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각로 문화마을, 지난 1년 vs 앞으로 1년
상태바
우각로 문화마을, 지난 1년 vs 앞으로 1년
  • 민운기
  • 승인 2012.12.10 16: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종현 운영위원장
김종현 운영위원장

<인천in - 스페이스빔 '시각' 협약기사>

취재: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지난해부터 도원역 인근 숭의동 109번지 전도관(옛 알렌별장 터) 일대를 중심으로 ‘우각로 문화마을’ 사업을 시작하여 1년 만에 많은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재개발구역으로 확정된 곳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진행하면서 그 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진행했던 사업, 향후 비전과 더불어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김종현 운영위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우각로 문화마을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 동네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취지, 목적 등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이곳은 한국동란 이후 피난민들과, 지방에서 올라와 공장 등에 취업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동네로, 인천 사람들에게 ‘숭의동 109번지’ 하면 범죄가 많은 동네로 대변되는 이미지가 골목의 모습과 함께 남아 있습니다. 7년 전부터 재개발조합이 결성되어 대단지아파트로 재개발하려는 계획이 추진 중이지만 최근의 부동산경기와 맞물려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이지요. 마을 형성기에 살던 분들은 대부분 떠나고, 현재는 투자목적의 집주인들이 집만 사놓고 방치된 ‘공가’(空家)들이 30%가 넘는 상황에서 쓰레기, 노숙자, 청소년 범죄, 실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남구의제 회의에서 듣게 되어 예술가들에게는 거주 및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문화를 통한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취지로 2011년 11월부터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우각로 문화마을 내 '행복도서관'
 
말씀하신 대로 이곳은 현재 전도관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조합까지 설립된 단계인데, 당연히 알고 시작한 것이겠죠?
재개발 지역이라는 것은 인지했고, 진행 상황과 추이에 대해서도 내부적인 의견을 모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재개발 조합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우리의 활동은 재개발과는 무관하며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되면 철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세웠습니다만, 사업 초반에는 재개발 조합 측의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우각로 문화마을 사업 추진 주체 및 조직은 어떤가요? 예술인들도 빈집에 입주하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업추진주체는 “우각로 문화마을”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이구요. 조직은 대표 이하 다섯 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운영위원 중에 주민이 들어와 있습니다. 빈집을 보수해서 거주,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는 현재 7명이며 분야는 다양합니다.

벽화작품
 
이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1년 정도 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추진 사업 내지는 프로그램을 대략이나마 소개해 주신다면 요? 지난달에는 후원의 밤 행사도 열고, 얼마 전에는 우각로 문화마을 축제도 개최했는데요.
초반에는 대부분이 공가를 보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철거, 배관설비, 조적, 미장, 목공, 도배 등의 과정으로 거의 6개월을 보냈고, 이후 4,000권 규모의 작은 도서관과 마을극장,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하였고, 건물 외벽 도색과 스토리가 있는 골목 조성을 진행 중입니다. 마을축제는 봄부터 가을로 이어지는 마을활동의 마무리와 축제를 통해 주민들에게 우리들의 활동을 알리고 화합하는 의미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후원의 밤이나 축제 외에도 전도관 마당에 걸어놓은 가마솥에 음식을 만들어 주변 주민들과 수시로 나누면서 모이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탈이지만...(웃음)

우각로 문화마을 사무국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았을 테고, 그 만큼 보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엔 빈집을 보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해 하시는 주민들이 많았습니다. 곧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설 텐데 돈 들여 공들여 보수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지요. 재개발조합에서는 들어와 살면서 나중에 재개발 반대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었고, 입주 예정 예술인은 자기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은 자기가 낸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작업을 시작해 보니 비용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일부 예술가들은 ‘전도관’이라는 대규모 공간에 대한 활용 혜택만 생각하다가 전면적인 접수가 되지 않자 포기한 예술가도 생겼고, 이런 저런 일련의 과정들이 1년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현재의 조직운영과 가동은 일련의 과정에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참여한 예술가와 주민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으며, 아직은 과부하 상태이지만 겨울 동안 충분한 논의를 통한 계획수정을 통해 내년에는 좀 더 마을활동다운 마을활동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지자체인 남구를 포함한 행정조직과의 관계는 어떠했나요?
지금까지는 상호 협조적인 관계로 진행 전반의 내용을 공유하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할 주민자치센터의 동장님 이하 직원들이 인적 물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특히 담당 직원은 앞으로 진행될 사회적기업의 준비단계에서도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관할 남구청에서도 평생학습과에서 업무와 관련된 도서관이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등의 사업에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우각로 문화마을 축제의 한 장면

 
향후 사업 계획과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1년이라는 기간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마을에서의 활동으로는 짧다고 느껴집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을 했지만 꼭 필요해서 진행한 사업이라고 당위성을 갖고 시작한 일들이 다소 방만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즉 벌여놓고 끝까지 책임을 지기 위해선 주민조직이나 예술가 조직이 원활이 움직여야 하지만 일부 주민과 일부 예술가들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집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버텨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고, 이번 겨울을 통해 1년간의 활동을 정확히 평가하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선 내년도에 도예공방과 체험활동,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운영 및 예술캠프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출범을 준비하면서 문화예술협동조합에 대한 공부도 할 예정입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러한 사업 내지는 사업 주체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사업을 위한 사업의 진행이 아니라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전에 ‘마을 만들기’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활동가들이 암묵적 동의에 의하거나 당연히 그 정도의 개념과 의지가 있다고 과신하고 시작하면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에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은 활동가들의 구체적인 활동계획과 실행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민들과의 관계형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준비된 ‘마을 만들기 활동가’가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마을에 들어와 부딪치고 깨지며 느끼는 것들을 통해 알아가야 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마을 만들기의 시작과 끝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도를 닦는다는 생각으로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마을을 위해서 활동한다?” 가 아닌 “마을에서 살면서 나눈다.”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ghkdcks 2012-12-11 08:07:41
우각로의 1년은 초반엔 문화.예술이라는 단어때문에 주민들이 너무도 바라는게 많았던게 사실이고 마을 만들기와 다른 생각으로 운영이 되어 가고 있다는 주변의 말들을 불식 시켜야 할것 이며 각자가 아닌 모두가 어우러져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으며 예술인이라 각자의 예술성과 개성을 존중하는건 그들의 작업에 국한 되야 하며 마을일에는 주어지고 맡겨진 일에 동참해야 하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어 실제 입주한 예술인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실정임.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