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소통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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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소통하고 있는가
  • 양영호 기자
  • 승인 2013.04.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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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하석용 / 공존회의 대표 ·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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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인체에 12개의 경맥(기경 팔맥 중 독맥과 임맥을 합쳐 14경맥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과 기경 팔맥, 십이 경별과 경근, 십오 별락이 흐르고 있고 다시 이 위에 인체 좌우를 합쳐 총 657개의 혈(이 외에도 경외 기혈이 200여 개, 체표의 압통점과 과민점을 일컫는 아시혈은 무진장으로 존재하나 통상 임상에서는 경혈 361, 기혈 41이라고 부른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경락과 경혈을 경유하여 기혈이 상하, 좌우, 체표와 장부를 연결하여 흐르며 인체의 온갖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한 인간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소통의 통로가 인체에 장치되어 있고 만일 이중에 한 곳이라도 소통이 막히는 경우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식과 설명의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서양의학이라고 해서 이러한 기본적인 순환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은 없다. 알고 볼수록 “나” 라는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 신비롭고 확률적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대충 몇 군데 치명적이지 않은 고장이 있다고 해도 운행에는 지장이 없는 덕이기는 하겠지만 한 생명이 살아 꿈틀대고 있는 현상을 어찌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인가.
 
흔히 많은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라고 하는 집단은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에 비유된다. 그러한 집단들도 그 전체로서 감각하고 생각하며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생겨나고 성장하며 쇠퇴하고 소멸하기까지 하나의 생명체에 비유되는 데에 크게 무리가 없다. 그래서 그 집단의 생존과 건강, 번영과 퇴락과 관련하여서도 구성 요소 간의 소통의 문제는 언제나 중요한 주제가 된다.
 
한의학에서 경락의 흐름은 원형의 구조를 갖는다. 오행으로 구분되는 경락을 따라 흐르는 기혈은 목화토금수의 운행과 같이 정영수경합(井榮兪經合)이라는 이름의 원형 순환 궤도를 따라 생명의 운동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아마도 오늘날 서양의 모든 인문학에서 이야기하는 피드백 시스템이라는 것이 이러한 순환구조와 유사할 것이다.
 
하나의 사회 또한 감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고, 그 결과를 다시 감각하고 판단하는 피드백의 원형 순환의 생명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큰 잘못이 없다. 결국 한 사회가 순조롭게 소통하고 있는 가를 살피는 것은 그 사회의 이러한 원형 순환구조가 막힘없이 뚫려있고 순환의 동력이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를 도식으로 다시 정리하여 본다면 “현상에 대한 빠짐없는 정보의 확보 → 공정한 논의와 판단, 선택 → 실행 → 반성(反省)과 전위(轉位)된 현상에 대한 빠짐없는 정보의 확보 → 공정한 판단과 선택 → 수정된 실행”의 반복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도식의 정리를 통하여 우리는 각 단계마다 이러한 순환을 방해하는 요소들의 개입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요소가 정확한 정보의 수집을 방해하는지, 어떠한 이해관계와 이념이 공정한 논의와 판단, 선택을 방해하게 될 것인지, 어떠한 불법적인 이기적 계산들이 실행과 반성을 방해하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찰 위에서 지금 인천은 소통하고 있는가.
 
만일 지금, 인천의 시민사회가 스스로 권력이 되기만을 꿈꾸고 있고, 인천의 살림꾼들이 스스로를 지배자나 권력이라고 착각하거나 정반대로 세월가기만을 기다리는 방관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지역의 언론은 영락(零落)하고 싱크탱크가 되어야 하는 집단들은 스스로 엉터리 용역사업자가 되어 오직 주머니 불리기에만 몰입한다면, 그 틈새 사이사이에 협잡꾼과 사이비 인재들이 둥지를 틀고 앉아 이들을 희롱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인천의 소통은 멈추고 이 유기체는 질식하고 있는 셈이 된다. 지금 인천은 어떠한가? 그것을 아는 것이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
 
지금부터 3년 전 지금의 시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의 소통 부재를 요란하게 질타하면서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인천은 훨씬 기혈이 소통하고 있다는 근거가 있는 것인지.... 어두운 눈에 보이는 것이 오직 병이 든 공신(功臣)들과 교주고슬(膠柱鼓瑟)의 고집, 지피(知彼)는 커녕 지기(知己)에도 이르지 못하는 저급한 병술(兵術)뿐이다. 어찌 이 도시의 소통과 이 도시의 활로가 근심스럽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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