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나의 인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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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나의 인격이다
  • 유해숙
  • 승인 2012.12.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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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유해숙 교수 /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선거를 통해 구성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투표는 국민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투표는 국민의 품격이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습을 그리는 예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는 오늘날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정치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전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정치가 밥먹여 주나요?”

“먹고 살기도 바빠요.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래서 니들끼리 잘해봐라 하고 신경 안써요.”

얼마 전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것은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를 넘어서서 아예 무관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 한국의 정치는 우리들의 일상에 관여해 왔고 개입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을 제정한 것도 정치이고, 세금관련 정책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도 정치이다. 아이들의 대학입시제도와 학교간 서열 및 경쟁의 규칙을 만든 것도 정치이다. 따라서 정치는 시민들의 삶과 나의 일상과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정치에 대한 냉소를 넘어 무관심한 사람들이 되었을까? 그것은 현실정치가 우리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꾼들이 정치를 점령하고,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과 관련된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꾼들의 정치를 보면서 시민들은 편견을 갖게 되었다. 정치는 우리의 일이 아니라 저들의 일이며, 정치는 우리의 삶과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하이에나들인 정치꾼들이 자기 배를 채우는 저급한 행동이다!

무투표의 정치학

정치는 특정세력이 자신의 철학, 이념, 이데올로기를 정책이나 제도로 관철시키는 행위이다. 따라서 선거와 투표는 나의 생각을 정책으로 만들어줄 세력을 뽑는 것이고, 내가 세력의 주체라는 것을 발견하는 일종의 의식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투표를 하기에 앞서 나는 내 생각이 무엇인지, 어떤 후보가 이것을 잘 관철할 수 있는 철학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처럼 투표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이다. 나와 공동체의 일에 관여하는 적극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즉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표현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유권자의 투표 보이콧이 실제로는 특정한 정치적 결과를 초래한다. 특정 계층이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권위주의 정권은 시민들의 탈정치화와 탈동원화 전략을 채택한다. 시민들의 감시가 없다면, 자신들 마음대로 자신들만의 이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대위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12월 16일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이 투표율을 올리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투표율 자체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투표에 참여하든 보이콧을 하든 모두가 정치적 행위와 효과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투표를 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무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어차피 정치적으로 의미와 효과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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