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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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
  • 최혜욱
  • 승인 2013.12.23 0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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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최혜욱 /인천광역시 노인인력개발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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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대학선배 한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독립영화 연출자인 그는 올봄부터 간암으로 인해 투병을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가 이번 12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지 얼마 안 되어 죽음을 맞이한 것이었다. 대학시절 사회복지학과 선배로서 그는 늘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로움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자기주장을 하기 위한 실천에도 늘 앞장섰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소시오드라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함께 지냈던 시절에도 사회복지사는 상식과 양심을 기본으로 갖추되 반드시 실천하는 직업인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었다.


연극과 영화,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고, 가슴속에 정의로움과 연민을 안고 살아가던 선배는 졸업 후 사회복지기관에 취업을 했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작가를 부업으로 하다가 그 일에 재미를 붙이고선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두고 방송작가, TV리포터, 방송PD로 나서게 되면서 사회복지의 길을 걷는 선후배들과의 소식이 끊겼었는데, SNS를 통해 근황을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故 이성규.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은 201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인력거” 와 2013년 12월에 개봉한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 두 편이다. 특히 12월 19일에 개봉한 이번 영화는 이성규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감독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인 이야기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리얼한 인도를 담아보겠다고 무작정 인도로 떠난 다큐멘터리 PD 병태, 그와 함께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촬영감독 최감독, 취업에 실패하고 인도로 도망친 한나, 남편과 아들의 무관심에 가출한 순영, 이렇게 네 남녀가 인도에서 고난과 시련의 연속인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서도 탄생하는 생명과 갠지즈강에서 장례를 치르는 인도인들의 모습 등을 통해 우리네 삶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영화제목의 ‘시바’는 ‘시바신에 귀의합니다’ 하는 뜻의 ‘옴나마 시바’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시바’는 흰두교에서 창조와 파괴의 신이라고 한다.


실제 고인이 영화촬영을 위해 인도에 있던 중 얻게 된 B형 간염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간암의 씨앗이었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창조와 파괴를 함께 담고 있는 그의 인생 이야기와 영화가 참으로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태도도 남다른데, 다시 살펴본 그의 SNS에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는 것을 결정한 뒤 적어놓은 글이 있었다. '아내와 끌어안은 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울음을 털었다. 울어서 달라질 건 없다. 일상처럼 웃었다. 이제 우리 가족의 일상에 나의 죽음이 들어왔다. 죽음은 나를 존엄하게 한다. 죽음은 존엄의 동반자다. 아내와 나는 그 죽음을 웃으며 맞이한다. 환영한다.'


죽음을 맞이하기 이틀 전, 독립영화 PD로서 객석이 가득찬 영화관을 보는 것이 꿈이라던 그에게 “한사람만 모르는 특별한 개봉”의 이벤트도 있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그가 그 자리에서도 "독립예술영화 르네상스가 올 수 있게 사랑해 달라" 고 강조하면서 마지막 열정을 드러냈다고 하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비록 나는 영화인은 아니지만 그 열정과 의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에 남아 삶을 살아가는 이로서, 뜨거운 심장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노력하여야겠다. 영화에 대한 취향은 다르기 때문에, 영화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한해를 정리하는 이즈음에,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감독의 이야기와 함께 권하고 싶은 영화 한편이다. <시바, 인생을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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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2013-12-23 08:07:09
영화 꼭 보고싶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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