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까페외할머니는 커피맛으로 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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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까페외할머니는 커피맛으로 승부합니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2.18 0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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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 경제를 가꾼다 ④까페외할머니
 
까페 외할머니.JPG
 
“요샌 ‘천사의 눈물’이라는 더치커피를 좋아해요. 예전에는 믹스 커피를 많이 마셨는데, 이 일을 하고부터는 더치커피가 맛있어요. 카페인이 거의 없다잖아요.” 한 방울 한 방울 찬물로 오래 추출하는 카페인 적은 커피. 이 더치커피를 좋아하는 황경자(70세)씨는 할머니 바리스타다. 부평구 일신동 마을기업 (주)카페외할머니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바리스타 전문 교육을 받고 커피를 팔고 있다.
까페외할머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송내를 빠져나와, 인천방향으로 횡단보도 하나를 지나면 금방 나온다. 일신시장 맞은편 버스정류장 앞이다. 등불감리교회 담임목사 김헌래씨는 “일신동은 인천의 끝입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잘 되겠냐?’고 물었죠. 여기는 부개동, 일신동, 부천 송내동의 접점입니다. 이 장소는 철물점이 쓰던 창고를 고친 겁니다. 뒤쪽으로는 작은 공장이 많아요.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가 주변에 있었다면 장사가 더 잘됐을 것입니다”라면서 “커피가 참 맛있습니다. 제 아내가 공정무역 커피 관련 일을 하니 전부터 자연적으로 커피에 관심이 갔습니다.
저희 교회에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았고, 일할 사람도 많으니 마을기업을 하나 만들자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를 씁니다. 착한커피죠. 과자도 조그만 오븐으로 직접 만들어 팔아요. 조만간 때를 봐서 오븐을 구입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커피와 외할머니가 잘 어울릴까? 낯설다? ‘외할머니’라는 어감에는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고유 우리 음식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이름을 짓게 된 까닭을 들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은 우리 외할머니, 집밖(外) 할머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며 마을의 소통공간이라는 뜻이다. 이익금으로는 우리나라에 왔다가 산재 당한 공동체를 돕는데, 산재 당한 사람이 커피교육을 받고 본국에 돌아가서 관련 일자리를 찾은 예도 있다.
김 목사는 2011년 11월에 등불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왔다. 교회도 작고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도 많은 데다 노인 권사들이 많았다. 그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바리스타 교육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구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나이에 있어서 교육조차 받을 수 없었다. 김 목사 부인이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목사도 저절로 커피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그는 “8개월 지나니 다들 잘하셨어요. 할아버지 한 분은 핸드 드립을 참 잘하시죠. 겨울에는 커피만으로는 매출이 오르지 않아 생강차, 레몬차, 모과차를 팝니다.  저희 공정무역 커피는 신선하죠. 볶아서 3개월 지나면 맛이 없어져요. 핸드드립은 2주 안에 볶은 콩을 씁니다. 커피콩 표면에 기름기가 많으면 오래된 겁니다”라며 커피콩을 보여주었다.
“전문적인 인테리어에 맡기면 공사비가 많이 들 것 같아 동네분한테 부탁해서 공사했습니다. 설계없이 지은 탓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들 예쁘다고 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처음에 커피 용어가 낯설었다. 하지만 수많은 낯선 커피이름을 외우고 래시피를 공부하고, 제조했다. 힘들었지만 잘 참아내니 전문 바리스타가 되었다.
 
까페외할머니 전체사진.jpg
 
“이 동네는 폐지 주우러 다니는 분들이 많아요.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5천원에서 1만원 버신다고 합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벌어요.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지만, 할 일이 있어서 좋아하십니다. 저희 마을기업은 자립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수익구조가 썩 괜찮은 곳입니다. 얼마 전에는 카페 뒤편에 가정집을 빌려 교육장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커뮤니티 장소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했으면 좋겠어요.” 김 목사는 또 “연세가 드시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데 여기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 있으니까 즐겁게 일하게 되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내려주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라고 전했다.

손님은 다양하다. 초등학생들은 할머니들이 만드신 식혜를 사먹으러 오고,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찾는다. 김 목사는 “우리는 맛으로 승부합니다. 영리목적이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뭔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니 즐겁습니다. ‘마을기업’은 전문성에서 밀리다 보니, 경쟁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이 끊기면 자립하는 데 걸림돌이 되죠. 마을기업이 자립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일하는 분도 손님도 모두 행복하면 좋겠습니다”라며 자신만만한 포부를 밝혔다.
황경자 할머니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조제하면서 말했다. “우리 까페외할머니 커피는 맛이 아주 좋아요. 갓 볶아서 만든 커피니까요. 일이 재밌어요.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냐며 부러워하죠. 이 나이에 할 일이 있다는 게 좋습니다. 무엇보다 생활에 활력소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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