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를 예술의 섬,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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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를 예술의 섬,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고파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7.22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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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평화미술프로젝트 기획자 류성환 작가
정전 60년 특별기획으로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가 오는 7월 27일부터 백령도에서 <백령도_525,600시간과의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3회째를 맞는 행사로, 아트플랫폼 전시장을 주축으로 열렸던 지난 1, 2회 전시와는 달리 백령도 일대를 무대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아 전시기획을 진행한 류성환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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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제3회 평화미술프로젝트 전시기획자 류성환 작가

인천in: 이번 전시의 특징을 한 마디로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류성환: ‘현장매칭’이다.

인천in: 현장매칭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류성환: 평화미술프로젝트는 1회부터 현장을 중시한 행사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수집된 이야기를 일상과는 절연된 화이트큐브(White Cube: 전시공간을 의미)로 옮겨 전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형적인 전시공간을 벗어나 현장에 설치될 예정이다. 

류성환 작가가 말하는 ‘현장매칭’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기획했던 프로젝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8월에 그는 <친애하는 동식물에게>라는 제목으로 ‘제14회 황해미술제’를 기획했었고, 또 그해 7월부터 11월까지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기획한 바 있다. 

2011년, 구제역이라는 가축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생매장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도 생명경시에 대한 반성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친애하는 동□식물에게>는 당시의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해 축산업 시스템을 비롯해 문명에 대한 반성을 도모하는 프로젝트였다.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는 재개발 지역인 숙골로 주변 공간을 전시기획자, 화가, 건축가, 설치미술가, 마술사, 소설가, 심리치료사, 음악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전문가 등이 합법적으로 점거(스쾃: Squat)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럼으로써 공동체 해체가 이루어지는 재개발 지역에서 그 장소가 지닌 역사적 증거들을 더듬어 보며 새로운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해보는 프로젝트였다. 

두 전시 모두 전시공간과 일상,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루어진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친애하는 동식물에게>에서는 ‘일상의 생태 그리기’라는 주제로 초, 중, 고 학생들 218명의 공동작품이 전시됐다. 이 작품은 개개인이 그린 작품이 합쳐져 하나의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다양성과 조화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는 예술행위를 일정한 공간에 제한하지 않고 일상적 공간을 점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전시형태를 벗어난 방식이었다. 즉, 두 프로젝트에서 시도된 류성환 작가의 기획은 일상을 특별한 공간인 전시실에 침투시키거나, 예술이 일상을 점거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전복을 시도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한편, 미술평론가 유현주 미학박사는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에 대해 평하며 스쾃(Squat: 점거)이라는 방식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전개와 확장의 지점에 놓여 있는 예술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1980년대 중반이후 모더니즘의 그늘 아래 묻혀있던 소수자들의 비판적 관심이 예술활동으로 나타난 흐름을 말한다. 유 박사는 이러한 활동이 20세기 초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구정주의와 같은 집단 및 협업의 예술생산과 닿아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모더니즘 예술에 대한 저항'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갖는 것으로, 화이트큐브라는 갤러리 공간 안에서 삶과 절연된 채 일루전의 미학을 거부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1)

인천in: <백령도_525,600시간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장을 점거하는 방식을 보여주나?

류성환: 그렇다. 전시공간은 백령도 일대에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대피소가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인천in: 대피소를 전시공간으로 점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류성환: 대피소는 남과 북의 대치상황과 긴장감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공간이다. 물론,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이곳을 접하면서 그런 그 의미에 대해 무뎌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남북의 대치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이곳에 주둔하는 군인이나 이곳 아이들과 어부 등 주민들을 만나 교류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될 것이다. 

그의 이런 기획은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에서 보여준 점거라는 예술행위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점거라는 상황은 그곳에 정주하는 것도, 잠시 그곳을 거쳐 가는 것도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거라는 상황은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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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해변에 설치된 윤형 철조망이 백령도라는 섬의 정체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진: 류성환

휴전 60년, 휴전은 엄밀히 말하자면 여전히 교전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60년이라는 세월은 휴전상황을 잊게 만든다. 류 작가는 이를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라고 표현했다. 점거라는 긴장상태는 바로 현실에 대해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깊이 묻어두었던 질문을 우리에게 던질 것이다. 전쟁은, 그리고 평화란 과연 무엇인가?

류성환 : 영상 세대가 연평도 포격을 체감할 수 있을까?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린 9.11테러나 중동 지역의 자살폭탄테러 등과 같이 뉴스의 한 장면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세대는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폭력을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나? 전쟁, 폭력 이런 것에 무뎌질 수밖에.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세대를 아울러서 전쟁의 경험과 의미를 공유하자는 거다. 그리고 평화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의미다.

류 작가가 작품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백령도를 답사하며 주민들과 나눈 대화는 인상적이다. 

류성환: 입시를 앞둔 학생은 진정한 평화를 수능이 끝났을 때라고 했다. 자영업을 하는 어떤 분은 매월 월세를 무사히 납부했을 때 평화가 온다고 했다. 우리는 백령도가 남북이 대치하며 첨예한 갈등이 머무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이들은 김정은의 핵보다도 현실이라는 전쟁터 안에서의 평화가 더 절박한 거다. 더구나, 지금 남북의 수장들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말하자면, 전쟁의 위협이나 그 고통에 무뎌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칫 전쟁을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전쟁의 위험은 더 커진 반면, 전쟁에 대한 인식은 무뎌진 상태다.

인천in: 그러면,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인가?

류성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를 계기로 백령도를 ‘예술의 섬’으로 발전시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적절한 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나오시마 섬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에 의해 이곳의 낡은 집들은 미술작품으로 재창조됐다. 전 세계에 예술의 섬으로 알려지면서 한 해에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현재 백령도에 조그마한 주택 하나를 레지던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거점 삼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in: 예술 섬이 된다면 어떤 이점이 있는가, 관광 명소가 되는 것인지?

류성환: 명소가 되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된다면 이곳에 전쟁이나 도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질 것이다. 즉, 그렇게 함으로써 백령도를 평화를 상징하는 섬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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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심청각에서 내려다 본 백령도 시내. 사진: 류성환

제3회 평화미술프로젝트, <백령도_525,600시간과의 인터뷰>는 1차 행사를 백령도에서 7월 27일(토)부터 8월 7일(수)까지 개최된다. 그리고 2차 행사는 인천아트플랫폼과 송도 트라이볼 일대에서 8월 14일(수)부터 10월 6일(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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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 도록에 게재된 글 “숙골로 스쾃 커뮤니티와 현대미술-제물포의 ‘모더니티의 석고’를 깨는 예술”(유현주, 201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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