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도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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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도의 필요성
  • 윤현위
  • 승인 2013.06.18 18: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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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천] ⑩(마지막) 윤현위/건국대학교 지리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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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도는 보는 것이 아니고, 읽는다고 한다. 물론 지도는 그 자체로 미적인 아름다움이 충분한 경우도 많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주 만나는 관광지도 같은 경우는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지도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도는 읽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도는 왜 읽는가? 그 안에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지도는 단순한 그래픽이라기보다는 그리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공간적으로 배열한 집약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지도는 그린다기 보다는 제작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도에 담긴 정보는 매우 다양하다. 도로정보, 맛집 위치 등등... 이런 소소한 정보들도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새로운 교역을 위해서 장거리 항해를 준비하는 아랍상인이었다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투를 준비하는 장군이라면 지도에 담긴 정보는 간단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지도를 만드는 기술은 국가에 의해서 관장되어 왔고, 계속적으로 발달되어 왔다. 손으로 그리던 지도는 이제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대단히 정밀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 기술의 진화는 지도의 정밀함만 증가시킨 것뿐만 아니라 담을 수 있는 정보면에서 증가되고 있고 이용자의 측면에서도 계속 대중화되고 있다. 10년전에 우리는 구글어스를 꿈꿀 수 있었는가? 한메일이란 이름으로 메일링서비스를 시작했던 다음에 스트릿뷰를 할거라고는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써온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지도를 손에 들고 다니고 자동차에 매달고도 다닐 수 있지 않은가?
지도를 만드는 작업은 매우 복잡한 작업일까? 당연한 대답이 될 수 있겠지만 복잡한 지도는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간단한 직업은 품이 덜 든다. 사실 이건 기술력 관점에서 지도를 바라본 시각이다. 기술력이 전제된다면 좋은 지도가 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 바로 자료이다. 양질의 지도가 나오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있어야한다. 지도는 만들어지면 대부분 공공재가 된다. 따라서 정확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만든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 사람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물론 기업이나 민간부분에서도 통계를 만든다. 그러나 통계를 가장 많이 만드는 부분은 결국 정부일 것이다. 그것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일 수도 있겠다. 중앙정부에서 모든 자료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데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읍면동을 단위로 하는 자료들은 결국 지방정부에서 책임져야한다.
데이터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인구, 기후, 토지, 산업, 복지 등등 정부에서는 수많은 통계연감과 백서들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런 자료들은 지도제작을 위해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다시 정리해서 시각화하면 정보의 전달이나 활용이 더 용이해질 수 있다.
자료의 공간적 스케일(단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행정구역과 동일한 시·도/시군구/읍면동 단위를 이용하여 같은 주제에 대해서 상이한 스케일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단 이와 같은 공간 스케일의 통계자료가 있어야한다. 문제는 이제 현실적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본지에서 주택과 관련된 지도를 몇 장 그렸는데, 지도를 그리면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인천에서 다세대주택이 가장 많은 동네는 어딜까? 이 자료는 통계청에서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도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다세대주택이 가장 많은 동에서는 전세가 많을까? 월세가 많을까? 월세의 비율이 높다면 그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필자는 이게 너무 궁금했다. 지방정부에서 주민들의 주거특성이 궁금하지 않을까? 인천시청과 몇 개의 구청에 문의전화를 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인천시청과 구청에서는 정말로 동별 주택점유형태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일부 공무원들은 인구주택총조사의 집계에 관한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사실 통계수집이나 관리 부분에서 대부분 업무처리를 위한 간단한 지식 정도만 알고 있는 듯했다). 그냥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당혹스러웠다. 보통 전화를 하면 어디시냐고 묻는데, 딱히 말할만한 직함이 없어서 그냥 남구주민이라고 했다. 만약 어디 연구원이나 다른 기관에 있었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궁금했다.
인천은 지금도 거대도시지만 향후에도 계속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이다. 한 구가 지방에 중소도시보다 훨씬 더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는 발간되고 있는 통계관련 백서에서 다루는 공간단위는 모두 구단위를 사용한다. 동단위로 자료를 발간하면 부피가 커지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동단위로 자료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대신 통계데이터베이스만이라도 구축해서 보유하고 있어야한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지도를 만들기 위함일까?
기본적은 현황을 파악한다고 하고 공간단위를 구 단위로 하면 현재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에 대한 디테일을 놓치기 쉽다. 중구의 경우에는 북성동과 신흥동은 전혀 다르지 않나? 신흥동은 아파트가 대대적으로 재개발된 이후로 다른 중구와는 많이 다르면서도 신흥시장 주변에는 또 원래 중구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도 있다. 부평구의 경우 갈산동과 산곡동은 산업시설이 많은 반면에 삼산동같은 경우는 바로 옆에 부천의 상동과 부천에 비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칼럼은 이제 오늘부로 끝난다. 더 이상 지도를 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홈페이지에 통계DB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공간스케일이다. 모든 자료가 동단위까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자료들이 동단위까지 있어야 현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청과 연구원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책을 만드는데 추후 만든 이후에 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도로 본 인천을 10회에 걸쳐서 칼럼을 연재했다. 사실 주제만 바뀌고 패턴이 비슷한 지도들이 많아서 좀 지루할 수도 인천에 오래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뭐 이런 뻔한 글을 쓰나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인천을 잘 모르거나 나이가 어린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주신 <인천in> 대표님 이하 관계자들께도 지면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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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w0322 2013-06-20 11:00:52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홍상의 2013-06-19 09:41:06
인천에 오래 살아도, 막연히 느낌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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