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잃은 시대의 농구영웅
상태바
너무 쉽게 잃은 시대의 농구영웅
  • 윤현위
  • 승인 2013.04.04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칼럼] 윤현위/자유기고가
토토.JPG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스포츠토토가 싫다. 운동에 돈을 걸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 토토는 불법적인 회사는 아니다. 그래도 싫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운동경기에 돈을 걸기 때문이다.

운동경기의 속성은 무엇일까? 미국드라마시리즈 스파르타쿠스를 기억하시는지? 스포츠는 아마도 원형경기장에 둘러싸여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검투사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갖가지 억울한 사연을 갖고 온 로마주변의 여러나라 남자들은 목숨을 걸고 오직 살기 위해 눈 앞에 적을 죽여야만 했을 것이다. 당시는 그것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을 것이다. 아레나의 장소도 도심의 변두리가 아닌 도심부에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그 위상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어떤 분들은 스포츠를 떠올리면 5공화국 시절의 3S정책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스포츠는 자국민에 대한 정치적인 무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상당부분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가 그렇고 남미의 축구도 일정부분 그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현대의 스포츠는 어떨까? 사실 현대의 프로스포츠는 대기업, 거대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거대한 광고판이고 마케팅의 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 어줍잖게 스포츠의 기원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측면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스포츠는 승부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나 운동선수가 이기기를 바라며 응원한다. 그것은 국가대표팀이 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이유, 지역적 연고, 혹은 아주 우연한 사건들에 의해서 그렇게 될 수 있다. 필자도 연세대학교 출신의 정재근 선수가 상무 시절 서장훈 선수를 앞에 놓고 덩크슛을 꽂아 넣는 모습을 보고 농구를 보는 내내 그 장면을 회상하며 팬이 된 적이 있다.

  이 땅에 농구대잔치, 백구의 대제전, 프로야구를 보면서 그런 장면 쯤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사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을 하거나 중요한 경기를 이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일상생활이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 기분이 좋아지고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매개체가 될 수는 있다. 그뿐이다. 간혹 내기를 할 수 있다. 월드컵 예선전이 벌어지면 몇점을 낼까? 이길까 질까? 등등 내기를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응원한 쪽이 진다면 그날 마신 맥주와 통닭 값을 내면된다. 이런 일은 월드컵이나 WBC같은 큰 국가대항전 흔히 일어난다. 물론 그것 때문에 커다란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경우는 한 50명 정도 모여서 보지 않는 한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매경기마다 주기적으로 돈을 건다면, 돈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래서 돈을 따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그 선수와 코치에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그건 법적으로도 불법이지만 스포츠의 본질을 황폐화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를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뛴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다고 해도 이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건 나쁜 것이나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니까. 특종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계속적인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아마추어에서 살아 남았다고 해도 성인무대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사실 거의 없다.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초고교급 타자를 보아왔는가?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가는 선수를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 위한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할 게다. 쇼맨쉽도 있어야하고 그에 맞는 상황과 스토리도 뒷받침되어야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자질과 기본기다. 이런 요소들이 모두 전제되고 나서야 우리는 각본 없는 드마라에 열광할 수 있다. 어느 종목인가에 상관없이 수준급의 플레이를 펼치기 전까지의 노력과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플레이자체와 마음가짐은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것은 때론 팀에 대한 헌신이 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역경과 불리한 환경을 이기고 올라서는 한 개인의 승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스포츠의 본질일 확률이 높다. 단순히 재미로만 스포츠를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이 복권방에 가서 돈을 건다면, 브로커가 중간에 끼어서 승부조작이 된다면 그건 스포츠가 아니다. 그냥 도박판이지. 물론 스포츠 메인이벤트를 앞두고 많은 도박사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는 건 하루이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을 거는 행위는 대부분은 음성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양성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카지노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지고 경마장도 국가차원에서 관리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안다.

운동에 돈을 걸다가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최근에 유명MC 김용만이 불법적인 경로로 스포츠도박에 많은 돈을 사용했다가 적발되어 결국 용퇴했다. 그 전에는 인천 송도고등학교의 자랑이었던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과 관련되어 검찰조사를 받았고 혐의를 시인했다. 슬픈일이다. 최성국을 포함한 수많은 축구선수가 연류되었던 승부조작사건도 그렇고 제2의 임창용이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인천SK에서 LG로 이적하여 승승장구하던 강속구 사이드암투수 박현준도 그렇다.

  이 글은 승부조작에 관련된 사람들을 편들어주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판으로 스포츠경기의 결과를 조작하려는 세력은 뿌리 뽑아야한다. 철저한 감시를 해야한다. 선배든 후배든 모두 막고 잡아들여야 한다. 그 옛날 AFKN이 아니면 TNT가 제공하는 NBA를 볼 수 없었고 메이저리그 경기를 볼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는 스포츠시장의 규모가 작았었다. 지금은 어떤가? 국내 프로축구는 방송이 안되도 프리미어리그경기는 거의 실시간으로 방송된다. 메이저리그 야구경기도 볼 수 있다. 이 모든 종목에 돈을 걸 수 있다. 물론 주변에는 삶의 작은 재미로 배팅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응원도 하는데 약간의 금전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겠다. 문제는 이게 과도해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돈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건 운동경기를 보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이와 관련된 사람 모두 마찬가지다. 그 자체가 유혹이다. 여기에 각 개인들의 상황까지 더해진다면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교육과 브로커가 끼어들 수 없게 각 구단에서 계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동경기결과에 돈을 거는 일에 너무 집착하는 당신들도 반성해야한다. 당신들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아닌가?

  강동희 감독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농구선수 강동희는 포지션은 다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스코티피펜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자신이 빛나기도 하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을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앙대, 실업의 기아자동차, 프로에 와서도 계속 그랬다. 그는 훌륭한 조력자였고, 상황이 어려우면 자신이 직접 돌파하고 슛을 쏘는 훌륭한 가드였다. 그간 한국에서 여러 훌륭한 가드가 배출됐지만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면서 조율이 직접 가능한 가드는 사실 많지 않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한 선수출신은 감독으로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어쩜 당연한 말이다. 선수로서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 이후에 다시 감독으로 성공하는 것이 어찌 쉬울까? 각 종목을 더해도 그렇게 많지 않다. 기아의 선동열 감독이나 홍명보 올림픽감독, 농구의 허재 감독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강동희 감독은 이 반열이 추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이었다. 이런 그의 농구인생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그를 응원했을 지금의 30~40대 팬들은 같이 늙어가면서 여전히 응원을 보내고 리더쉽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강 감독에게 실망했고, 구조적으로 보자면 이게 다 운동경기에 돈을 거는 시스템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저지른 과오 때문에 그가 수십 년간 쌓아온 농구 이력과 업적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중간에 누구나 실수한다. 이런 일을 계기로 구조적인 문제점들은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시대의 농구영웅을 너무 쉽게 잃었다. 허탈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가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식은 안 된다. 난 그래서 운동에 돈을 거는 일을, 복권방을 싫어한다. 계속 싫어할 것이다. 왜냐 스포츠 정신을 좀먹는 행위 그리고 장소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