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너무 어른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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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 너무 어른스러워!
  • 황원준
  • 승인 2013.04.14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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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의 마음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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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린 아이들을 매우 예뻐하고 잘 놀아주는 편이다. 특히 그 아이들에게 환심을 살 만한 주 특기가 있다. 이 시기의아이들은 호기심이 매우 많아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필자가 가진 주특기가 뭘까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얼굴 표정이다. 눈동자 가운데모으기, 눈동자 시계 방향과 반 시계 방향으로 돌리기 또는 번갈아 돌리기, 코 벌렁거리기, 귓바퀴 움직이기,입술가운데 모아 병아리 입 모양 만들기 그리고 이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행동하기 등이다. 강도를점차 강하게 하며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 아이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필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곧 친숙한 관계가 된다. 아이는 또 해달라고 하면 주제를 바꾼다. 이제는 아이를 안고 공중부양을하거나 손바닥 위에 아이를 반듯이 세우거나 때론 간지럼을 태우기도 한다. 그런 사이에 어느 덧 아이는필자의 무릎에 앉아서 즐겁게 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진심으로 그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을 분명히 가려 좋아한다.
얼마 전에 만3세 남아와 그 가족들과 만나식사를 하러 갔다. 그 자리에 아버지는 빠져있다. 왜냐하면아이의 부모들은 서로 자기가 아이를 양육하겠다며 법적 분쟁 중이기 때문이다. 만1세 이후부터 약 2년째 법적 분쟁 중이다 보니 그 아이는 할머니 집, 외할머니 집, 외삼촌 집, 외숙모집 등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면서 적응훈련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아이는 그런 환경적 상황에적응을 잘 해서 매우 “어른스러운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법적 분쟁 중인 부모들은 서로 적이 되어 싸우고 있는 환경에서 아이는 양측을 옮겨다니며 어느 편을 들 수가 없음을 직감하고 눈치 빠르게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아빠네 집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의가족, 친척들은 ‘엄마네 집에 가니 어떻게 해주었는지, 뭘 먹었는지,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묻곤 한다. 반대로엄마네 집에 가면 엄마네 가족 친척들은 아빠네 집에서 뭘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을 것이다. 과연 만 2-3세의 어린 아이가 어른들의 전쟁 속에서 2년 동안 그 어려운 갈등과 분쟁 속에서 어느 쪽에서 편을 들어 얘기할 수가 있을까? 어린 아이는 자신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른아이’[상담학에서는 ‘성인아이’라고한다]가 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아이가 아이답지못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아이와 함께 장난감 가게에 갔다. 아이는신이 나서 장난감을 고르느라고 한눈 팔 겨를이 없다. 마침내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 장난감을 고른뒤에 평소 자신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아이가 양팔을 펴고 빙빙 돌며 웃음 소리를 내며 신이 나 있었다. 로봇장난감을 손에 쥐고 가려는 순간, 이모라는 사람이 왔다. 눈이마주 쳤다. 이모는 아무 뜻 없이 내밷는 말로 “장난감 사려고…”. 순간 그 아이는 외할머니 다리를 붙잡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말없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좋아하던 장난감을 줘도 싫다고 고개를 젖는다. 아이는 그 만큼 자존감이매우 낮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엄청나게 의식하고 있다.
식사를 하면서 내내 보이는 태도를 보면, 큰소리로소리내서 웃는 것이나 장난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어른스럽게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 먹고 있으며 때로는입안에 물고 삼키지 않고 있기도 한다. 어른들의 대화를 엿듣는 듯이 간간히 말 한마디씩 거드는 내용이그럴 듯하며 아주 어른스럽다. 이미 어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다는 증거이고 또 그 정도는 다 알고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누가 3살짜리 어린아이를 어른스럽게 만들었을까? 꼭 그 부모뿐일까? 우리 어른들이고, 우리 부모들이고, 우리 사회입니다.과연 그 부모들은 3살짜리 아이를 위해서 양육권 전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마치 그 아이 없으면 아버지는 그리고 어머니는 이 세상을 살아갈 아무런 존재이유를 모를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아니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자식을 위해, 자식 때문에 참고 인내하면서 이혼하지 않고 살아오신 부모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 사회도 나 힘들다고 이혼하는 것보다 내가 좀 힘들어도 서로 의사소통을 통하여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자녀를 위해 부모가 서로 양보하고 인내하는 옛 어른들의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이제 부부가 되기 전에, 엄마와 아빠가 되기 전에 남편과 아내, 엄마와 아빠가 되는 자격을 줄 수 있는 사회적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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