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으로서, 수업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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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으로서, 수업한다는 것은?
  • 이수석
  • 승인 2013.09.2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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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인천교육미래찾기(26)
  • 인천시민들은 인천교육의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변화로 가는 길을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화의 지향성에 대한 공론이 부족한 탓입니다. 변화하려면 공유할만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미래도시를 꿈꾸는 인천에서 인천in’은 교육을 화두로 끌어안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먼저 고민하려 합니다. 그 시작으로「인천교육연구소」와 함께 인천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긴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수요일에 교육현장에 발 딛고 선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더욱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가감 없이 시민들께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인천교육의 공론장이 생긴다면 미래의 인천교육은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in’과 「인천교육연구소」가 함께하는 '인천교육의 미래찾기'에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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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으로서, 수업한다는 것은?

    이수석(석남중, 인천교육연구소)


동산고등학교에서 철학과 논리학 수업을 진행해왔었다. 문제풀이 능력보다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자 학생들이 재밌게 활동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업지도안을 구안했고 실시했다. 주어진 텍스트는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였고 만들었다. 그 자료를 보고⇒읽고⇒생각하고⇒말하고⇒쓰기의 순서로 수업했다. 학생들은 이미 알 것은 다 아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제대로 아는 학생은 드물었다.

고등학교 2학년 대상으로 한 철학/논리학 수업은 평가를 하지 않은 교양과목이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짜서 수업할 수 있었다. 물론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습목표는 언제나 유지하였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가슴보다는 손과 발이 부지런한 인간이 되도록 많은 활동과 창작, 그리고 함께 생각하고 문제해결하기를 훈련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수업의 방식을 활용하였다.

자기소개하기 게임-빙고게임?롤링 페이퍼(Rolling Paper) 등으로 수업을 열며 학생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였다. 그리고 논리학과 철학 수업에서는 모자색깔 추리하기? 기사와 건달 추리하기??어조목(漁鳥木) 게임?주장하기와 이유달기?사랑체험수기?우주선(생존게임)?육하원칙게임?사위사랑은 장모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철학심리)?유서쓰기?유비추론?짝짓기 논리?행렬논리?삼단논법 원 논리?벤다이어그램?이 책의 제목은??문화/생각/대화-문장완성하기?감정표현하기?쌀보고 표현하기 ?연작 소설쓰기?연극대본 만들기?감정표현하기(문장완성하기)?문장이어서 글 완성하기(새로운 이야기 만들기)?사랑의 메시지 보내기(전화, 문자, 메일 등)?야구게임?자기이름(교사이름)으로 삼행시 짓기/동산고교(사자성어)로 사행시 짓기?초한지(항우와 유방-지도자의 덕목)?개념-스무고개?문장이어서 글짓기?수사반장게임?휘문고-교사를 가르쳐라?찌개박수/환호박수?의자 뺏기 게임?영화보고 글쓰기(불을 찾아서, 죽은 시인의 사회)?EBS 지식채널을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글쓰기?모둠별로 역할극으로 내용 전달하기?1분 발표하기 등.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은 참으로 좋아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새롭게 재밌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설문조사를 통해서 이런 수업은 처음 해 보았다고 좋아했다.

난 이런 경험을 갖고 석남중학교로 왔다. 다행히 석남중학교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진행하는 인천의 혁신학교(?)라 할 수 있었다. 미래 교육의 희망을 배움의 수업공동체 철학에서 찾은 김형백 교장선생님과 그 뜻을 함께 하는 많은 선후배교사와 동료교사들은, 수업에서 한 학생도 소외됨이 없는 교육활동을 이루기 위해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진행한다. 모둠으로 진행되다가 전체학습으로도 진행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나의 수업방법과도 통했다.

하지만 3, 4월 달을 거쳐 5월 달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은 떠들기 시작했다. 별 의미 없는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로만 아이들은 수업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선생으로서 수업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내 수업은 편하고 노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배움의 공동체를 함께 진행하는 동료와 선후배 교사들도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갈등하였다. 가장 큰 핵심사항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오류체크의 기능이 없다는 점과 검증의 기능이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오답이나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고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기본개념, 기본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내 수업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의 수업은 갈팡질팡하기 시작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 인문계학생들에게는 잘 통하던 수업방식이었지만,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는 무리가 있었다. 내용의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였다. 추석 연휴 때의 시작인 화요일에 드디어 학생들의 이의제기가 들어왔다. 학생들 4명이 문제풀이가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서 떨리는 가슴을 안고 나에게로 왔다.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좋아요. ‘공부는 너희들이 하는 것이다. 공부한 것은 남을 주어야 먹고 살 수 있다. 남 주기 위해 하는 공부, 열심히 정확하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한 것은 남 주지 않는다.’는 말씀도 공감이 가고 감동도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료를 주고 저희들에게 모둠별로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셨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반 친구들에게 설명하라고 하셨죠. 이런 상태의 수업을 진행해 본 것이 3주 6시간이 흘렀습니다…….

저희가 이대로 고등학교를 진학한다면, 사회3이란 과목이 새로운 개념들이 많은 과목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많은 개념들을 이해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존경하고 공감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에게 길을 알려주십시오. 개념 정의를 해 주시고, 그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예를 역사적 사실이나 우리 생활주변의 일에 적응해서 설명해 주세요.”

그들은 흥분해 있었다. 목소리는 떨고 있었고, 심장은 얼마나 콩딱콩딱 요동치며 떨었겠는가? ‘선생님! 수업해 주세요. 가르치는 게 선생님의 의무이잖아요. 떠드는 아이가 있다면, 체벌을 해서라도 강의해 주세요. 이렇게 놀기만 하다가 고등학교나 사회에 나가면, 무식하다는 소리 들으며 좌절할까 겁나요. 아니 저희들의 고등학교 성적과 사회생활을 어떻게 책임지실 건데요? 공부하게 해 주세요. 선생님!’

정말 가슴이 벅찼다. 이 아이들의 선생이란 것에 자부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날, 퇴근하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문제풀기는 잘하는 활자중독인 아이들. 6시간 이상을 자신의 재기발랄한 끼를 책상과 의자에 묶여 두고 있는 아이들. 재미있고 감동 있는 이야기에는 집중을 하다, 그 순간이 지나면 금방 산만해지고 떠드는 아이들. 수업시작부터 언제나 늘 거울을 책상위에 놓고 화장을 하는 아이들. 이미 학원과 과외 시간에 들은 이야기를 또 다시 듣기 싫어 수업시작하자마자 엎드려 자는 아이들. 밤새 컴퓨터 게임을 하다 지쳐,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피곤한 몸을 추스르지 못해 책상위에 얼굴을 묻는 아이들. 부모의 계획된 일과를 채우다 학교에서나마 잠시 쉴 수 있는 마마보이와 마마 걸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자신이 알고 싶은 것들은 언제라도 알 수 있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아이들. 참으로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학교 수업시간에서라도 쉬고 싶기에 책상위에 엎드린다. 이들이 이팔청춘인 16살의 혈기왕성한 석남중학교의 3학년 학생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석남중학교 아이들 만이겠는가?

정말 학생들이 공부하기 좋아하는 수업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많은 수업의 노하우를 갖고 계신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 교사들의 수업을 보았다. 좋은 것은 벤치마킹도 했다. 그리고 석남중학교에 와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접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모범답안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의 형식적 틀을 짰다. 그리고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기 시작했다.

수업 시작할 때는 ‘사랑합니다’로 인사한다. 수업은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①학습목표의 제시와 설명(5분에서 15분)→②모둠별 수업(15분에서 20분)→③질의 및 응답(10분에서 15분)→‘사랑합니다’로 인사하면서 수업을 마친다.

①학습목표를 필기하고 설명한다.

②모둠별로 앉는다. 한 모둠당 1문제씩을 할당한다. 그 문제를 그 모둠에서 재밌고 유쾌하며 유익한 수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모둠원이 돌아가면서 수업한다. 전체 모둠을 대표하여 수업을 진행한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상점1점에서 2점을 부여한다.

- 축구 할 때는 축구시합의 룰이 있다. 축구에 야구 게임의 룰을 적용할 수는 없다. 교단에 선 학생은 선생님이다. 이 선생님이 교실의 자리로 돌아오면 학생이다. 언제나 여러분과 나는 학생이면서 동시에 교사이기도 하다. 교사일 때의 역할과 학생일 때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 이것은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으면 교사로서 유쾌하고 납득할 수 있는 벌칙을 주어도 좋다. (팔굽혀펴기 15회, 앉았다 일서섰다 21회, 무릎 끓고 손들고 있기, 손바닥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등으로 말 잇기, 계단 오르내리기 5번, 시 한수 읊기, 명문장발췌해서 발표하기, 쪼구려 뛰면서 번호 붙이기. 마지막번호를 붙이면 두 배의 벌을 받기. 등)

- 수업할 때는 개그콘서트를 모방한 수업방식이나 역할극, 1인 다(多)역, 전형적인 선생님 스타일의 수업, 학생들을 시켜서 수업하는 방법, 못하는 학생을 야단치면서 집중하여 수업에 몰입하게 하는 방법 등등의 수업을 활용하면 된다.

③ 모둠을 해체하여 일렬로 일제식 수업형태나 'ㄷ‘자 형태로 책걸상을 배치한다. 그리고 질의 및 응답. 끝마무리는 자신과 친구들의 손바닥을 마주치며 ‘사랑합니다’로 인사를 하면서 마무리 한다.

나는 선생이다. 그리고 학생이다. 김영민교수가 한국일보에 오래전에 쓴 천자춘추의 마지막 글귀는 나의 위안이자 격려이기도 하다.

‘……선생은 가르칠 무엇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그는 가르칠 것이 없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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