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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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란
  • 황원준
  • 승인 2013.02.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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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의 마음성형]
공황장애.JPG
 
30대 초반의 여자 환자가 얼굴이 발갛게 달아서 찾아 왔다. 남편은 옆에 앉아서 별일이 아니라는 듯 무관심하게, 때로는 꾀병이라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 듯 가벼운 웃음을 보인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며 태평하게 웃고만 있다고 아내는 불만이다. 40대 말의 기업체 사장님, 공황장애로 무서워서 늘 타고 다니던 승용차도 운전하지 못하고 특히 터널만 들어가면 불안해서 차를 세우곤 한다. 언젠가부터 아내를 운전기사 노릇하게 하면서 출퇴근과 사업장을 오고 간다. 아내는 마지못해 운전을 해주만 어이없다고 한다. 내과적 진료를 해도 혈액검사나 심전도 등에서 아무 이상도 없고 건강하다고 하는데도 남자답지 못하게 운전도 못하고 소심함에 핀잔을 준단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와서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들이다. 환자분은 고통스러워 하고, 보호자는 별일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는다. 다음날 이 세상에서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 그래도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선생님이 있다고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듯 애기하고,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가족을 데리고 와서 자신이 얼마나 힘든 지 설명해 달라고 한다. 왜 이런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별다른 스트레스도 없는데, 남편이 잘해줘 신경 쓸 일이 없는데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이러다가 멈추는 것은 아닌지,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느낌들은 당신은 경험해 보셨습니다? 온몸에 식은 땀이 나고 빈혈도 아니라는 데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고 혈압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야 살 것 같다. 이러다가 미칠 것 같아서 누구라도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런 발작이 나타나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119 구급대를 불러서 응급실에 가야만 한다. 119구급차가 오는 순간, 응급실에 가는 동안, 응급실에 도착하면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아무 처치도 없이 응급실에서 귀가 하거나 수액 정도만 맞고 나온다. 혈액감사나 심전도, 방사선 촬영 등에도 역시 아무런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 또 그런 증상이 올까 늘 걱정과 염려가 앞선다. 이런 경험을 하지 사람은 그 사람이 얼마나 고통그러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 증상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공황발작(panic attack)은 예기치 못한 비정기적 극심한 두려움이나 불편감으로써 신체적, 인지적 증상 13가지 중에 최소한 4개 이상의 증상을 동반한다. 발작은 갑작스럽게 시작되며, 불안이 급속도로 최고조에 도달하고(일반적으로 10초 이내), 곧 죽을 것 같은 위급함과 그런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13개 증상은 1)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막 뛴다 2)진땀이나 식은 땀이 난다 3)손발이나 온몸이 떨리거나 전율을 느낀다 4)호흡이 가빠지고 숨쉬기가 힘들다 5)목이 조일 것 같거나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다 6)가슴부위 통증이나 가슴 답답함 7)토할 것 같은 느낌(오심)이나 복부 불편감 8)현기증, 불안정감, 머리 띵함, 어지럼증 9)딴 세상에 온듯한 비현실감이나 자신이 달라진 듯한 이인증 10)자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 또는 미칠 것 같은 두려움 11)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나 공포감 12)손발이 저리거나 찌릿 찌릿한 감각 이상 또는 마비되는 느낌 13)오한이나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 등이다.

이런 공황발작이 계속 있지 않고 삽화적으로 드물게 때로는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공황발작이 없는 평소에도 또 그런 증상이 올까 봐 늘 걱정과 불안이 오는데, 이를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라고 한다. 위의 증상과 비슷한 신체증상이 있는지 예민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공황발작이 올 것이라는 인지적 증상으로 연결된다. 결국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응급 상황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증상 과정을 환자 외에는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아 더욱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자세한 병력을 청취가 중요한 진단적 열쇠가 될 수 있다. 공황장애는 내과적 심장질환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적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그리고 절대로 죽지 않는다. 정신약물요법 및 정신치료(psychotherapy, 정신건강의학과적 영역에서의 심도있는 상담치료의 일종), 인지행동요법을 시행하면서 또는 뉴로피드백훈련(neurofeedback training), 경두개자기자극술(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등을 1년 이상 꾸준히 병행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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