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시달리는 이땅의 초등생에 바칩니다"
상태바
"공부에 시달리는 이땅의 초등생에 바칩니다"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3.07.11 2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칠순 할머니가 쓴 동화 '우리집 강아지 세리' 출간
20130712_110313.jpg
 
“학교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이땅의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바칩니다. 많이 아는 학생이 되기보다 많이 느끼는 학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칠순의 할머니가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동화 ‘우리집 강아지 세리’(아이들판, 98쪽, 9천500원)가 출간됐다. 작가는 성균관대에서 불문학을 전공(석·박사)하고 방송작가와 대학 강사, 중소기업 대표에 10년간의 투병생활로 암을 극복하는 등 다양한 경험세계를 체득해온 이명경(69·부평구 청천동)씨다.
오래전 대학에서 프랑스어로 된 ‘어린왕자’를 강의한 작가는 20년 세월이 흐른 2011년엔 1년간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우리말로 번역된 ‘어린왕자’를 강의했다.
작가는 어린왕자가 가지고 있는 그 티없고 깨끗한 마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우주를 꿰뚫어보는 맑은 상상력을 때묻지 않은 어린 시절의 특권으로 여긴다. 작가는 나아가 어린학생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력과 감성이 어른들의 그것을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어린왕자’의 마음을 닮은 이야기 속 주인공을 드디어 찾아 색다른 얘기로 엮은 ‘우리집 강아지 세리’가 탄생했다.
작가는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 급하게 가고 있는데, 엔진이 과열된 상태다. 뜨거워질 때마다 식힐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많이 아는 학생이 되기보다 많이 느끼는 학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화가 탄생됐다”고 말한다.
<줄거리>
성가섭의 부모는 결혼 전 아들 하나 딸 하나를 갖자고 약속했다. 꼭 딸을 먼저 낳은 뒤 아들을 낳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아들 가섭이 먼저 출생하자 많이 실망한다. 가섭은 괜히 찬밥 신세가 된다. 가섭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자란다. 엄마는 자나 깨나 예쁜 딸 하나 갖는 게 소원이다. 가섭이 여덟 살이 될 때까지 동생이 생기지 않자 엄마는 세리라는 이름의 암캉아지를 애지중지하며 딸 없는 허전함을 달랜다. 가섭 또한 세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잘 때는 꼭 가섭이 끼고 잤다.
절에 다니며 열심히 기도한 엄마는 드디어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된다. 배가 점점 불러오자 엄마는 뱃속 아기가 꼭 딸일 거라고 확신하며 아난이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출산을 기다린다.
그러나 점점 몸이 무거워지자 자신의 몸조차 감당키 어려워진 엄마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세리를 심하게 구박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달라진 엄마의 태도에 세리는 정서불안에 걸려 대소변도 제대로 못 가릴 지경에 이르고 엄마의 구박을 견디다 못한 세리는 스트레스를 받아 병들고 만다. 가섭은 그런 엄마에게 불만을 갖게 되고 엄마와 심하게 다투지만 엄마를 이길 재간이 없다.
병든 세리는 결국 죽고, 보름 뒤 아난이 태어났는데 아난은 정말 예쁜 여자 아이였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아난에게만 쏠렸고 그럴수록 세리를 잃은 가섭의 마음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세리가 보고 싶어 밤마다 세리의 사진을 안고 잔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녘 꿈에 세리가 나타난다. 세리는 별나라에서 살고 있다가 가섭이 보고 싶어 찾아왔다는 얘기, 별나라에는 지구와 달리 근심, 걱정이 없다는 얘기, 별나라에서 보면 뭐든지 훤히 보인다는 얘기 등을 하며 시험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가섭에게 어떤 문제가 나올지도 가르쳐주고는 다음에는 한밤중에 오겠다는 얘기를 던지고 사라진다.
어느 날 밤 다시 나타난 세리는 자기가 사는 별나라에는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영혼의 상태로 존재한다는 얘기, 마음의 눈으로 보면 뭐든지 다 보인다는 얘기,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서로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얽혀 끝없이 돌고 돈다는 얘기 등을 다시 들려준다.
세리와의 대화를 통해 가섭은 ‘마음의 눈’이 열리게 되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착한 심성의 가섭은 어린 나이에 하늘의 소리를 듣고 느낄 줄 알게 된다.
그런데 무럭무럭 잘 자라던 아난이 갑자기 급성폐렴으로 죽게 된다. 넋이 나간 엄마는 아난의 죽음이 자신의 오만함에 대해 하늘이 벌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깊이 참회하며 완전히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들 가섭에게도 전에 없던 사랑과 관심을 보인다. 가섭은 부모의 사랑 속에서 성적도 오르고 반장이 된다. 가섭은 부모로부터 스마트 폰을 선물 받고 무척 기뻐한다. 스마트 폰에 세리의 사진을 잔뜩 저장해놓았지만 세리에 대한 그리움은 가눌 길이 없다.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히고 싶어 밤하늘의 북두칠성을 열심히 보고 있는 가섭에게 세리가 나타난다. 세리에게 보고 싶어 미치겠다고, 다시 만날 수는 없는 거냐고 묻자 세리는 인연 있으면 만날 수도 있는데 대신 마음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는 아리송한 말을 하고 사라진다.
한 편, 새 사람으로 거듭 난 엄마에게는 하늘로부터 축복이 내린다. 곧 다시 임신을 하게 되고 죽은 아난을 꼭 빼닮은 예쁜 딸을 얻게 된 것이다.
가섭은 알게 된다. 인연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던 세리의 말뜻을. 그것은 곧 다시 태어난 여동생이 세리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