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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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것
  • 장현정
  • 승인 2013.11.2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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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장현정/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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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하나 둘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출산한 친구가 다섯 명이나 됩니다. 저도 배속에 6개월짜리 아가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심리와 발달 분야에 대해서 나름대로 배웠고 많은 아이들의 심리상담을 하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기를 가지니 제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초음파 사진을 어떻게 보는지, 임부복은 언제부터 입어야 하는지, 임신 중 주의사항은 무엇이고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무엇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4개월 후면 아이가 태어날 텐데 신생아 용품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분유를 탈 때 따뜻한 물은 얼마나 타야 하는지 모유수유는 어떻게 해야 하며 적절한 목욕물 온도는 어느 정도인지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배워야 하겠지요.

임신 초기에 하혈에 절박유산 진단을 받아 열흘가량을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유산방지 주사도 맞았습니다. 다행히 고비를 넘겼으나 입덧이 찾아왔습니다. 하루에 두 세 번씩 토하고, 그나마 먹은 음식도 소화가 잘 안되었습니다. 차 냄새, 담배 냄새, 화장실 냄새, 냉장고 냄새... 사방에 그렇게 많은 냄새들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제는 아기가 많이 커져서 배가 당기고 뭉치고 자다가 종종 깨곤 합니다. 영화 한편을 보는데 화장실을 세 번 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불편하고 고생을 하는데도 신기하게 하나도 아이가 원망스럽거나 밉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기에게 나쁠까 노심초사하며 조심조심 생활하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발로 차는 태동을 느낄 때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기가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구나 싶어 마냥 기쁘고 행복합니다. 주변에서 여러 엄마들이, 친정 엄마가 늘 이야기 했던 모성이란 것이 이런 건가보다 싶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더욱 더 이 마음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임신을 하게 되자 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도 이렇게 열 달을 엄마 배 속에서 살았겠구나.’

‘이 아이의 엄마도 이렇게 열 달을 아이를 위해 노력했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엄마들을 가르치려 하고 엄마들을 비판하고 재단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자신의 자녀를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그 엄마일 텐데, 가끔 제가 더 잘알고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 빠지곤 했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버스와 지하철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서도 생각합니다. ‘저 사람들 모두가 이렇게 태어났겠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엄마의 배를 빌려 태어나게 되고 모든 엄마들은 이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니 사람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습니다.

평생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들을 지난 몇 달 동안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책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공감”을 하게 되고 내 자녀만큼 소중한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아이를 위해 더 배우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노력하고 싶어집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멋진 경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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