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용을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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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사용을 잘하자!
  • 이수석
  • 승인 2013.05.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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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⑨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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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사용을 잘하자!
이수석(인천교육연구소, 석남중학교)
 
나는 선생이다
 
무언가 일을 하고 그 일의 결과를 갖고 고민한다는 사실은 모든 직장인들의 공통의 관심사다. 교사를 직장인으로 본다면, 교사는 정말 행복한 직장인이다. 사실 교사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그 일하는 대상이 자라나는 아이들이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피우게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이들로부터 배우기도 한다.
 
교사보다 더 좋고 행복한 직업은 없다. 해마다 손님이 바뀌고, 그 손님들은 언제나 작년의 손님들보다 젊으며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그리고 손님들은 언제나 새로운 디자이너를 찾는다.
 
3학년으로 진학한 학생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3월 13일 수요일 오후에 생긴 일이다. 고가의 상품이자 개인 재산인 핸드폰을 매일 아침 수거하고 방과 후에는 나누어 준다.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아침부터 학생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이 일이 싫었다. 하지만 규칙은 지켜야 의미 있는 것임을. 그래서 핸드폰을 거뒀다.
 
핸드폰 수거와 분출을 학생 이○○ 군에게 부탁을 했다. 이○○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그리고 짓궂은 장난을 선생님들에게 걸기도 한다. 그런데 종례를 하면서 핸드폰을 나누어 주다가, 백○○군의 최신폰 갤럭시3을 분실(?)하였다. 80여만 원에 해당하는 돈을 물어내야 할 입장이었다.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의심도 많이 일었다. 상담할 사람을 찾다가, 제자가 아닌 동료 도반이 된 윤○○샘에게 의논드렸다.
 
윤○○ 선생님은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거라, 전문가인 경찰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112에 신고하고 수업을 들어가니, 얼마 뒤 출동한 경찰 2분이 찾았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교무실로 왔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순경이 “어, 선생님!~ 어떻게 석남중학교에 계세요. 저 동산고 62회에요.” 라며 인사를 하였다. 선생으로 산다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분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배움의 공동체 연수를 들으러 2층으로 내려왔다. 1시간 이상의 연수를 듣고 잠시 휴식시간이었을 때, 3학년 5반의 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폭력 신고함에 분실(?)한 핸드폰이 있나 봐요. 그 속에서 전화벨 소리가 나요.” 교무실에 올라와서 폭력 신고함을 열었다. 옆에는 집에서 연락을 받고 학교로 온 백○○ 군이 있었다. 그 곳에 핸드폰이 있었다.
 
고급핸드폰에 대한 학생들의 시기심과 질투에서 비롯된 장난이었는지, 악의로 훔치려고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분실(?)했던 ○○이와 ○○이의 부모님은 학교의 CCTV를 확인하겠다고 하였다. 이것도 고민이다. 범인(?)을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범인과 승일이의 관계 설정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이들과 함께해야 할 담임교사로서 나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다행히 ○○이의 어머님께서 대안을 말씀해 주셨다.
 
“CCTV를 확인할 때, 관계되신 선생님들만 보시고 ○○이에겐 비밀로 하시죠.” 라고.
 
이 일을 계기로 생각해본다. 이제는 어른-선생님들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과연 학생들의 핸드폰을 매일 아침 수거하고, 종례 때는 다시 나누어 주어야 하는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걷지 말자이다. 교육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장 통을 앓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만든 수거의 규칙보다는 서로를 믿는 마음에서 절제를 유도하는 안내의 규칙이 필요하다.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관람의 약속을 알려주는 광고처럼 수업 전에 선생님들이 찍은 광고-안내와 교육-을 해야 한다.
 
약속은 지켜야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물론 몸에 익숙한 게으름과 본성(?)으로 인해 약속을 어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약속의 소중함과 약속을 지켰을 때의 아름다움을 이해한다면, 그들은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그건 학생뿐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의 양심이고 가치관이다.
 
그래서 우리 반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1. 핸드폰은 개인의 재산이다. 그 재산권 행사는 잘해야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학생-아니 모든 인간은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학생은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고 배워야 할 시기이다.
 
2. 때문에 수업시간 중에, 공공의 질서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학생의 핸드폰은 압수한다.
가. 한번 걸리면 - 3일간 압수, 벌점 1점
나. 두 번 걸리면 - 일주일 간 압수, 벌점 2점
다. 세 번 걸리면 - 이주일 간 압수, 벌점 4점
라. 세 번 이상은 학교에서의 핸드폰 사용금지.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해서 정보 검색을 할 수도 있다. 핸드폰을 통해서 많은 교육적 효과를 성취할 수도 있다. 아울러 사랑하는 사람-존경하는 사람에게 메일보내기, 문자 전송하기 등의 소통과 배려-인성교육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난 핸드폰 수거를 지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그 누가 아닌, 바로 석남중학교에서 실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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