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굿(good) 보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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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굿(good) 보러 가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3.01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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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 경제를 가꾼다] ⑥전통연희단 잔치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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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보러 가자.’ ‘굿은 축제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노동과 놀이, 제의가 함께한 우리 민족의 희노애락을 예술로 승화시킨 창작연희, ‘풍물+연희=굿(good)’을 공연하는 예술단체다.
우리 전통 타악과 서양의 록밴드와 전자바이올린, 비보이와의 어울림 속에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打&록 콘서트’를 연다. 타악의 현대화로 다이너믹한 한국인의 힘과 역동성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맘껏 즐길 수 있다.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두레정신을 만날 수 있는 진혼굿과 풍물굿의 대동놀이 ‘굿은 축제다’ 등의 작품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우리 문화의 대중화를 뛰어넘는 문화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평구 십정2동에 있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을 찾았다. 사무실에는 꽹과리로 만든 시계가 걸려 있고, 북가죽으로 만든 예술작품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인상이 서글서글한 서광일 단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2010년에 시작해 3년째인 올해로 사회적기업이 끝납니다. 정부 지원 없이 어떻게 자립할까 고민 중입니다.”
 
잔치마당은 1997년에 ‘부평풍물축제’를 기획한 예술단체다. 창단한 지 올해로 21년째. 우리 국악의 대중성, 생활화를 꾀하고, 전통 보존 계승보다는 활성화라는 운동성에 중점을 두었다. 예술 재능을 사회에 내주고 확장시켜 보려고 부평풍물축제를 기획했다. “삼산동 미래타운이 건설된 곳은 예전에 농지였어요. 1996년에 원주민 30명이 찾아왔습니다. 이들과 6개월 동안 연습해서 정기공연을 했습니다. 종합예술문화회관이 아니라 그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축제를 열었습니다.” 단오놀이, 정월대보름 행사를 열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고, 당시 구청장은 “도심 속에서 풍물축제를 재현해보자”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서 단장 말대로 ‘부평’하면 ‘풍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올해로 17번째 되는 ‘부평풍물축제’는 인천이 문화도시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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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단장은 “‘잔치마당’과 ‘풍물축제’는 같이 성장했다. 2010년에는 ‘새로운 예술품을 만들자’, 단원들은 언제나 공연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을 신청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활동해온 내역으로 ‘예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회적기업이 됐습니다. 단원이 늘 있어야 하는 이유는 ‘창작품이 팔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홍보, 기획, 기안서 올리는 전문가를 채용했고, 10명 단원은 창작활동을 우선으로 합니다. 예술노동자들도 직장인으로 대우받아야 합니다”라면서 “3년은 너무 짧습니다. 창작품 판로를 개척하고 인력을 어떻게 고용하는지 고민하기에는 기간이 짧습니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또 “올해는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기업체 열 군데와 파트너십을 이뤄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우리와 기업이 서로 장점을 주고받으면 가능하겠죠. 예술경영, 광고기획 전공자를 채용해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며 무슨 일이든 네트워크가 잘 돼야 하고 무엇보다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사회적기업은 문화 쪽으로 수가 적은 데다 어려운 점이 많다. 서 단장은 정부가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능은 엄청 많고 그 누군가가 알아줘야 하는데 잘 안 되거든요. 단가 계산 부분이 어려워요. 우리는 사회에 24일 정도 재능기부를 합니다. 장애인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을 주로 갑니다. 음성 꽃동네에 갔을 때는 “여태껏 온 중 가장 재밌다”고 좋아했어요. 재능을 지원하고 기부하고, 정부기관에서 매칭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 시설에서도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고요.”
 
리자인(Re-sign)은 리사이클링(Recycling)과 디자인(Design)의 합성어다. 잔치마당에서는 깨진 꽹과리나 찢어진 북가죽, 장고, 소고, 상모 등을 리자인한다. 미술 전공한 사람들이 꽹과리에 그림을 그려 시계로 만들고, 북가죽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든다. 버려지는 악기를 자원화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수익을 창출해주려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환경과 고용을 함께 생각했다. ‘온고작신’, ‘온고지신’에서 따온 말이다. 특허도 냈고 디자인상품으로도 나와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꽹과리시계는 붉은 악마를 그려 ‘액막이’ 역할도 하는데, 5만원에 판매한다. 서광일 단장은 “상설전시장이 있으면 참 좋겠어요. 체험도 하고 작품도 팔 수 있는 갤러리면 좋겠죠. 일단 사업의 가치를 높이고, 그런 다음 수익창출이 되니까 다 좋은 겁니다. 박람회도 열어 외국 사람들에게도 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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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을 만들려면 재료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게 버려지는 국악기가 많은가 물었다. 서 단장은 “부평 21개동에 풍물패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나오는 게 아주 많아요. 장고가죽은 소가죽인데 잘 찢어지거든요. 악기는 찢어지면 다시 쓸 수 없죠. 장고가죽으로 소고를 만들고 책갈피를 만듭니다. 좀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도 할 계획입니다”라고 야심차게 설명했다.
 
잔치마당에는 넓은 국악전용극장이 있다. 3월 후반기부터는 목요일마다 ‘목요상설공연’을 열고, 토요일에는 학생들이, 나머지 요일에는 일반인이 찾아가 공연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공연 내용에 따라 관람객 수가 달라지지만, 늘 열심히 준비하는 단원들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찾기를 바란다. 가족단위나 학교나 단체에서 공연을 보면 문화생활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찾아가는 공연’도 꾸리고 있다. 잔치마당은 ‘후불제 공연’을 시행하기도 한다. 무료를 유난히(?) 좋아하는 인천 사람들에게 관중이 직접 평가하고 가격까지 정하는 것인데, 티켓 판매보다는 낫다고 한다.
 
서 단장은 “아직은 국악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워서 뭐할래?’하기도 하죠. 하지만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 전통문화에 외국인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초등학생들이 리듬을 타고 흥겹게 놉니다. 교민들은 ‘아리랑’ 부를 때 눈물을 흘리고요. 해외공연을 갈 때는 ‘스토리’를 만들어 준비합니다. 지난번에는 ‘죽음’을 주제로 장례, 축원굿, 진혼굿, 풍물굿을 준비했는데 나라는 다르지만 금방 소통이 됐습니다. 스토리를 갖고 가면 통합니다. 올 5월에는 발트3국을 순회공연합니다. 뭘 남기고 오고,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연문의. ☎ 032)501-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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