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면 좋은 생활소품,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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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면 좋은 생활소품, 참 많습니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2.05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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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 경제를 가꾼다 ③리폼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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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 아이들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엄마가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낼 만큼 마술사이기 때문이다. 솜씨가 좋은 엄마 덕분에 아이는 아끼는 생활이 저절로 몸에 밴다. 버리면 쓰레기가 되지만 다시 활용하면 멋진 자원이 되게끔 하는 사람들, 리폼맘스. 이들은 무엇이든 훌륭한 물건으로 만드는 마술사들이다.
2월 4일, 부평구 산곡동에 있는 ‘리폼맘스’를 찾았다. 공방 겸 작업장에 들어서니 벽에 한가득 옷과 가방이 걸려 있다. ‘우산으로 만든 비옷’을 비롯한 옷을 비롯해 가방 등 이들이 만든 ‘작품’이다. 윤은미씨와 야마다 호미꼬씨, 윤문정씨가 일을 하고 있다. 윤은미씨는 마을에서 수선집을 하다가 합류했고, 한국에서 산 지 15년 된 호미꼬씨도 함께 일하고 있다. 윤문정씨는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리폼맘스를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리폼맘스’는 리폼에 뜻을 같이하는 주부와 결혼 이주여성들이 만든 마을공동체다. 이들은 봉제기술을 배워 리폼 기술자를 양성하고, 철이 지나거나 몸이 안 맞게 된 옷을 가방이나 생활소품으로 만들어낸다. 재봉 교육을 배워서 일자리로 갖게 되고, 수익도 올리고, 자신의 기술을 축적하는 기회를 준다.

재활용의류와 리플릿에 있는 쿠폰을 가져오면 월요일에 한 번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관심이 생기거나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한 달 수강료 5만원을 내고 배울 수 있다. 초급부터 중급 고급 홈패션, 의류수선 과정에서 의류제작 과정까지 배울 수 있다. 리폼맘스의 교육과정이 끝나면 리폼 강사로 취업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개발해 맘스를 통해 팔 수도 있다. 수익금 일부는 재활용교육을 할 때 쓰인다.
윤문정씨는 “아이 때문에 일반직장을 못 다니는 엄마들이 배우면 좋아요. 직장에서는 최저임금 다 주면서 개인 사정은 안 봐주거든요. 시간제 알바든 부업이든 10년을 해도 그 자리죠. ‘리폼맘스’에서는, 당장은 큰돈을 벌지 못해도, 나중에는 기술이 쌓여서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거든요”라면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을 알려주고, 기계도 빌려주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주거든요. 여기는 본인이 노력하면 됩니다”라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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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리폼맘스’도 하고 있어요. 학교에 가서 수업하면 아이들이 필통 하나 만들어도 아주 좋아합니다. 쇼핑몰도 곧 열어요. 용현동 홈플러스 안에 있는 두레온에도 저희 물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저희는 주문제작도 하고 수선도 합니다. 부산에 있는 전국마을협의회 부산매장에도 위탁 판매할 계획입니다”라며 수선방에 들어가 수선한 옷들을 보여주었다. “무스탕을 반팔로 만들었어요. 무겁고 거추장스러웠는데 좀더 가벼워진 거죠. 이 옷은 긴 코트였는데 점퍼스커트로 만들었구요. 긴 청바지를 짧은 반바지로 만들고, 나머지 부분으로 소품을 만들었어요. 가방이나 필통, 휴지커버 등 만들자면 못 만드는 게 어디 있겠어요. 지난해엔 극단 <동이>의 의상도 만들었어요. 유행 지나면 안 입잖아요. 뭐든 못 입는 옷이 아니라 ‘원자재’로 보면 쉽죠”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언제부터 봉제 일을 오래 했냐고 물었다. “거의 20년이 다 되네요. 이십대 초반에 디자인학원을 다녔어요. 학원비를 벌어야 하니까 봉제공장에서 가위질 다림질하면서 시다(보조) 일을 했죠. 그러다 취업을 알선해줘서 면접 보러 갔는데 그 회사랑 연락이 닿질 않았어요. 방배동에서 헤매다 면접도 못 보고 애써 준비해간 포트폴리오를 그냥 가져왔어요. 샘플사 다니는 거랑 일반라인 공정에서 일하는 거랑 차이가 많아요. 제 경우는 돈 내고 배워도 기회조차 주워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여기 오는 분들은 자기발전도 할 수 있고 공동작업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템을 개발할 수도 있죠.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기반잡혀 있어요. 판로도 있고 기계도 있고, 재료비도 거의 안 들죠.” 사실 요즘은 뭘 하나 배우려고 해도 재료비가 너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시작해도 끝까지 가기 힘들다.
윤씨는 봉제공장에 다닐 때 아이가 교통사고 나는 바람에 간호를 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었다. 수선은 해본 적이 없는데 일감을 맡아 집에서 수선을 했다. 사람들한테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동네야 놀자’라는 곳과 같이 대회에 출전하고, 그 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리폼 프로그램 강사가 되었고, 그러면서 마을기업까지 꾸리게 되었다. “이제 행사용 코사지도 만들려고 해요. 주문을 받아서 제작하기도 합니다. 저희 리폼맘스는 만들지 못하는 게 없습니다.”

무슨 일이나 힘들겠지만 봉제 일 역시 성실함과 끈기 없이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들어오긴 쉽지만, 성공해서 나가는 건 본인이 얼마나 하냐에 따라 다르죠. 감각은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길러지는 거지요. 절대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다 보면 감각이 생기죠”라며 “어떤 수강생은 언제쯤 선생님처럼 되냐고 물어요. 그러면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저는 공장에서 수없이 작업한 결과 얻어진 겁니다. 기술이란 걸 너무 쉽게 얻으려면 안 되죠. 처음에는 잘못 만들어서 많이 버렸어요. 정말 형편없었거든요. 끝까지 놓지 않고 있으니까 이만큼 하는 거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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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리폼맘스는 바느질을 배우는 게 아닙니다. 재활용을 가르치는 거죠. 내 주변이 모두 자원입니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을 어떻게 쓸까 고민해야죠. 다시 쓰면 좋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라면서 “리폼맘스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대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있지만 주인은 없거든요. 절대 잘릴 수 없고, 권고해직도 없습니다. 부당한 대우도 없고 노력한 만큼 하다 보면 돈도 더 벌고 기술도 쌓이겠죠”라며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사람들이 옷을 너무 쉽게 사고 버리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옷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도 문젭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싸게 팔게 되고, 너무 쉽게 버려지는 거죠. 아이들이 뭐 필요하다고 하면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게 자원도 아끼고 쓰레기도 줄이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생각을 다시 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리폼맘스는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구성원들이 나아갈 방향을 알고 합의하면 잘 될 겁니다. 내 가게처럼 생각하고 일하면 각자 발전하겠죠. 저절로 수익도 따르고,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리폼맘스(www.reformmoms.kr) ☎ 070-7560-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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