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춘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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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불청객, 춘곤증
  • 정주화
  • 승인 2013.05.04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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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정주화 / 화생당한의원 원장·동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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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밀려들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무섭게 몰려오곤 합니다. 억지로 졸음을 쫓아내도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면서 쉽게 피곤해지고 일의 능률도 안 오르고 해서 요맘 때는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죠!

바로 춘곤증 때문인데요.

봄이 되면 다들 춘곤증! 춘곤증! 합니다. 춘곤증은 봄철에 계절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생리적 부적응 현상으로, 일종의 계절병입니다. 충분히 수면을 취했는데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권태감으로 인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습니다. 특히 운동부족인 사람, 과로가 겹친 사람, 고령의 어르신 경우에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증후군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바로 좋아집니다. 춘곤증은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간염, 결핵, 갑상선질환 등의 초기증세와 비슷하며, 또 다른 중요한 질병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으므로 이런 증세가 계속될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춘곤증의 원인은 봄이 되면서 일조시간이 길어져서 점차 활동량은 많아지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근육이 이완되어 나른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축적한 영양소는 겨우내 다 소진되고 아직 충분하게 섭취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춘곤증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몸이 허한 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기(氣)와 혈(血)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는데요, 허증은 기와 혈이 균형을 잃어서 오장 육부의 기능이 저하되어 대사가 원활치 못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봄의 기운을 관장하는 간(肝)의 기운이 허약하여 피로를 느끼며, 간의 영향을 받는 위장 등 소화기의 허약으로 인해 음식물을 소화하기 힘들어져 생기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로감, 무기력감, 졸음이며, 그 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 긴장했던 근육, 혈관, 심장 등의 활동이 갑자기 왕성해지면서 일을 하지 않는 데도 몸의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피부의 온도가 자연적으로 상승합니다. 드물게는 불면증, 손발 저림, 두통, 눈의 피로증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세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춘곤증이 있을 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신체가 피로 하지 않도록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며, 과음, 지나친 흡연 및 카페인 등의 섭취를 피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수면과 함께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고, 과식은 피하며, 가벼운 운동을 통해 근육에 활력을 더해 주는 것으로 맨손체조와 가벼운 스트레칭, 산책 정도로 긴장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평소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1주에 3회 정도, 1회에 30분 정도씩 빨리 걷기(POWER WALKING), 수영, 자전거타기, 에어로빅체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칭이나 가볍게 걷기 등의 준비운동을 5분 이상 충분히 한 후에 하셔야 합니다. 운동을 끝낼 때에도 맥박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정리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을 하다 갑자기 멈추면 혈액이 근육에 머물러서 뇌에 일시적인 혈액부족 상태가 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의 하셔야 할 것은 너무 무리하게 운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졸음이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게 아무래도 커피인데요. 춘곤증에 카페인은 안 좋습니다. 커피보다는 한방차 같은 게 오히려 도움이 되겠습니다. 입맛을 자주 잃는 사람에게는 원기를 돋우고 피로를 회복시키는 인삼차가 좋습니다. 소변을 자주 보며 피로가 빨리 오는 사람은 구기자차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칡차는 몸을 데워주고 갈증을 완화시켜 속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입이 잘 마르고, 땀을 많이 흘리며 진액이 빠져나가서 피로한 사람에게는 오미자차를 권할 만합니다.

한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에서는 봄철의 바른 양생법에 대해 ‘봄철 3개월 동안은 생기가 발생하고 천지간 모든 것이 소생하고 만물이 영향을 받으니,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당을 천천히 걷고 머리를 맑게 해야 정신이 총명해진다’고 했습니다. 자연이 정한 대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예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봄철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3∼5배나 증가합니다. 따라서 비타민 부족에 빠지기 쉬우므로, 채소와 신선한 과일을 많이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짜면 피로회복과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비타민B1과 면역 기능을 돕는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B1은 계란, 돼지고기와 보리, 콩, 시금치, 팥, 잡곡과 견과류 등에 많이 포함돼 있고, 비타민C는 채소류나 과일류, 달래, 냉이, 쑥갓, 미나리, 씀바귀와 봄철에 나는 여러 가지 산나물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봄에는 간장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신맛 나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허약해진 인체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요. 옛날 우리 선조들은 봄철이면 화면, 초란, 탕평채 같은 음식을 즐겼고, 이런 음식은 대부분 새콤한 음식입니다. 화면은 오미자를 빨갛게 우려낸 물에 녹두국수를 만 음식이구요. 초란은 반숙한 달걀에 초장을 친 것이고, 탕평채란 돼지고기와 미나리를 무쳐 초장에 버무린 것입니다.

춘곤증으로 인한 증상에 전문적인 한의학 처방으로는 백가지의 허약함을 보충해서 백가지 병을 물리치는 “경옥고(瓊玉膏)”라는 약이 있는데요. 이 약은 원기를 보하는 성약이라 불립니다. 원기를 보하는 인삼, 지황, 복령, 꿀을 4일간 중탕으로 고아서 만든 약으로 기와 혈을 보충하는 처방입니다. 경옥고는 그 옛날 황제들이 들었던 처방으로 동의보감에 맨 처음 기재된 예방의학적 처방이며, 꾸준히 복용하면 연년익수(延年益壽)라 하여, 날로 수명을 더하게 하는 명약입니다.

봄이면 으레 춘곤증이 나타나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넘기기도 하는데요. 그러다보면, 일에 능률도 안 오르고, 사고가 생기기도 쉽습니다. 비타민 풍부한 음식 위주로 식사도 잘 챙겨서 하시구요. 적당히 운동도 해줘야겠습니다. 경옥고를 환으로 만들어진 경옥고환은 보관과 복용이 간편하여 봄철 건강관리에 좋습니다.
정주화 / 화생당한의원(551-7582) 원장, 동국대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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