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사회가 원망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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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사회가 원망스럽죠"
  • 이병기
  • 승인 2010.01.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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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겨울나기는 이중고

지난해 11월 말로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종료됨에 따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김난주(47, 가명, 중구 송학동)씨는 유난히 올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진다. 얼마 전 남편이 병으로 떠나고, 김씨는 한동안 우울증까지 겪었다. 다행히 동네 복지관에서 신경을 써준 덕에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 정부에서 조건부 수급자로 선정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가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은 월 110만원씩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온다. 이번 프로그램이 끝나면 청소나 간병인 등 일자리가 연계된다. 그러나 고2, 중3과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키우기에 100만원 남짓한 정부 보조금은 빠듯하기만 하다.

고3 딸아이 공부를 위해 과외는커녕 학원도 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형편에 김씨의 겨울나기는 더욱 고난일 수 밖에 없다. 네 식구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는 매월 기름 한 드럼씩이 필요하다. 이것 저것 합치면 겨울철 난방비는 30만원 정도. 더 이상 졸라맬 수 없는 허리띠를 더욱 조일 수밖에 없는 겨울이다.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 교육 문제다. 큰 아이가 중3이었을 당시 남편이 아파 인문계고에 보내지 못한 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는다. 고민 끝에 큰 애는 지금 대학 진학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원에 가지 않고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둘째 아이도 걱정이다.

"부익부 빈익빈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요. 그저 사회가 원망스러울 뿐이에요. 일반 서민들이나 극빈층은 살려고 아등바등 해봐야 거기서 거기죠. 잘 사는 사람만 더 배부르게 하는 정책은 정말 잘못됐어요. 그러니 좌파다 뭐다 해서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뛰고 뛰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들 '울상'

"얼마 전에는 시장 갈 때 5만원을 들고 갔는데 요즘은 10만원은 있어야 겨우 장을 볼 수 있어요. 값이 너무 올라 식재료 사는 대신 차라리 간편하게 외식 한번 하는 게 나아요.".

석바위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한나(48)씨의 푸념이다.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겨울추위에 고(高)물가 고통이 겹치고 있다. 월급은 줄고 실직자는 늘면서 지갑은 가벼워졌는데 물가는 잡힐 줄 모른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택시요금, 전기료, 가스료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주부들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침이면 출근하기 바빠 전철역까지 택시 타는 일이 잦았는데 이젠 아니에요. 기본요금이 2천400원이니 탈 수가 있어야죠." 인천시청 근처에 직장이 있다는 회사원 박모(38)씨는 고개를 내젓는다.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남구 신기시장 정육점 주인 김모(42)씨는 "삼겹살 한 근에 만원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손님들이 두 근 사려다가도 한 근 반만 달라고 말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간석옆 앞에서 만난 50대 택시기사는 "기본요금이 오르니 손님들이 확 줄었어요. 차라리 기본요금을 놔두고 거리요금(주행거리당 요금)을 올리던지 해야 한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래저래 고물가 여파가 여러 사람의 시름을 깊게 하는 모습이다.


겨울철 난방비 인상으로 서민들 이중고

수입은 일정한데 겨울철 난방비 때문에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마다 높아지는 물가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꽁꽁 얼게 한다.

지난해 정부는 가스료를 주택용 5.1%, 일반용 9.1% 인상했다. 이어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요금도 올려 지난 11월 지역난방비는 전월 대비 3.3% 상승했다.

대표적 서민 난방품목인 연탄값도 정부의 가격 현실화 여파로 19.1% 인상률을 보이면서 1980년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탄 역시 지난 11월부터 공장도 가격이 개당 287.25원에서 373.50원으로 30% 올랐다. 소비자 가격은 403원에서 489원으로 21% 인상됐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가구 등 7만4000가구에 15만원 상당의 연탄쿠폰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서민들은 부담을 그대로 안게 됐다.

지난 1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인천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했다. 식료품의 경우 전년 동월비 어개(魚介)류가 10.6%로 가장 크게 인상됐으며, 유지(乳脂)류 7.5%, 육류 7.4%의 상승폭을 보였다. 채소·해조류 역시 6.3% 인상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켰다. 

수입은 일정한데 매달 지출되는 난방비 때문에 허리띠는 더욱 졸라매야 한다. 중구 북성동에 위치한 한 가정. 낮인데도 난로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세부 품목으로는 파 46.6%, 설탕 25.5%, 쇠고기 14.9% 순으로 상승됐으며 식용류(12.5%), 멸치(11.2%)도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쌀(-7.9%)과 밀가루(-10.2%)는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석유류 인상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내구재와 섬유제품 등이 올라 3.7%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중 금반지가 29%, 휘발유 9.7%, 과일주스 8.6% 올랐으며, 유가 인상으로 택시요금 역시 14% 상승됐다.

개인서비스 역시 적지 않은 인상률을 보였다. 유치원 납입금은 5.4%, 학교 급식비가 4.6% 올랐으며 보육시설이용료 4.6%, 서민들의 외식 품목인 삼겹살도 5.8% 상승했다.

강윤옥(34, 남동구 간석동)씨는 한 아이를 등에 업고, 다른 아이는 유모차에 태워 석바위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 강씨는 "물가도 그렇고 겨울에는 난방비 때문에 서민들이 살기 더 힘들다"며 "여름에는 거의 나오지 않던 난방비가 겨울에는 월 10만원 정도 나와 지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자체, 프로젝트 종료 후 주민 대책방안 '딱히 없어'

지난 11월 말로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종료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월 90만원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했던 중·장년 서민들은 다시 실업자로 돌아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인천시내 일부 지역은 희망근로 예산이 남아 5일, 혹은 보름 정도 연장한 곳도 있으나 대부분이 종료된 상태. 중구의 경우 희망근로 전 진행하던 민생안정 일자리 프로그램 예산으로 한 달간 희망자에 한해 연장했다.

중구에서 희망근로에 참여했던 시민은 535명. 이 중 30명을 제외한 505명이 민생안정 일자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 달 늦췄다. 그러나 희망근로, 또는 공공근로가 시작되는 올 3월까지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조영희 중구청 희망근로팀 담당은 "올해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1월에 행정안전부 지침이 나와 봐야 결정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별개로 새해에는 일자리가 없는 서민들을 위해 공공근로 사업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담당은 "겨울철에는 사고의 위험성이 있어 일자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민생안정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참가자에 대한 대책 마련은 없지만,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참여한 시민들은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해 얼마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희망근로 참여 서민들 넋두리, "일만 시켜줬으면 좋겠다"

남A- 내일 모레 그만두면 다시 실업자 되는 거야. 또 어떻게 돈 벌러 나가나 걱정이야. 여자들은 식당에서라도 일하면 되지만 남자들은 할 일이 없어.

여A- 남자들은 경비 자리 있지 않아요?

남A-  경비가 어딨어. 그런 거 용역 소개소에서 다 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 나이 들면 들어갈 곳도 마땅치 않아.

여A- 있는 사람들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상관 없지만, 없이 사는 사람들은 겨울엔 살기 더 힘들어요. 더군다나 일거리도 없고.

남B- 그래도 우리는 그나마 나은 거야. 아주 힘든 사람은 (희망근로에)나오지도 못해. 오늘 먹을 것도 없는데 한 달 후에 월급이 나오니 어떻게 살아. 매일 벌어서 먹고사는 거지. 남들은 난방비가 5만원, 10만원 나온다지만 우리집은 기름 때서 한 달에 15만원이나 나와. 힘들어.

여B- 마음 놓고 때면 얼마든 안 나오겠어요. 난방비 많이 들어가니까 잘 때만 보일러 트는 거죠. 웬만한 날에는 그냥 전기장판만 틀어놓고. 남들이 우리 집 오면 냉골이라고 그래요. 우리집은 가스로 하는데 요즘은 차라리 연탄보일러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한 번 쌓아두면 돈 안 들고 두고두고 쓰잖아요. 따끈따끈하게 살면 얼마나 좋아.

남B- 우리 동네(신흥동)는 못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연탄을 공짜로 주기도 해. 100장도 주고 200장도 주고. 그래도 부럽진 않아. 기름보일러가 낫지. 위험하잖아.

여B- 배부른 소리. 잘못돼도 다 운명인 거예요. 겨울에 따뜻하면 됐지.

여A- 물가도 많이 올랐죠. 설탕, 간장, 고추장, 식용류…. 예전보다 은근히 많이 올랐어요. 언제 말도 안 하고 그렇게 올랐는지 몰라.

남A- 계란 2개 먹을 거 1개만 먹는 거야.

여A- 과자값도 오르고. 화폐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거예요. 요즘은 만원 가지면 시장 가봐야 살 것도 없어.

여B- 시에서 월급 일부를 카드로 주는 것도 그래. 30만원 나오면 장을 다 보지도 못해. 많이 써도 10만원밖에 안 되더라구요.

남A- 배추 장사들은 카드를 받지도 않아. 반찬 가게도 그렇고. 시장 대부분이 카드 사용하는 기계도 없는데 뭘.

여A- 재래시장 앞에 카드 받는다는 현수막 붙여진 것도 거짓말이야. 상인들은 카드 받으면 세금 올라가니 꺼려하는 거예요. 그러니 카드깡을 하죠. 저 아주머니는 쌀집에서 쌀이랑 참기름 등 한 10만원어치 사고, 수수료 1만원 떼고 나머지 20만원 받아요.

여B-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카드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곳도 있어요. 수수료는 줘야겠지만.

남B- 카드고 뭐고 일만 시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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