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착이 지나칠 정도일까?
상태바
내 집착이 지나칠 정도일까?
  • 황원준
  • 승인 2012.12.10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원준의 마음성형] 자신의 의지로 안 될 땐 전문적인 평가 받아야
 
40대 중년 부인의 얼굴이 50중반이 넘어 보였다. 그만큼 마음의 고통이 큰 나날을 보내온 듯했다. 얼굴도 매우 우울해 보이고 팔자 주름이 깊게 파여져 있다. 우울증으로 여러 병원에 치료 받은 적이 있다.
면담 결과를 보면, 어릴 때 성장 과정에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 틈바구니에서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아 왔다. 친정 아버지는 술주정, 폭력, 무능력, 바람기, 노름까지 못된 것은 다 가진 불량품 같은 분이었다. 친정 엄마는 혼자서 우리들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해왔으며, 엄마의 한숨을 자주 듣고 자랐다. 특히 친정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친정아버지가 걷어 차여서 유산되지 않을까 걱정과 불안이 심했다고 한다.
결혼도 원하지 않는 엄마를 닮아서 친정 엄마와 똑같은 팔자로 살고 있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이란다. 과거 성장 과정과 지금의 현실에 대한 원망을 아주 많이 하고 산다. 자신의 이런 모습에 대하여, 처해있는 환경에 대하여, 앞으로도 이렇게 밖에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모두가 부정적이다. 이런 생각들에 집착이 되어, 그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그런 남편을 버리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가 남편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너무 집착하기도 한다. 미움과 사랑이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은 애증관계이다. 그래서 이 부인은 남편밖에 없다고 하면서 하루 일과 중 거의 100%를 남편을 위해서 산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남편이 잠에서 깨어날까 조용히 일어나서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이 직장에 출근하고 나면 그 남편을 위한 저녁 준비한다. 쇼핑을 해도 나보다는 남편 옷만 사오고, 저녁이 돼도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런 아내의 모습을 좋아하는 남편이 얼마나 될까?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아내가 남편에게 100% 자신의 정신 에너지를 투자하면 반대로 남편도 자신에게 100% 되돌아 오기를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바란다. 산에 메아리가 되돌아 오기를 기대하고 ‘야호’를 외치듯이 말이다. 되돌아 온다는 느낌이 없으면 집착을 더 하게 되며 남편에게 관심을 주기를 요구한다. 이쯤 되면 한쪽은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다른 한쪽은 벗어나고 싶어한다. 아주 못된 남편의 경우에는 그런 아내를 이용하기도 한다. 버림 받을까 두려워하기에 종 부리듯 무시하며 대하거나 외도와 폭력을 일삼기도 하는 사례가 불행하게도 종종 있다.
현재 일어나는 일들로 인하여 과거 또는 남편과 연결지어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친정 아버지 또는 남편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친정 아버지 생각으로 미움, 원망, 복수심 등의 부정적 감정이 생긴다. 부정적 감정은 자율신경기능을 항진시킨다. 자율신경 조절장애로 인하여 두통, 현기증, 식은 땀, 심계항진, 혈압이 오르고, 소화 불량, 변비, 설사, 월경 불순, 근육통,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점차 만성화하면 이차적으로 우울증(depression) 또는 홧병(Hwa-byung), 심하면 의부증이나 의처증 등의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 형태의 정신병적 상태까지도 발전한다.
과거에 집착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앞으로도 남은 인생을 그렇게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생각이나 행동이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disorder)이며, 전문적인 평가 및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질병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인식(병식, insight)이 필요하고 환자를 이해하고 격려하고 정서적 지지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가족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사람이 내 주위에 없거나,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때 나는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편한가? 그 심리적 불편함 정도가 병적 수준이 되기 전에 스스로가 나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집착을 하고 있는지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