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서울과 수도권의 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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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서울과 수도권의 식민지
  • 박병상
  • 승인 2013.09.23 22: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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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창]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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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비약적 성장은 어떤 기반이 있기에 가능했을까. 교과서가 격찬하듯, 르네상스로 인본주의가 싹트며 다양한 학문이 활짝 피어올랐기 때문일까. 스티븐슨이 때맞춰 증기기관을 발명한 덕분일까. 종교에 짓눌렸던 유럽인들의 상상력이 해금되면서 실용적 문명에 꽃을 피워냈다고 아무리 교과서처럼 강조해도, 미덥지 않은 구석이 있다. 상상력만으로 증기기관을 펑펑 돌리면서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해 세계에 공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세련되고 하드웨어가 완비되어도 그 수단을 뒷받침하는 자재의 충분한 공급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성공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식민지에서 원자재를 마구 수탈했기에 유럽은 비약적으로 도약한 것이다.
서구화는 곧 문명화, 문명화는 곧 발전과 성장이라고 단정한 사회진화론은 식민지의 처참한 희생이 없었다면 성립될 수 없는 신화였다. ‘고등 인종’이라는 반열에 스스로 올려놓은 유럽인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열등 인종’을 보호하는 숭고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식민지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여겼다. 성장이 없으면 돈과 힘이 부족해진다. 식민지들을 보호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힘은 성장 없으면 행사할 수 없다. 성장이 부추긴 유럽인들의 우월감은 자원 착취, 노예 학대, 토착 문화 파괴를 정당화했다. 누구도 토 달 수 없는 ‘신성한 의무’였는데, 식민지는 제국주의 시대에서 머물지 않는다. 성장하려면 예나 지금이나 정의 따위는 따질 필요 없는, 식민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천은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의 무엇인가.
위 글의 ‘유럽’을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천’을 ‘식민지’로 바꾸면 현재 인천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인천 여기저기에 거듭 만들어대는 시설은 인천의 발전을 도모한다고 서울과 수도권의 고등인은 주장한다. 항공사에서 서울인천공항으로 말하는 인천공항이 그랬다. 경서동의 조촐했던 어업기지를 몰수해 거대하게 매립해 조성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그렇다. 2기 이외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겠다더니 계속 석탄을 태우는 영흥도의 화력발전소가 그렇다. 송도신도시를 비웃는 세계 최대의 LNG인수기지는 아니 그런가. 서울과 수도권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볼모였지만 그들은 인천의 발전을 위한 시설이라는 선동을 믿어라 강요했다.
유럽인들은 “식민지의 보호”를 위해 식민지 백성의 의견을 물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들은 보호 대상일 뿐, 열등하지 않은가.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로 빠져나간다는 인천이 그렇다. 인천에서 돈을 벌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냉큼 주소를 옮기는 시민이 유난히도 많은 인천이 아닌가. 인천에서 자라 서울로 가서 성공했다는 이들이 인천에 와서 하는 일은 따로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위한 시설을 인천에 지을 때, “왜 우리 의견을 묻지 않고 저런 시설을 집중하게 하는가!” 분노하는 인천시민들을 설득하거나 억압하는 소임이 그것이다. “내가 인천 사람이므로” 보상금을 더 줄 수 있다거나 “나도 인천 사람이지만” 국가의 발전을 위해 양보하라고 요구한다. 실상은 서울과 수도권을 위하는 일이다.
영흥도의 화력발전소는 지금도 탐탁하지 않은 인천의 대기를 돌이키기 어렵게 망치고 있지만 발전시설을 추가할 태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그런 정책을 펴는데 앞장선 서울사람은 공기가 나쁜 인천에 오래 머물려 하지 않는다. 고등인이 할당해준 대기오염 총량제의 한계를 영흥도의 화력발전소가 대부분 잠식하므로 발전소 이외의 생산 설비를 확충하지 못하는 인천은 고용이 늘어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러므로 열등은 고착화된다. 증설하는 시설은 발전소에서 멈추지 않는다. 세계 최대를 인천시민이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인천시에 LNG탱크를 증설하고자 한다. 물론 인천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그래서 열등한 자들이 분노하자, 고등인은 사탕이 모자랐다고 여긴다. 홍보가 미숙했다는 게 아닌가.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연료를 당초 약속대로 LNG로 바꾸라는 주장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비용이 많이 들면 국가발전이 저해된다, 공기가 조금 더 지저분해지더라도 참아라!”고 윽박지르는 고등인은 하필 인천의 식민지 백성이 애지중지하는 송도신도시의 옆에 LNG탱크를 더 짓겠단다. 그래도 모자라면 영흥도에 추가할 수 있단다. 그러면서 영흥도에 늘이려는 화력발전소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필코 석탄으로 태워야겠단다. 열등인들의 폐가 고등인보다 튼튼한 것도 아닌데, 인천시민의 건강이 절딴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송도의 LNG탱크에서 가스가 새어나와도 1년 반이나 알리지 않은 고등인들은 5천억이 넘는 공사비가 들어가는 사업이니 네놈이 양보하라고 다그칠 뿐이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수명을 이미 한 차례 연장해주었건만, 2016년 기한을 무시하고 계속 자신의 쓰레기를 인천에 버리겠다는 서울과 경기도의 속내는 인천이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매립 완료한 공간에 뭔가를 근사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사탕이면 열등인은 만족해할 거라 믿는다. 다음 카드는 물론 강요가 될 테지만 쓸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악취가 발생해 아우성치고 시장이 관사를 옮겨도 결국 열등인의 행동은 거기에서 바닥난다는 걸 고등인은 이미 알고 있다. 열등인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고등인의 손바닥 안이 아닌가. 사탕의 크기에 민감해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어왔던 열등인은 지쳤다. 돈 벌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떠나야 주홍글씨에서 해방된다.
추석이 지났다. 가스로 전 부치고 가족과 둘러앉아 대형 평면텔레비전 바라보며 음식쓰레기 많이 내놔도 서울과 수도권의 고등인은 걱정이 없었을 것이다. 인천이 다 받아주지 않던가. 식민지 열등인의 숙명이다. 오염된 공기 마시면서도 전기료 똑 같이 내고, LNG가스 누출 사고 소식에 항변해도 가스요금의 할인은 일체 없지만, 착취당해도 묵묵히 견뎌야 했던 유럽의 식민지처럼 수궁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성장이 없으면 보호받을 수 없는 인천의 처지가 그렇지 않은가. 서울과 수도권이든, 인천이든, 발전과 성장이라는 신기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식민지의 저항은 찻잔의 폭풍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열등할 뿐이다. 한데, 석유위기 시대에 지속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정의롭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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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2013-09-23 10:36:11
인천 인으로 답답하고 30년 넘어도 내는 경인 고속도로 비 에 저도 분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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