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비만
상태바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비만
  • 김정아
  • 승인 2013.03.29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칼럼] 김정아/햇살노인전문기관 온가정의원 내과전문의
다낭성난소증후군.JPG
 
“나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리를 안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생리가 시작되면 키가 안 큰다고 해서 더 클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키가 문제가 아니라 어깨도 넓어지고 체중도 늘더니 교복치마를 입어도 허리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재본 적은 오래되기는 했지만 체중도 이제 80kg는 될 것 같다. 가족들도 비만관리를 해야 한다고 야단을 하고 친구들도 뚱뚱하다고 놀리고 남자애들도 손가락질 하는 것 같다. 학교도 가고 싶지 않고 말도 하기도 싫고 운동이고 뭐고 방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다. 내가 뭘 많이 먹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 뚱뚱해질 정도로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여름이 되어가는데 살도 안 빠지고 어떻게 반팔 옷을 입나 걱정이다. 엄마는 나에게 피부관리실 가서 여드름 치료도 받자고 하고 산부인과도 가 보자고 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성격도 점점 더 남자 같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이름도 어려운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 : 이하 PCOS로 줄여서 칭함)은 의사들이 정확하게 말을 안 해 주어서 그렇지 아주 흔한 여성의 내분비계 질환이다. 12세에서 45세 사이 여성의 5%- 인종에 따라서는 20%까지도 PCOS의 범주에 들어가며 임신이 잘 안 되는 원인 중 가장 주요한 질병이기도 하다.
 
PCOS의 주요한 특징은 첫째, 배란이 잘 안 되어서 결과적으로 월경 불순이나 무월경이 된다. 월경주기가 35일 이상으로 점점 길어진다거나 6개월 이상 월경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무배란은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호르몬의 증가와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미성숙되고 크기가 큰 여러 개의 낭포를 초래하게 되어 초음파상으로 여러 개의 물혹이 있는 것처럼 보여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1/3정도의 PCOS환자는 실제로는 난소 낭종이 없다고 하니 초음파가 정상이라고 해서 PCOS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두번째 특징으로는 여성에게도 아주 적은 양이 분비되는 남성호르몬(androgen)이 많은 결과로 털이 많이 나거나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잘 나지 않는 부위에 털이 나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 탈모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아주 심한 여드름도 그 증상일 수 있다. PCOS 환자의 3/4에서 남성호르몬 과다로 인한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정도는 인종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서 동양 여성에서는 심한 다모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세번째 증상은 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다. PCOS 환자의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과도한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적인 체형의 특성이 강화되어 뼈대가 굵어지거나 근육이 발달된 형상을 하기도 한다. 또한 제 2형 당뇨병의 발생하거나 혈중 콜레스테롤의 상승 등을 볼 수 있다.
 
2003년 PCOS의 진단 기준이 새로이 발표되었는데, 위의 첫번째 배란 문제, 두번째 남성호르몬 과다, 세번째로 초음파로 확인된 다낭성 난소 중 2가지 문제가 있으면서 다낭성 난소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없을 경우에는 PCOS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서양의 경우 젊은 여성의 거의 25%에서 다낭성 난소가 초음파상으로 확인된다고 하니 PCOS의 범주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증상으로 보면 아주 심한 경우부터 거의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까지 질병의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가임기 여성 10명 중 최소 한 명은 PCOS 범주에 들어가지만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PCOS의 원인은 아직까지는 확실히 알지는 못하나 유전적인 경향과 환경적 요인이 주된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다른 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여성에서 비만이나,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 병적 생활습관이 누적되면서 그 증상이 표면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 증상의 경중도 비만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하여 많은 부분 결정된다고 하니 체중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된다.
 
모든 질병의 치료가 점점 개별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특히나 PCOS의 치료는 개별 환자에 따라 치료 목표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흔한 치료 목표가 불임 치료이며, 청소년기의 여학생들에게는 비만과 여드름 치료, 제모치료와 감정적 혼돈과 우울증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당뇨병과, 고혈압, 심혈관 질환의 예방 그리고 자궁내막암의 예방 등을 그 목표로 삼을 수 있겠다. 약물요법, 호르몬 요법 등 여러 치료 방법에도 불구하고 모든 목표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기본적인 방법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체중을 5-10%만 줄여도 다모증이나 여드름 등 남성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증상이 좋아지고 월경 주기가 돌아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예민한 여학생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다. 
 
내 진료실 찾은 PCOS를 가진 여학생에게 외국 사람들은 붕어빵같이 똑 같은 얼굴과 똑 같은 체형을 뽐내는 우리의 ‘걸 그룹’을 보면서 경악한다고 말해 주었지만 그 학생은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눈치다. 강요된 여성성, 불임에 대한 두려움, 성 역할에 대한 폐쇄된 생각에서 놓여나서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용감하게 PCOS를 이겨나가는 우리 학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고문헌 : Richard Scott Lucidi: 25 Oct 2011 “Polycystic Ovarian Syndrome” eMedicine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