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침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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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침묵효과
  • 김국태
  • 승인 2013.06.18 01: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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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⑬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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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침묵효과
 
김국태(인천교육연구소, 인천부평초)
 
직원회의 시간이다. 교장샘, 혹은 교감샘이 혼자서 길게 이야기를 하고, 교사들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며 열심히 받아 적는다. 다른 교사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침묵만이 회의실을 채울 뿐이다. 학교에서 침묵은 너무나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말해봐야 손해’라는 인식이 교사의 입을 막아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라는 조직은 지적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에 속한다. 그러나 어떻게 그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쩌면 그렇게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지, 어쩌면 그렇게 부당하고 때로는 비열한 행위를 하는지 간혹 의문이 들 때가 많이 있다. 그 의문에 대한 답 중 하나는 권력에 대한 독점과 권력에 붙어 이득을 보려는 교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거나 이도저도 아닌 나머지 교사들이 행하는 ‘침묵의 상호작용’ 덕분일 것이다.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교사들의 이런저런 의견 제시보다 자신의 의견을 그냥 따르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관리자들은 교사들의 침묵을 점차 당연시 하면서 간혹이라도 의견을 내세우게 되면 이를 건방지거나 반항의 자세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교사들 역시 어차피 교장의 결정이 중요하므로 먼저 나서기보다는 관리자의 의중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게 편안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동료교사들에게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비치기 싫어서, 남들도 다 조용하니까, 따돌림을 당할까 봐 혹은 괜히 말했다가 개인적인 불이익을 당할까봐, ‘나대기’에 공연히 미움을 받기보다는 중간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침묵으로 일관하게 되고 그 침묵은 점차 관리자 개인의 의견을 학교 전체의 대세인양 받아들이게 된다. ‘침묵의 상호작용’으로 부조리한 장면들은 묵인, 방관, 동조로 통과 되는 것이다. 자신은 아니라고 했지만 침묵으로 승인한 일들이 마치 공동으로 인정한 일이 되어 내 곁에 슬쩍 다가와 있게 된다.
 
중국 ‘전국 시대’ 한 비자는 일찍이 이런 상황을 경계했다. 군주는 신하들이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는 물론 의견을 말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발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침묵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학교의 상황으로 대입하면 교사라는 직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민감한 사안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한 행위라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무책임한 ‘침묵의 상호작용’으로 채워진 학교 조직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 ‘침묵효과’를 감당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제리 하비가 쓴 <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교사들의 침묵효과가 만연된 학교 조직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권위에 대한 맹종’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이 나라에서는 권위적 대상이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리기획자 이명수씨의 글을 보면, 지금의 이 나라에서는 권위적 대상을 역할로 인식하고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적인 복종의 대상을 넘어 숭배의 대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학교의 관리자인 교장은 그 학교에서 가장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이나 가장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교장이라는 자리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존중할 수 있는 자리일 뿐이다. 하지만 교장의 신임을 얻어 승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교장에 대한 복종은 거의 신에 가까울 정도다. 학교라는 조직이 교장이라는 한 사람에게만 그 권위를 부여하니 교사 또한 그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꼭 필요한 현실감각 같은 건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 권위적 대상과의 관계에서 합리적인 의문과 거리두기가 묵살 당한다. 학교조직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윗사람이니까, 관리자이니까 따위의 획일화된 편견의 틀로 권위적 대상을 인식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관계나 소통이 될 리 만무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권력이 있고, 권력이 형성되면 한쪽은 갑, 한쪽은 자연스럽게 을이 된다. 또한 푸코의 말대로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 교장의 독점에 침묵하는 교사가 없는 한 독점하는 교장은 나오지 않으며, 교사의 아부에 공모하는 교장이 없는 한 아부하는 교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침묵한다면 언제든 갑은 배제의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 갑이 폭력을 양산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을은 그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교사들에게 침묵을 깨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학교 조직 시스템에 대한 절대적 변화가 오지 않는 한, 또 그에 따르는 권위적 대상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교사들의 침묵과 절망은 무한 반복될 게 뻔하다.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모아지는 합리적인 체제를 인지하고 아이들과 교육을 고민하는 행동하는 교사로 사는 일이 지나칠 정도로 힘들 것이다. 하지만 침묵이 지금의 교육현실을 만들어내는데 원인이 되는 무척이나 두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바로 보는 것은 필요하다. 외면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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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샘 2013-06-12 23:18:19
많은 부분 동감하네요.
그런데 그건 학교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침묵이 방관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면 좋겠어요

청은교 2013-06-12 22:44:24
학교의 사정을 원칙적인 관점에서 잘 지적해 주신듯 합니다. 학교에서 허상의 관료권위를 없애야만 교육이 바로 설 수있습니다.교장자격증 제도가 유일하게 있는 나라에선 개인의 노력만으로 변화의 길은 멀기만 합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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