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감정노동자 사회복지사
상태바
대표적인 감정노동자 사회복지사
  • 조민호
  • 승인 2013.05.22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칼럼] 조민호/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감정노~1.JPG
최근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이 기내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스튜어디스에게 행패를 부린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른바 ‘감정 노동자’들의 애환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최근에는 정신노동과 더불어 감정노동이 포함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감정노동이란 미국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 개념화했다. 1983년 ‘통제된 마음’이라는 저서에서 ‘직업상 원래 감정을 숨기고 업무에 맞는 표정과 몸짓을 만들어내는 감정 통제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게 한다. 이런 노동은 정신과 기분이 잘 조절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각자의 개성을 구성하는 본질이라고 여기는 부분까지도 다 내어 주어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고 부연한다. 특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의 일을 다루는 사회복지사에게 감정노동은 어떤 방식으로든 피하기 어렵다. 감정을 숨기는 일 외에도 클라이언트의 감정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 역시 감정노동이라는 것이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다.
민주노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2468만 여명의 취업자 중 1106만9000여명이 직무 중 '감정노동'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신뢰나 규범 준수 보다는 경쟁과 실적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지기 싫어하는 한국인들의 성향,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계급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증가 등은 한국인들의 '분노 지수'를 높여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묻지마 범죄 등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노가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빈도수 높게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대고객서비스가 주 업무인 감정노동자들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일상적 분노 표출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 결국 한국인들은 누구나 느닷없이 폭언·폭행 등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노동에 다른 직무스트레스를 받은 감정노동자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몸짓을 자신과 관련시켜 강한 불안을 느끼는 대인공포증,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강박증, 홧병, 소화불량, 알콜 중독증 등 다양한 증상과 질병을 앓고 있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더 위협적인 감정노동, 감정노동자인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복지현장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직종보다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쉬운 '감정 노동자'다. 사회복지사는 친절이 생명이며, 서비스이용자의 기분을 살펴야 하고, 언제나 밝은 얼굴을 보여야 하고, 편안하게 그들의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야 하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라 할 수 있다.
소득·재산 등을 따져봤을 때 지원 대상이 아님에도 자신이 처한 입장이 어려우니 지원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하는 이용자들을 자주 접한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은 이용자들이 부당한 요구나 욕설을 퍼부으면 매뉴얼이 없다보니 이용자들의 요구와 폭언, 알코올 중독자나 공격성 정신장애를 가진 이용자들을 대하는 게 힘들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일선 사회복지사가 노인 및 아동 학대 행위자 그리고 수급권자에게 폭력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올해 2월 결혼을 앞두고 자살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강모 씨는 2분마다 울리는 전화, 욕설을 퍼부으며 쫓아다니는 민원인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었다. 실제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결과에는 부랑인복지시설의 67.5%, 정신요양시설의 69.1%가 클라이언트로부터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2008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조사결과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85%의 기관 종사자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가면을 쓴 듯이 일하는 사회복지사 이직률이 높은 데는 열악한 처우 외에도 감정노동자로서 겪는 스트레스가 큰 몫을 차지한다. 따라서 사회복지업무와 서비스대상의 특성상 사회복지사는 잠재적 폭력 등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상태인 것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개선대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비스이용자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감정노동자인 사회복지사의 권익에는 무관심했던 게 아닌 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감정노동자 사회복지사에 대한 관심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 상호존중에 기반 하여 수평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감정노동자인 사회복지사의 전문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사회복지사의 안전대책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