10조에 언급한 대통령이 정하는 공익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습지보호지역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먹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3년 당시 국해부는 국내 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넓은 면적(68.4㎢)을 가진 장봉도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면서 이곳이 저어새 등 희귀철새가 도래서식하고 생물다양성이 뛰어나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또한 습지의 효율적 이용과 보호를 위해 람사르 습지 지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신재생에너지의 외피를 쓴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로 인해 이 모든 계획을 수포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조력발전 건설로 터전을 잃게 될 어민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3월 25일에는 강화와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어민들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함께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해양부의 조력발전소 건설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인천시가 대우건설과 추진하는 강화조력발전소와 국토해양부가 한국수력원자력, GS건설과 짜고 밀어붙이는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인천의 어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바다를 댐으로 막아 발전소를 지으려는 무모한 짓은 신재생 에너지가 아니라 재앙이고 저주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완근 옹진군 해양관리팀장은 "인천만 조력발전 건설 반대에 대해 어민들을 제외한 옹진군 전체적인 주민들의 여론은 아직까지 큰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우리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언론을 통해 조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듣고 당황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우리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광물체취허가권 등 채광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라며 "인천만 조력발전은 국토부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대응이 어렵지만, 어선업이나 김양식 등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계대책을 보장할 수 있도록 민원이 들어오면 전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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