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의학으로도 풀 수 없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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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의학으로도 풀 수 없는 숙제
  • 이화인
  • 승인 2012.11.18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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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이화인 교수/경인여자대학교 간호과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대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대중매체 속의 연예인 만큼이나 예쁜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눈에 띄게 예쁜 외모를 가진 아이들도 있고, 평범한 외모였던 것 같은데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아이들도 있고, 또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나는 아이들도 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같은 반 아이 중에 누가 예쁘다거나 취업 시 외모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 하거나 혹은 간단한 시술이나 성형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된다. 외모에 관심이 별로 없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외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한 학생의 말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여러 예를 들어 이야기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다. 1~2년 전쯤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비비크림을 사서 면회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짝 놀랐던 적이 있는데, 필자가 만나는 이들은 여자가 많지만, 남자들도 비슷한 분위기임을 체감하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말. 외모보다는 인상이, 이미지가 더 중요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표현으로 해석을 해본다.

요즘은 타고난 것인지, 관리나 의학적 힘을 통해서인지, 여타 다른 노력에 의해서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마흔 살에도 20, 30대로 보일만한 동안의 중년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을 비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함을 말하고 싶다. 얼짱과 동안, 예쁘고 잘생기고 날씬하고 몸매 좋은 사람이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되게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이미지는 생김새인 외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인상은 의학으로도 풀 수 없는 숙제이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외형에만 너무 치중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내면을 놓치게 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욕심을 갖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다보면, 자신이 가진 가능성보다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열등감에 빠져있게 되면, 내가 노력하기 보다는 남을 탓하다 보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얼굴에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

인생을 살다보면 기쁘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고, 늘 웃는 얼굴로 좋은 인상을 만들기도 어렵긴 하다. 힘든 삶을 살아와서 고된 표정이 굳어진 어린 학생들이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열심히 반듯하게 살려고 애쓰지만,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밖에 되지 않을지 안타까운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무표정하고 어두운 표정의 학생이 예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잔소리처럼, 입버릇처럼 할 수 밖에 없는 말을 한다. 웃지 않다보면 웃는 것이 어색해진다. 예쁘고 웃지 않는 아이와 평범하지만 웃는 인상의 아이 중 누가 더 이미지가 좋을까? 라고 되묻는다. 희망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반듯한 마음으로 내면을 가꾸고 밝은 표정을 만들며 웃다보면 웃을 일이 생길 것이라고,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자고 말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인형처럼 예쁘게 생긴 아이들만 예쁜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꾸어가며 서서히 빛을 발하는 아이들도, 무표정한 표정에서 조금씩 웃음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도, 모두가 텔레비전 속 어떤 미모의 연예인보다도 예쁜 아이들이다. 마더 테레사의 주름을 누가 늙고 초라하고 못생겼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만, 외모만 가꾸려고 애쓰지 않고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정직하고 따뜻한 인상을 가꾸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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