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사랑니 꼭 빼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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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사랑니 꼭 빼야 하나요?”
  • 최세은
  • 승인 2012.12.21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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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최세은/ 평화의료생협 평화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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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근데 꼭 빼야 하나요?"
"엄청 많이 아프지 않을까요?"
“위험하지 않나요?”
“무서워서 못빼겠어요, 선생님~”

사랑니가 아파서 온 환자분들의 경우 이런 질문 공세가 쏟아집니다. 보통은 평소 사랑니가 있는지도 잘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음식물이 낀다거나 잇몸이 붓고 통증이 심해지고 나서야 치과를 찾게 됩니다. 심한 경우 충치가 커져서 이가 거의 깨진 상태에서 오시기도 하고, 치과에 오는 게 무서워서 참고 참다가 턱에 고름이 차서 퉁퉁 부어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니에 대해서 안좋은 소문을 듣고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분들이 있는데, 매우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실 사랑니 발치 자체가 어렵거나 위험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사실 위쪽 사랑니는 일반 치아보다 약간 작고 뿌리가 짧은 경우가 많아서 빼는 줄도 몰랐다며 놀라시는 분들도 있고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통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아래쪽 사랑니는 치아의 형태나 위치, 뿌리 모양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치아 머리의 일부나 혹은 전부가 잇몸 아래에 숨어있는 경우를 매복치라고 하는데, 치아가 빠져나올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게 됩니다. 특히 사랑니의 뿌리 쪽으로 지나가는 신경관이 가까이 붙어있으면 신경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규모가 크고 구강외과 전문의가 있는 치과병원에서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니 발치의 난이도가 사례별로 차이는 있지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충분히 고려하여 부드럽게 발치하고, 적절히 투약한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렇다면 사랑니를 반드시 빼야 할까요?

상태에 따라 꼭 빼야 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 치아들처럼 위치나 방향이 바르게 나왔고, 양치질이 가능해 관리가 어렵지 않은 경우, 또는 치아로서 씹는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을 경우에는 굳이 뽑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랑니는 언젠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똑바르게 난 사랑니라 하더라도 최후방에 위치해 칫솔이 잘 닿지 않으면 관리가 잘 안되고 충치나 풍치가 쉽게 생깁니다. 위치나 모양이 좋지 않으면 씹는 기능을 하지도 못할 뿐더러 칫솔질도 안되겠지요. 사랑니가 나올만한 자리가 없어서 누워 있거나 잇몸에 반쯤 묻혀 있기까지 하다면, 음식물이 잘 끼고 청소가 안되어서 충치와 잇몸의 염증을 일으키고, 게다가 인접한 앞쪽의 어금니에 충치를 유발하여 손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랑니는 반드시 발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진화의 결과로 턱뼈 크기가 작아져 사랑니가 나올 공간이 좁아지면서 누워 나는 경우가 늘어났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묻혀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완전히 묻혀 있는 경우에도 보이지 않는 뼈의 내부에서 물혹 같은 것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빼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너무 깊이 위치하는 경우는 신경 손상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기적으로 X-ray 촬영을 통해 관찰해가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낫습니다.
간혹 예외적으로 사랑니의 위치나 모양이 좋지 않더라도 건강하기만 하다면 남겨놓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 개의 다른 치아들이 빠지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사랑니는 임플란트를 대신해 치아가 빠진 자리에 옮겨 심을 수 있는 ‘자가치아이식’의 재료가 될 수도 있으며, 보철 수복을 해넣기 전에 임시로 교합을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며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충치나 염증 등의 문제가 사랑니에만 국한된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니 때문에 바로 앞의 어금니까지 상하는 경우는 문제가 커집니다. 충치나 잇몸 염증 때문에 문제가 있는 사랑니를 빼고 나면, 그 앞에 있던 어금니의 뒷면에도 충치가 있거나 잇몸이 상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치과와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랑니 발치를 미루거나 주저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해결하기를 미루고 내버려두면 보다 크고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랑니 발치 역시 미루면 미룰수록 합병증은 커지고, 점점 더 많은 문제를 동반하게 됩니다. 현재 내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부터 받고, 필요한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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