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의 비싼 수업료, 월미은하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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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의 비싼 수업료, 월미은하레일
  • 윤현위
  • 승인 2013.08.1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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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위/자유기고가
시사in의 김동인 기자는 이번호에서 월미은하레일을 두고 ‘갈매기들의 보금자리’라고 했다. 기사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월미은하레일에 관련된 기사는 정말이지 차고 넘친다. 인천의 현안이나 도시개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여기서 또 그 이야기를 하면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들, 왜 이제 와서 뒷북인가? 이럴수도 있겠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차고 넘친다고 그만하고 싶지는 않다. 일반 시민들은 논객들은 연구자들은 수사권이 없다. 생각날 때마다 계속 이야기 할 수밖에.......
월미은하레일은 처음에 왜 구상된 것일까? 이것은 단순한 교통수단일까? 아니면 관광적 목적이 더 클까? 은하월미레일이 처음 세상에 언급된 것은 2005년으로 기억된다. 이때가 인천에서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를 도시개발에서 도입할 때였다. 도시재생은 영어로 Urban Regeneration이라고 쓴다. 이 용어는 우리나라 지방정부 중에 인천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그 유명한 안상수 전시장이 명품도시를 천명하면서 나온 시도 중에 하나였다. 과거 노후한 도시를 재정비할 때 사용하던 개념인 재개발의 공간적 규모는 단독 필지 아니면 몇 개의 필지를 묶은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노후한 기미가 확연하던 구도심을 재정비하기에는 그 규모가 적절하지 않았다. 재개발은 주로 물리적인 정비에 주안점을 둔 개념이었다.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재개발을 하되 지역경제적인 요소, 문화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했다. 넓은 도시를 대상으로 하면서 전체적인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재생의 개념이 도시재생사업이 되면서 인천에도 상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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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역, 동인천역 일대에 여러 가지 구상이 나왔다. 활력 넘쳤던 왕년의 인천 시내를 정비하는 방안에는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근대도시 인천의 역사유적을 재정비하고 사람들을 물러모으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은하월미레일은 월미도-인천역-신포동을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연결시킴으로서 관광적 기능을 높이고자 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물론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개항장 일대에 전차가 실제로 다닌 적은 없다. 개항된 인천은 서울과의 연결이 중요했던 것이지 인천 내에서 중심지와 중심지끼리 연결이 필요할만큼 넓은 지역은 아니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경인선은 만들어졌어도 전차는 필요하지 않았던 거 같다. 다시 월미은하레일로 돌아오면, 역사적 복원은 아니어도 근대화초기의 유적이 많은 인천 구도심 일대를 감안한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지역의 분위기를 고려한 전략이었고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은 전차도입을 통해서 관광적인 면을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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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로 구생했던 것이 모노레일이 되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래서 은하레일이 됐다. 사실 이 모호한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으로 구상하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월미도는 아주 일부의 특정일,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들어가는 버스도 적지 않다.
전차로 가든 모노레일로 가든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은하레일이 완성됐어도 빠른 속도를 앞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지나가면서 옆에 안내해주는 사람이 초반기 인천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이 지역 일대의 경관들을 설명해준다면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인천역, 대한제분, 부두, 대성목제, 저 멀리 제철소까지 보일 것이니 천천히 설명하면서 월미도를 가면 새로운 볼거리와 제공될 에듀엔터데인먼트를 필자는 상상했다.
하지만 공사는 원활하지 못했다. 교통시설의 경험이 전무한 한신공영 때문이었을까? 감리를 잘 못한 감리단과 준공승인시에 지적받은 사람들 때문이었을까? 물론 만드는 과정에 관여된 사람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있다. 잘잘못을 가리고 따져야한다. 이렇게 부실공사가 된 것은 2009년 족보에도 없던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공정일 단축을 재촉한 측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미 인천교통사장의 증언이 나온 것처럼 안상수 전 시장은 공사기한을 단축시키기 위한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시사in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길).
인천세계도시축전에는 이 월미은하레일이 왜 필요했던 것일까? 단순한 홍보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노레일 역시 다른 도시에는 없지 않나? 롯데월드에 날라 다니는 놀이기구가 실제 도시에서 운용된다면 홍보효과에 많은 기여를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인천세계도시축전에는 인천 도시형성의 기원이나 구도심에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큰 관련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홍보용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행사를 위해서 원래 의도와 달리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인천세계도시축전에 사용된 비용은 12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은하월미레일의 비용이 여기에 추가되어야한다. 우리는 2000천억짜리 도시축제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사과정과 관련용역연구, 감리 등의 문제보다 이 문제가 먼저 선행되어 잘잘못이 가려져야 한다.
은하월미레일은 부실공사 이전에 원래 목적과 달리 급하게 특정 행사에 동원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서 생긴 문제점이다. 2009년의 도시축전이 인천의 도시발전, 도시관광, 도시이미지 개선 등에 얼마나 큰 효과를 주었나? 특정행사에 도시를 동원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잘못을 또 반복하고 있다. 내년에는 아시안게임을 한다. 그냥 지방정부에서 돈을 덜어내서 할 수 있는 비용도, 규모도 아니다.
모든 개발과 사업에 문제점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큰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도시개발, 도시행정책에나 나올법한 문제사례가 될 필요는 없다. 월미은하레일은 그 하나만으로 몇 주는 수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업자료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도시개발의 교훈을 위해서 우리는 800억이라는 큰 돈을 사용했다. 공부하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그래도 그 돈은 너무 크다. 커도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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