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몇 살인데 이런 것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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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몇 살인데 이런 것도 못해?
  • 장현정
  • 승인 2013.02.17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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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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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화장실에서 한 작은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를 보았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이것 좀 해줘”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넌 일곱 살인데 왜 이런 것도 혼자 못해.”
아이가 아무 말 없이 살짝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나갔습니다.
왠지 무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그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더군요.
 
저도 종종 쓰던 말입니다.
한번은 친한 친구에게
“니 나이 서른에 슈퍼주니어가 웬말이니”
라고 이야기를 했다가 서운한 마음에 친구가 6개월간 연락이 안되었던 적도 있었죠.
한번은 어머니가 현관에 새 발판을 밟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저는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집에 들어오던 남동생은 발판 한가운데를 밟고 어머니의 잔소리 한바가지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때도 남동생이 들었던 말은 “니 나이 정도면 말을 안해도 이 정도는 알아야지” 였습니다.
무엇이 당연하고 무엇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대로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이 첫 말을 하는 것도, 첫 걸음을 떼는 것도,
처음 글자를 배우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혼자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벗는 것도,
혼자 잠을 자기 시작하는 것도, 목욕을 스스로 하는 것도,
미워하던 동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양보하는 것도,
TV를 보고 싶지만 공부방에 들어가 숙제를 하는 것도,
설날 받은 세뱃돈을 쓰고 싶지만 엄마에게 맡기고 저축해달라고 하는 것도...
그리고 혼자서 손을 씻는 것도,
그 아이가 서른 살이 되어 슈퍼주니어 팬클럽에 가입하여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 아이가 설사 발판을 밟았더라도.
당연한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이 모두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칭찬하는 부모가 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은 모두 그들 나름의 고민과 노력으로 이룬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격려할 수 없습니다.
서른 살에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던 제 친구도,
그 에너지로 지금 방송 작가가 되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세계를 증명하고 표현해 보였습니다.
저는 이제 제 친구가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고 한심하게 여기거나 무안주지 않습니다.
친구가 자랑스럽고 대견할 뿐입니다.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남보다 못한다고 이웃집 아이와 비교하지 마시고,
우리 아이만의 독특한 세계와 삶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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