待其人而後行
상태바
待其人而後行
  • 지용택
  • 승인 2013.05.08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용택칼럼] 지용택/새얼문화재단 이사장
555.JPG
 
<인천in>이 이번 5월 부터 매달 2번째 수요일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님의 컬럼을 싣습니다. 그 첫번째 순서로 '待其人而後行' (“모든 것은 사람을 키우고 얻은 뒤에야 성취할 수 있다" <중용 제27장>) 제하의 컬럼을 싣습니다. 
 
 
출세하고 싶은 사람은 의자만 보고도 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세간의 말이 있습니다. 의자 위에 앉아있는 사람의 인격·덕망·능력보다는 그 자리가 가지고 있는 권위와 힘 아래에 무릎을 꿇으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런 조직의 상하와 분위기는 능률과 조화를 힘껏 창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그 자리가 가지고 있는 권위와 힘만 믿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일들을 자행한다면 그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어처구니 없게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게 됩니다.
 
『중용(中庸)』 제20장에는 ‘애공문정(哀公問政)’이라 해서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있습니다. 애공은 공자가 태어난 노(魯)나라의 군주이며 삼환(三桓)의 횡포 때문에 제대로 뜻을 펴보지 못한 임금입니다. 그는 전국을 떠돌며 많은 고생을 하고 돌아온 공자를 만나 정치에 대해 묻습니다. 공자가 정치에 대해 답하는데 그 내용이 처절하면서도 핵심을 찌르고 있습니다.
 
哀公問政. 子曰 文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 則其政擧; 其人亡 則其政息.
 
애공이 다스림(정치)이란 무엇입니까?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훌륭한 정치는 문헌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정치는 우뚝 설 것이고, 그러한 사람이 없으면 그 정치는 쇠락하고 말 것입니다.” 정치를 잘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방법에 대해 공자는 역사나 문헌에 이미 다 기술된바 있지만 그것을 현실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가 문제라고 간곡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용』 제27장에 “모든 것은 사람을 키우고 얻은 뒤에야 성취할 수 있다(待其人而後行)”고 강조합니다.
 
중국의 요순(堯舜)시대 하면 황제가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서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선위(禪位)하는 이상국가를 뜻합니다. 사마천의 『사기본기(史記本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요 황제가 천하를 맡길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다가 주위 사람이 추천하는 순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시험에 들어갑니다.
 
“요는 두 딸을 순에게 시집보내 집 안에서의 행동을 살폈고, 아들 아홉을 시켜 함께 생활하게 하여 집 밖에서의 행동을 관찰했다. 요의 두 딸은 고귀한 신분이라고 해서 순의 가족에게 감히 오만하게 대하지 못했으며 아내의 도리를 다했다. 요가 보낸 9명의 아들 모두 더욱 성실해 졌다.”
 
순이 역산에서 농사짓고 고기를 잡으며 생활했는데 “1년이 되자 사는 곳에 촌락이 이루어졌고, 2년이 되자 읍이 되었으며 3년이 되자 도시가 이루어졌다. 그러자 요는 순에게 갈포로 만든 옷과 거문고를 내려주고, 창고를 지어주었으며 소와 양을 주었다.” 요 황제가 자신의 천하를 내주기 위해 사람을 구하고 인물을 관찰하는 노력은 아무리 전설의 시대(신해혁명이 일어난 첫해의 연호를 황제기원 4609년이라고 했는데 요 임금은 황제 이후 4대가 된다)라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감동케 합니다.
 
전설의 시대가 아닌 민주주의의 시대에 요 황제의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답은 간단합니다. 그 역할은 이제 시민이 해야 하고, 시민밖에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 시간, 내 땀, 내 노력 없이 잘 되는 일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