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영철로변 '걷고 싶은 거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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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영철로변 '걷고 싶은 거리' 유감
  • 도지성
  • 승인 2012.12.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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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도지성 / 서양화가



제주 올레길 이후, 전국이 걷기 열풍이다. 걷는다는 것은 느리게 산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에게 걷는 것은 휴식이고 힐링이다. 다행히 지방자치단체마다 둘레길을 조성해서 걷기 좋은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천에도 둘레길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걸어보진 못했다. 주로 변두리에 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아마도 휴일 날 시간을 따로 내야 될 듯싶다.

 언제부턴가 도시 안에도 ‘걷고 싶은 거리’가 만들어 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동구청에서 ‘창영 철로변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마쳤다고 해서, 설렘과 기대를 갖고 찾아갔다.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창영초등학교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지면 철로변 길이 나온다. 가끔 스페이스빔에 볼일 보러 갔다 나오는 길에 잠시 지나가는 곳이기도 한데 나무들과 골목의 작은집들이 정겨운 곳이다. 하지만 오늘 간 ‘걷고 싶은 거리’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공사전의 한적하고 정겨운 모습은 사라지고 어색하고 복잡한 거리로 변해 있었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기초적인 조형표현이 중요한데, 그것은 음악에서 대위법을 알고 작곡을해야 하는 것처럼 표현과 생략, 공간 구성과 원근법, 선과 색의 사용 등을 알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창영 철로변 걷고 싶은 거리’는 조형 표현면에서 낙제점이다. 첫째,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표현이 들어가서 복잡하다. 보행 길을 따로 만들고, 나무를 이중으로 심었다. 게다가 나무마다 나무보호용 돌덩어리(볼라드)를 배치하여 생긴 일이다. 둘째, 너무 작위적이다. 기존의 화단에 사각형의 그림전시용 사각구조물을 만들어 놓고 작은 그림들을 넣어 놓았는데 미술적으로 자연스런 표현이 아니다. 셋째, 그렇게 만들어야 할 동기나 맥락이 부족하다. 이미 그 주변에는 띠갤러리, 한점갤러리, 스페이스빔, 배다리사진갤러리 등이 있어 굳이 전시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도 아닌데, 2-3미터 간격으로 세워놓은 수많은 경광등과 17개나 되는 전시용 철제사각구조물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게다가 주변의 소박한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연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산다. 짧은 거리도 자동차같은 기계에 의존하다보니 자연을 보고 느낄 여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인간적인 것을 회복하는 것이기에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행정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지거나 리모델링되는 것은 예산을 낭비하고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는 화려한 쇼윈도가 있는 거리가, 어떤 이에게는 나무와 꽃이 있는 아름다운 길이, 또 어떤 이에게는 인문학을 논할 수 있는 카페가 있는 거리를 원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걷고 싶은 거리’는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리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행정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자연 발생적이어야 하며, 행정은 뒤에서 보조하고 지원하는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 지자체에서 좋은 의도로 만들어 질 때에도 전문가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어서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하여 만든 감천문화마을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유엔-해비탯 후쿠오카(福岡) 본부가 주관한 '2012 아시아 도시경관상'의 대상을 받은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앞집 뒷집을 가리지 않는 이색적인 계단식 집들과 미로 골목길 등 독특한 풍광을 그대로 간직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이 마을은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와 어울터가 있고, 마을 곳곳에 예술 공간과 예술 작품, 작은 박물관, 작은 미술관, 맛집, 포토 존, 다목적 광장을 설치하는 등 주민 참여형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창영철로변 걷고싶은 거리





감천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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