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가 아직도 '판친다'
상태바
성매매가 아직도 '판친다'
  • 이병기
  • 승인 2010.04.22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6년 지났지만…실효성 의문


강강술래 활동가들의 집결지 아웃리치(현장방문) 활동

취재: 이병기 기자

"성매매가 지하로 숨어들면서 비용이 높아졌다. 가난하고, 소외된 젊고 늙은 남자들이 적당한 비용으로 성욕을 해결할 곳이 없어졌다. 이게 잠재적 성폭행 범죄자의 수를 늘리는 건 아닐까…(중략) 돌 맞을 생각이지만, '홍등가가 여염집 규수의 정조를 지킨다'는 옛말이 떠오른다…(중략) 그리고… 성매매금지법은 좋은 법일까?" - 중앙일보 3월 12일자 칼럼 '성매매금지법(성매매특별법)은 좋은 법일까'(38면) 양선희 기자

얼마 전, 중앙일보 여기자의 어이없는 성매매 옹호 칼럼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양선희 기자의 칼럼은 부산 여중생 납치 살인사건 범인인 김길태가 잡힌 시기에 보도된 것으로, 성폭행의 원인이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시킨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인권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중앙일보 칼럼을 비난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칼럼의 내용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댓글을 남겼다.

"어린이와 여성을 상대로 강간살인 등 흉포한 범죄가 빈발하는 원인은 성적욕구를 배출할 수 없게 돼 있는 환경때문이다. 신이 부여한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무지한 여성부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성매매특별법 폐지만이 최선의 방법이요 근본적 대책이다." 김경환씨 댓글

현직 고위 공무원도 '마사지 걸'을 잘 선택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마당에, 뭇 남성들을 비롯한 양선희 기자와 같은 일부 여성들에게 성매매 인식이 시장에서 제돈을 주고 물건을 고르는 일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강강술래 활동가들과 참여자들이 함께한 워크숍2004년 정부가 성매매 방지와 피해자 보호 등의 규정을 담은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을 제정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성욕 분출구 마련'과 '여성의 인권보호'라는 시각차로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자활지원을 돕고 있는 (사)인권희망센터 강강술래 배임숙일 대표는 "일부 사람들은 '성폭행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성매매특별법 이전부터 대한민국의 성폭력 발생률은 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했다"며 "사회적으로 성매매가 불법이고 근절돼야 한다는 인식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2007년도에 전국의 모든 집결지를 폐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어도, 아직까지 버젓이 남아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의 경우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소위 '끽동'이라 불리던 학익동과 숭의동의 '옐로우 하우스'가 있었으나, 재개발로 인해 학익동이 철거된 후 현재는 숭의동만 남아 있다.

배임숙일 대표는 "성산업은 전통형과 산업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산업형의 경우 룸싸롱이나 노래방 등 술 마신 후 2차의 개념으로 가는 곳이다"라며 "숭의동 집결지와 같은 전통형은 오직 성매매만을 위해 가는 곳으로, 성산업 중에 집결지는 10%밖에 되지 않지만 금지법으로 시행하고 있어도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의 성집결지 폐쇄 노력


심리치료중인 피해여성들

지난 2008년도까지 전국적으로 10곳의 집결지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강강술래를 비롯한 전국의 여성인권단체들이 집결지의 건물주와 업주를 대상으로 공동고발을 실시했다. 당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숭의동이 인천의 유일한 집결지로 운영되고 있었던 상황. 

배임숙일 대표는 "숭의동이 33호까지 운영되고 있었고, 한 건물당 2~3명이 복수 건물주로 등록돼 인천지역의 고소 당사자가 110명 정도 됐다"며 "다른 지역은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유일하게 인천에선 27명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인천의 경우 인천시 관계자를 비롯해 남부경찰서 여성기동대, 시민단체 등 성매매 척결을 위한 연석회의 구조가 마련돼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낳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강강술래 활동가들이 모여 숭의동 집결지에서 10일간 침묵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배임숙일 대표는 "침묵시위를 할 때면 업주들과 호객꾼들이 욕설을 하는 등 난리를 치기도 했다"며 "그러나 손님을 알선하던 택시들이 그냥 차를 돌리거나 성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돌아가기도 해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강술래는 지금도 한 달에 4번 정도 활동가들이 직접 집결지의 여성들을 찾아간다. 활동가들은 유리벽 안에 있는 여성들에게 소식지나 홍보물을 건네주며 도움의 손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웃리치'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활동가들을 향한 업주들의 욕설은 계속 이어진다.

또 인천지역 민방위 교육장을 찾아가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직접 만든 설문 조사를 벌이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권유린 실태

배임숙일 (사)인권희망센터 강강술래 대표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가장 큰 발목을 죄는 것은 바로 '선불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런 게 남아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불금' 문제가 현재까지도 강강술래 상담소에 가장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 항목 중 하나다.

최강미라 강강술래 사무국장은 "청소년 시기에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모텔비나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선불금을 쓰기도 하는데, 업주들에게 직접 빌리는 것이 아닌 사채업자를 통해 선불금을 받기 때문에 알선 과정에서부터 100만~200만원 정도를 지출하게 된다"며 "또 업소에 따라 옷을 맞춰 입어야 한다는 이유로 20만원 이상의 옷을 강제구매 시키는 등 다양한 명목으로 빚이 늘어나게 만든다"고 밝혔다.

또 지각비는 물론이고 몸이 좋지 않아 일을 하루 쉬게 됐을 때도 35만~40만원 가량의 영업보상비를 성매매 피해여성이 부담해야 해 선불금은 점점 늘어만 간다. 최강미라 사무국장은 "한 달을 꼬박 일해도 돈을 받지 못하는 피해여성들이 생겨나게 된다"고 말했다.

업주들에게 경제적 발목을 잡힌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집결지를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를 말해준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건강권 문제도 심각하다. 그들은 남들과 밤낮이 바뀐 시간에 활동하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어렵고, 식사와 술도 불규칙적으로 해결하다 보니 신체리듬이 엉망으로 된다.

일부 업소들은 피해여성들을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몸에 해롭지만 살을 찌지 않게 하는 약을 먹이기도 한다. 실제로 업소를 나와 약을 끊은 한 피해여성의 경우 부작용으로 몸무게가 90kg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강강술래 부설 하늘아리상담소에서 2009년 6월~10월까지 시행한 의료지원을 보면 신경정신과가 47건, 피부과 3건, 산부인과 12건, 내과 4건, 종합건진 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탈성매매 후 신경정신과적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산부인과 진료 중 매독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례가 있었고, 내과에서는 성매매를 하면서 불규칙한 식사와 손님접대를 위한 과도한 음주 및 흡연으로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질환을 앓고 있는 피해여성들도 조사됐다.

빠질 수 없는 인권유린 중 하나는 성 도착증 환자들의 변태적 행위 강요다.

배임숙일 대표는 "친구들 말에 따르면 한 남자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10명을 다 불러 일부는 넥타이로 자신의 목을 묶은 후 끌라고 시켰다"며 "다른 여성은 혁대로 자신을 때리라고 했는데 그 여성에겐 분위기 자체가 공포였으며, 남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업주에게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인터넷 야동'에서 볼 수 있는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하는 등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피해여성의 도우미 강강술래

국제자활전시회에 출품된 탈업소 여성들이 만든 공예품인권희망센터 강강술래에서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해 부설기관으로 하늘아리상담소, 탈업소 여성들의 쉼터인 나무그늘, 자활지원센터인 달빛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하늘아리 상담소는 피해여성들을 위해 △법률지원 △의료지원 △보호관찰 △경찰연계교육(단속대상자) △치료회복 프로그램 △아웃리치(현장방문) △일반시민 대상 홍보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법률지원의 경우 작년 10월 말까지 총 1493건의 상담을 했으며, 남원이나 안산 등 지방까지 법률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경찰연계교육은 작년 7월~11월까지 120명이 단속 적발돼 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성매매특별법 및 성매매로 인한 질병 인권에 대한 강의 등 탈성매매 의지를 심어주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 있다.

나무그늘에서는 현재 총 9명(입소자 7명, 이용자 2명)이 활동하고 있다. 나무그늘은 갈곳이 없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단순히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라 의료지원과 법률지원을 제공하고 나아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도 연계하고 있다. 

더불어 신입 입소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꿈은 이루어진다'와 놀이동산 나들이도 진행하고 있다.

배임숙일 대표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제도의 변경과 함께 '성매매는 인신매매다'라는 사회적 성의식을 바꾸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정 파괴로 가출 빈도수가 높아져 성적인 노리개 감으로 이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청소년을 예방하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