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사회의 새로운 관계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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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사회의 새로운 관계 맺기
  • 김진숙
  • 승인 2013.04.09 22: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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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⑤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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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사회의 새로운 관계 맺기
김진숙(인천교육연구소, 석정여자고등학교)
 
 
 
나는 교사다. 나는 지금 입시 하나로 인생의 성패(成敗)가 좌우되기도 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입시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일반계(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다.
어렸을 때의 내 꿈은 교사였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다양한 꿈들을 거쳐 현재 교사가 되어 있다. 처음 사범대학을 지망할 때 생각했던 교사로서의 내 모습은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교사,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잠시라도 아이들의 쉴 곳이 되어주고 아이들을 이해해주는 교사’였다. 그래서인지 난 아직도 학교에서 제시하는 여러 잣대로 볼 때 ‘잘난 학생들’보다는 ‘못난 학생들’에게 더욱 마음이 간다. 공부도 못하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가정 사정도 좋지 않고, 학교의 규칙도 지키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아무렇게나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고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잘 나가는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부족한 아이들에게 더 많이 손을 내밀게 된다. 잘 나가는 학생들을 위한 손은 도처에 있어 내가 많이 돌보지 않아도 되지만, 못난 학생들을 위한 손은 별로 없어서 언제 쓰러질지,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아이들을 붙잡아주고 부축해줘야 하는 내 손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사범대학에 다니면서 교육 문제에 - 이 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온 몸과 마음으로 느껴야 했던 - 본격적으로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교육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또한 예비 교사로서 교육 문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동아리를 창단하여 활동하였다. 자신의 안위를 내던진 채 교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과 연대하여 활동하고 대화하면서 교육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교사로서의 내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난 ‘교육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항상 아이들 편에서 고민하며 정의롭고 용감한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 결심은 지금까지 교사로서의 내 삶을 순탄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오해와 배척, 불이익을 받고, 학교를 이동할 때면 늘 꼬리표를 달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내가 결심했던 교사로서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기 위해 항상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담금질한다. 안일해지지 않도록, 비겁해지지 않도록, 더욱 강해지도록...
교사가 되고 난 후 가슴 아픈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교사를 향한 오해와 불신의 시선들이다. 예전에 교사는 나름대로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교사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강해진 건 그리 오래지 않은 일로,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욱 강렬해졌다. 요즘 난 전 국민이 교사를 공적(公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정책의 문제, 학교의 문제, 학생들의 문제 등에 대해 말할 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부적합한 교사들의 문제가 불거질 때에는 모두가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부적합한 교사들은 소수이며,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는 존재들인데도 마치 모든 교사가 그렇다는 듯 전(全) 교사를 향해 비난을 쏟아 붓는다. 또한 교육 행정이나 정책이 진정한 교육에 장애 요소가 되거나 학생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해롭기 때문에 교사들이 반대를 해도 색안경을 끼고 교사들을 바라보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교원평가제도나 성과급제도 같은 경우이다. 교사들의 반대가 단지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아무리 말해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교사들을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일 뿐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경우에도 그런 모습은 많이 드러난다. 학생을 위한 교사의 진심어린 조언이나 지도에 대해서도 교사의 의도를 곡해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학생들도 교사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위해 고민하고 아파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하지 않은 채 매도하고 비난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적당히 지도하는 교사들보다 열정을 갖고 지도하려 애쓰는 교사들이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난도질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위상은 교육을 위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존중도 신뢰도 받지 못하는 교사가 어떻게 교육을 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과연 그 교육이 진정한 교육으로서의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얼마 전 휴직을 하게 된 동료 여교사는 자신은 절대로 동네에서 교사라는 걸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에게도 놀러 와도 절대 자기가 교사라는 걸 말하지 말라고 했다. 동네 아줌마들이 교사들 욕을 하도 많이 해서 자신이 교사라는 걸 밝히기 싫다는 얘기였다. 나름의 고민과 포부를 갖고 교사가 된 나 역시 학교가 아닌 곳에서는 될 수 있는 한 교사임을 밝히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다. 교사에 대해 깊이 불신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교사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수준은 매우 높다. ‘교사라면 당연히...’ 라고 말하고, ‘교사라는 인간이...’ 라고 비난을 한다. 불신도 비난도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사회에서는 말한다. 신붓감 1위, 안정적인 직업, 가늘지만 길게 갈 수 있는 직업, 웬만해서는 잘리지 않는 철밥통, 적당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깨끗한 직업. 그래서인지 자신의 자식들에게 교사가 될 것을 권유하는 부모가 많다. 고학년이 되어갈수록 현실적이 되는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봐도 교사가 많다. 절대로 교사를 존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교사가 되라고 말하고 있다. 교사를 싫어하고 우습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교사가 되겠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부정적인 얘기나 비난을 하지만 직업으로서는 괜찮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어떤 심정으로 교육을 해야 하고, 어떤 심장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대체 무엇이 이토록 전 국민에게 교사의 모습을 불신하게 만든 것일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금 교육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교사만의 책임이 아니다. 아니 교사가 책임질 부분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교사들에게는 교육에 대해 별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이고 교육부인 것이다. 교사는 교육부에서 정해준 교육과정과 교육내용, 수업시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부에서 하달한 지침에 의해 평가하며 교사로서의 수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난과 불신의 대부분은 교사를 향해 있다.
교사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불신을 만들어낸 원인을 따지다 보면 마녀 사냥하듯 끊임없이 교사들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언론의 공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어느 새에 교사들은 학교평가, 교원평가 등에 묶여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버렸다. 올바르게 교육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사정(査正)되어야 하는 대상, 스스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학생들을 향한 애정 어린 교육이 아니라 평가 받고 의심 받고 비난 받으며 구체적인 실적에 목을 매야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이나 사명감이 아닌데 과연 학생들을 감화시킬 수 있을까? 경제지표 처럼 매김질 당하며 수치로 증명해야 하는 교사들의 교육이라는 행위는 가시화될 수 있는 실적의 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고민은 이제 쓸데없는 짓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이 중요할 뿐이다. 교사들이 가시적인 성과와 수치 등에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시간이 부족한 교사는 언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부축해줄 수 있을까? 잡아줄 손이 많은 잘난 학생들은 데리고 가고, 잡아줄 손이 없어 쓰러져 있는 아이들은 놓아야 하는 것일까? 평가, 실적, 성과 등의 수치에 손이 묶인 교사들에게는 그런 아이들을 향해 내밀어줄 손이 부족하다. 그런 아이들을 품어줄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학교는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교육 때문에 학생들이 망가지고 있다. 그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들은 불신과 비난 속에서 학생들과 함께 무너져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는 일이 힘들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꿈꾼다. 교육의 주체로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온갖 교육의 문제는 교사들에게 있는 것인 양 속죄양이 되어 가고 있는 교사들. 교사로 인해 지금의 교육 문제나 학교의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하고 있는 언론들. 교사들을 평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관리 감독하려 드는 교육 관료들. 이것이 교육을 망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되고 있다. 교육이 무너졌을 때 그 나라의 미래는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 시점에서 무너져 앉은 교육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솔직하고 신중한 고민의 출발점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교직은 성직이라고 말하며 교사를 노동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비난하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교직은 과연 성직인가? 교사는 분명 노동자다. 자신의 노동력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직은 또한 성직이 되어야만 한다. 교사는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성역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사가 자신의 직업을 성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교사를 향한 불신과 비난의 사회적 시선이나 국민의 정서가 지속된다면 교사는 사명감도 희생정신도 없는 단순한 직장인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진심과 열정어린 교육은 멀어지고 소신 있는 교육은 포기한 채 단지 불신과 비난을 피할 방도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와 사회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직은 전문직이다. 전문직에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사명감이 요구된다. 그 위에 교직은 성직으로서 지녀야 할 희생과 사랑이 한 겹 더 요구된다. 이제 사회는 교사를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로 인정해주고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교직이 성직임을 인정하고 교사에게 더 많은 희생정신과 숭고한 사명감을 요구해야 한다. 지식의 전수가 교육의 전부가 아님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건강한 인격체를 길러낼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교사들의 지도와 판단을 믿고 따라야 한다. 교사들의 교육적 행위에 대해 계속 불신과 비난의 시선을 보낸다면 교사들은 주체적인 의지와 사명감을 갖고 전문가로서 책임 있는 교육을 할 수가 없다. 또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교사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교사에게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 교육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체험함으로써 더욱 살아있는 지식과 소견을 갖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소외당하는 교육 정책은 현실에서 괴리된 이상화된 논리일 뿐이며 교육 현장에서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없다. 현실에는 없는 요상한 상상화일 뿐이다. 부디 교사와 사회가 신뢰의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짜 교육이 아닌 참교육이 가득한 학교로 회복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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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피리 2013-04-10 18:51:35
적극동감!!

sudol02 2013-04-10 18:24:40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교, 교사와 정책........... 생각만해도 가슴 설레인다. 하지만 이 글의 이야기처럼, 교사는 불신이 대상이지만 선망의 직장이기도 하다. 나도 교사다. 교사는 전문직이다. 그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언제나 배우고 익히고 느끼는데 게으름 피지 않는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렇다. 그런데 어찌 몇몇 교사를 보고 교사의 책임이 크다고만 말할 수 있느냐?
교사와 사회,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간의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교사가 출발하면, 사회와 언론은 긍정적인 반응을 해야 한다. 그러면 학부모도 학생도 모두의 사회 구성원이 긍정의 힘으로 반응할 것이다. 그 출발의 시발점을 이 인천교육미래찾기부터 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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