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보내지 마세요
상태바
조기유학 보내지 마세요
  • 이승배
  • 승인 2013.04.30 18:5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⑧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555.JPG
 
 
조기유학 보내지 마세요
 
이승배(인천교육연구소, 인천해밀학교)
 
 
한국교육제도에 실망하여 아이의 적성을 살려주려 하거나 입시제도에 찌든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여 외국유학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필자가 영국에 있을 때 이런 이유로 중고등학교로 유학 가서 성공한 경우를 여러 명 보았다. 어떤 학생은 기숙사에서 소등시간 이후에 이불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공부하여 이른바 늙은 대학-영국에서는 명문대를 늙은 대학으로 흔히 말함-에 입학한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성공 여부보다는 아이들이 유학생활에서 행복하였는지가 더 필자의 관심거리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히스테리 사회학 교수나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자살충동에 안절부절 못하는 세계적인 심장병 의사로 성공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어권 국가, 특히 필자가 공부하였던 영국에서는 대처수상 이래로 중등학교로 유학간 학생들이 행복해 할 상황은 아니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하여 학교는 학생들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영국은 매년 각 학교의 학생점수가 통계 처리되어 신문에 발표된다.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는 교육상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할 것이며, 그 정보는 바로 학생의 성적인 것이다. 신문에 발표된 성적을 보고 학부모는 학교를 선택하고 국가는 유치한 학생들 숫자에 맞추어 예산을 배분하며, 학생유치에 실패한 학교는 예산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어 문을 닫게 되고 새로운 교장과 교직원이 그 학교를 인수한다. 예를 들어 학생 1인당 1,000만원의 예산이 투여될 경우, 25명정원의 학급에 20명밖에 유치하지 못했다면 학교는 2억 5천만원이 아닌 2억원으로 학교를 운영해야 하므로 시설 유지나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교는 문을 닫지 않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 올리기에 전념하게 되고 학생들의 인간적인 성장은 관심사에서 뒤쳐진다. 실제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대해 고민하던 적지 않은 교사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실시 이후 학교를 떠났고 그 자리를 외국에서 온 교사들이 채우고 있었다. 필자가 다니던 대학원에서도 나이지리아에서 대학을 나오고 스페인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런던에 와서 스페인어, 정치학, 역사를 가르치던 동창이 있다. 그 친구는 의사소통이 잘 되었다. 하지만 과학을 가르치던 다른 나이지리아 출신의 동창은 억양이 강해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물론 영국인들은 자기나라말이니까 다 알아 듣지만 유학생들-특히 중고등학생들-은 알아듣기 힘들 것이다.
 
외국인 교사가 무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 교사는 학생들에게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 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 필자의 요지는 교사직이 영국에서는 더 이상 보람을 느끼면서 근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의 인간적인 성장에 보람을 느끼며 저녁때는 가출한 학생들을 찾아 동네 당구장을 순회했던 교사들은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학교를 떠나고 남아 있는 교사들은 학생들 성적 올리기에 올인하게 된 것이다. 교사들은 보람보다는 성과에 집착하게 된다. 그들에게 가난한 집 아이들이나 유색인종의 아이들은 성과를 내기 힘든 대상이다. 그런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는 것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게이오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선생이었던 한 동창은 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해 6개월간 집에서 아이를 보았다. 게이오고등학교에서 좋은 지역에 집을 얻어 주었는데 그 지역은 입학대기자가 많고 빈자리가 있는 학교는 집에서 먼 열악한 학교뿐이었다.
 
외국학생의 성적향상에 신경 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학교는 종교계 학교나 사립학교 등 학생들이 대부분 우수하여 몇몇 손이 더 가는 학생들을 받아 줄 여력이 있는 학교들뿐이었고 결국 그 친구 딸은 카톨릭 계통의 학교에 입학하였다.
 
요즘 우리나라 상황과 별로 다를 것도 없는 상황이므로 중고등학생을 유학 보낼 필요가 없다고 본다. 각 고교별 서울대 입학생의 숫자가 얼마 전부터 신문지상에 발표되고 교육청은 각 학교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면서 서울대 입학생숫자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학교, 학생들의 성장보다는 좋은 평가받기에 올인하는 학교는 신자유주의 교육의 길을 먼저 나아간 영국과 너무도 흡사하다.
 
학교평가가 그리 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공부 안하고 친구들 괴롭히고 수업분위기를 망치는 학생들은 어떻게든 바로 잡겠다는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학생들에게 벌점을 많이 줘서 징계수위를 높이면서 학교를 그만두게 하더라도 수업분위기를 유지하며 학업성적을 올리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체제가 되어 버렸다. 본보기로 초기에 몇 명을 퇴학시키는 것이 학습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데 훨씬 좋다. 물론 학교별로 학업중단학생수도 학교평가의 척도이므로 일정비율이상으로 퇴학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실정이다.
 
그러니 중·고등학교 때 유학 보내지 마시길……. 그리고 굳이 보내시려면 대학교 때 보내시길…….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영어실력만 된다면 한국에서 꼴찌를 했더라도 영국에서는 대학을 들어갈 수가 있다. 몇몇 대학에서는 외국인학생들에게 글쓰기와 자기주장발표하기 등을 1년동안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기초과정 또는 대학준비과정이라 부르는 과정이 있다. 자신감이 있는 학생들은 그 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글을 마치면서 마치 영국이 신자유주의 때문에 우리와 똑같이 힘들게 공부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봐 염려되는 점도 있다. 대처가 신자유주의를 외칠 때 그들은 과도한 복지혜택을 줄이고 효율성을 추구해 보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용어가 나온 것도 영국이다. 우리처럼 한 번도 제대로 된 복지를 추구해 본 적이 없는 국가가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것과 복지국가를 추진했던 그들이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이 한여름에 오버코트를 입는 것은 너무 더우니 겉옷을 벗으라는 것과 우리가 반바지만 입은 사람에게 반바지조차 벗으라고 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장익제 2013-05-03 16:28:53
주변에 보면 조기유학을 고민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꼭 읽어야 할 글이라고 생각되네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앞으로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는지를 시사해주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sudol02 2013-05-03 08:17:35
나는, 우리 교육은 돼지 만도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돼지는 억울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먹이사슬의 제일 위가 아니기 때문에 돼지는 70%만을 먹는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100%가 아니라 꾸역꾸역 먹이기만 한다. 정말 돼지만도 못한 교육을 시키는 거 같다. 우리가 반바지만 입은 사람에게 반바지조차 벗으라고 말하는 것은 미친짓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