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의 '철가방' 발상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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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의 '철가방' 발상지 인천
  • 이창희
  • 승인 2013.04.11 09: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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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 속에 든 한국인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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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가방은 현재 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는 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철가방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쿠터와 한 쌍을 이뤄 달리는 철가방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풍경이다. 게다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이 한결 같으니 철가방을 '한국적 길거리 풍경'을 대표하는 하나의 심볼로 내세운들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흔하디 흔함 때문인지, 철가방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 빨간색으로 아무렇게나 쓰여진 중국집 이름과 스쿠터의 요란함에 묻혀 식당 개수대에 쌓여있는 음식 그릇만 못한 취급을 받기 일쑤이니 말이다.
 
 
철가방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 형태나 기능이 그만큼 안정적이고 완벽하기 때문이다. 철가방은 일본에서 유입된 물건이라고 하나 그 재질이 나무로 제작되어 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로 철가방이 아니라 나무로 된 가방을 썼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데다가 쏟아지거나 넘친 음식물들이 나무에 스며들어 생기는 위생 문제 때문에 오래 사용되지 못하였다. 철가방이 나온 후 플라스틱 철가방도 만들어졌지만 금형비용이 워낙 비싼 데다 견고성이 떨어져 일반화되지 못했다. 결국 알루미늄판이나 함석판 같은 싼 재료를 가공하여 심플하게 만든 철가방만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밝은 금속판으로 된 철가방은 디자인적으로도 탁월하다. 우선 색상이 밝고 번쩍이기 때문에 기름진 중국음식을 청결해 보이도록 한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색감이나 플라스틱의 건조한 질감은 오히려 그릇에 담긴 음식물을 칙칙해 보이게 했을 것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애플의 노트북이 그렇듯, 일반적인 철과는 다른 알루미늄 특유의 밝고 세련된 질감은 기술적으로도 앞서있는 신선한 느낌을 준다. 구체적인 기능도 뛰어나다.
 
우선 뚜껑이 위가 아닌 옆에 있고 그것을 위로 슬라이딩해서 개방하도록 되어있는 구조는 낮은 높이의 중국음식 그릇들을 넣고 빼기 쉽도록 해준다. 슬라이드 뚜껑은 이동 중 아무리 가방이 덜컹여도 쉽게 열리지 않기 때문에 그릇들이 쏟아질 염려도 없다. 설사 내부의 음식물들이 쏟아진다고 해도 금속판이라 쉽게 세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단하지 못한 판으로 되어 있어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은, 손이나 망치 등으로 휘거나 두드려 원상복구하기도 쉽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약간 찌그러져 구깃구깃해보이는 철가방이 어떤 면에서는 더 친근하고 익숙하다.
 
 
이와 같은 장점들이 있기에 철가방은 지금까지 그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별 문제가 없는 한 앞으로도 그 모습 그대로 후대까지 전해질 것이다.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값싸고 흔한 물건임에도 뛰어난 디자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도 않다는 점에서, 철가방은 단순히 하나의 제품이라기보다 문화인류학적 소산이라고 할 만하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중국집 음식배달용 도구로서는 가장 완벽하게 진화를 완료해 오랜 시간 사용되어온 유물로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엔 박물관의 한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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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11-15 02:29:31
저 철가방 사진 쓰고싶은데 괜찮을까요??

uil 2013-07-02 20: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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