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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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 김진숙
  • 승인 2013.08.1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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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22)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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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김진숙(인천교육연구소, 석정여고)
 
병든 사회가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무너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들도 따라서 무너지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도, 교육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병들어가고 무너지고 있다.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무너지고 있다.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는 교사들도 따라서 무너지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도, 교육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병들어가고 무너지고 있다.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세상을 통해, 주변의 어른들을 통해 끝없이 보고 배운다. 깨끗하고 순수했던 마음과 머릿속에 자신들이 보고 배운 걸 담는다. 그러므로 병든 사회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담길 때 아이들은 따라서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른들을 통해, 돈이 최고인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돈 앞에서는 비열하고 잔인해지는 세상을 통해 물질만능주의를 배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돈’을 꼽는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 때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폭력의 강인함과 공포를 배운다. 학교 폭력은 사회의 폭력성이 투영되어 만들어진 산물로 모방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부도덕함과 배려 없음, 이기심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똑같이 행동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의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만 알고 남에게 함부로 대하며,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이기적이며 개인주의적인 모습들을 드러낸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교묘한 술수를 부리고 거짓된 행동과 거짓말을 반복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순간의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거나 핑계를 대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덮어씌우는 뻔뻔함조차 보인다. 교사를 위협함으로써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교사에게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고마워해야 할 순간에도 고마워하지 않으며, 미안해야 할 순간에도, 부끄러워해야 할 순간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만이 중요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은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화가 나면 교사도, 부모도, 어른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고 거친 행동과 욕설을 쏟아낸다.
이 모든 것들이 사회를 통해, 어른들을 통해 보고 배운 것이다. 아이들이 병들고 있는 건 결국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바르고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이, 사회가,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우리는 모방자들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은 잘 듣지 않지만, 어른들이 하는 행동은 반드시 따라 하기 마련이다.”라는 말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삶은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은 태어나면서부터 받게 되는 가정교육이다. 또한 아이들의 정서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가정이다. 그런데 가정에서의 삶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요새 교사들 사이에 ‘IMF동이’에 대한 말들이 농담처럼 번지고 있다. IMF 때 태어난 아이들이 왠지 불안정하고 교사들이 가르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당시 경제 침체로 인해 가정경제가 힘들어지거나 실직자가 많아지면서 위기 가정과 이혼 가정이 급증하였었다. 그런 불안정한 분위기가 곧바로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사실 무근일 수도 있겠지만, 가정의 분위기나 가정교육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 근거가 없다고 할 수만도 없다.
 
 
아이들만의 삶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 사회가 불안하고 범죄가 늘어나고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급증하고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남북 대결로 인한 불안도 커지고 있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고학력자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심각한 도덕적 위기를 낳고 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 아니라 자살로 내몰고 있다. 어른들의 삶의 흔들림은 곧바로 아이들의 삶의 흔들림으로 이어진다.
 
 
교육정책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적이 최우선시되는 현재의 교육정책은 경쟁에서 밀려난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주어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삶의 목적도, 배움의 의미도 잃어버린 채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또한 어려운 가정형편, 부모의 경제력에 대한 차별도 아이들의 소외감을 심화시킨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학비지원대상자’의 수(數)를 대폭 줄였던 적이 있다. 전년까지 지원받던 학생들이 지원받지 못하게 되자 학생도 학부모도 무척 난감해했고, 나 역시도 학생들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아는지라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몹시 분노했었다. 송도 같은 잘 사는 지역에서는 학비지원대상자가 거의 없어 한 학교에 1-2명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무조건 학교별로 같은 인원수를 배당하는 교육청의 무신경한 정책에도 화가 많이 났었다. 정치가, 정책이 아이들의 마음을 얼룩지게 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실시됐던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귀족학교로 불리는 ‘자율형 사립고’를 낳았다. 그로 인해 고교서열화, 공교육슬럼화, 고교평준화의 위기 등 논란이 뜨거웠다. 학교가 불평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민주사회에 역행하는 것이다. 민주사회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상관없이 좋은 환경에서 우수한 교사에게 배울 권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정책, 즉 정치로 인해 아이들이 차별받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예전에 영종도에 있는 국제고등학교에 갔던 적이 있다. 그 학교의 너무나도 우수한 시설을 둘러보며 부러움, 시기심, 불쾌함 등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시설과 환경을 떠올리자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교육 정책은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우리네 교육은 교육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곤두박질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권에서 강조했던 영어몰입교육은 엄청난 사교육을 양산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심각한 소외감을 주었다. 학교에는 영어전용교실을 설치하라며 막대한 예산이 내려왔고,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영역을 대체하는 시험으로 ‘NEAT’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연구개발비로 390억 원 이상을 썼다는 ‘NEAT’는 말하기를 중심으로 한 실용 영어를 강조하는 것으로, 학교에서는 이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영어 수업에 심각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자 ‘NEAT’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학교에서 그동안 겪어야했던 혼란을 우습게 만들고, 엄청난 교육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가 되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교사는 교사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국민이다. 그러나 교사는 정치적 소신을 밝히거나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정치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교사로서의 삶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며,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삶과도 직접 연관되어 있어 교사의 교육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만 한다. 그런데 사실 역사적으로나 교육과정이나 교육내용 면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교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교사는 늘 당시에 권력을 쥐고 있는 자의 편에 서야만 했었다.
 
 
교육감 선거는 지역의 교육정책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의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교사는 교육감 선거에서조차도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가 없다. 교육감의 자질이나 정책, 공약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가장 실질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데도 선거에 어떤 식으로도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로 인해 인천시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으로서의 자질에 문제를 드러냈고, 현재 수사 대상에까지 올라 있는 사람이 거듭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교사를 이 모든 과정을 뒷짐 진 채 지켜봐야 했다. 주변의 교사가 아닌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교육감 선거는 후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만일 교사들이 교육감 선거에라도 적극적으로 소신을 밝힐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교육감이 어떤 자리이며, 어떤 교육정책이 필요하며, 현재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교사들이 훌륭한 교육감을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한다면 인천 교육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교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윌리엄 에어스는 『가르친다는 것』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 나은 무엇을 향해 가르치려면 아이들과 가족 공동체, 이웃, 사회를 포괄하는 더 넓은 세상에 참여할 생각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개선하려고 애쓰면 교사로서, 또 시민으로서 중심과 힘을 지닐 수 있다.’ 또 제임스 볼드윈은 ‘사람이 의식을 갖게 되면 교육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검토하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책임감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사회를 검토하고 변화시키고 싸울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은 세상을 보고 배우며 담는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기 위해서는 사회가 바르게 변화하여야 한다. 사회를 바르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교사는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사회 변혁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책무가 있다. 또한 교육정책을 포함한 모든 정치적 상황이 아이들의 삶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 교육이, 그리고 학생들이 정치에 의해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진정한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고 교육적 가치를 지향하기 위해서 정치적 상황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불평등과 비민주적인 상황에 맞서 정치적 ? 사회적 평등을 획득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것 또한 교사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비민주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정의, 평등, 성실, 정직의 가치를 가르치면서 그런 가치들이 묵살되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부끄럽다. 성적이나 부모의 경제력 등으로 차별 받는 아이들에게 죄스럽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온갖 교육정책에 맞서 싸우지 못하는 교사의 모습이 무기력하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살기 위해, 아이들에게 희망을 얘기하기 위해 교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 정치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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