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의 확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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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의 확산을 위해
  • 박병상
  • 승인 2014.01.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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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창]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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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살둔마을 ‘제로에너지 하우스’ 


체감온도 영하 70도는 어느 정도일까. 나이아가라 폭포의 일부를 얼릴 정도의 맹추위에 미국 뉴욕을 비롯한 동북부가 얼어붙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살신성인을 보여주는 엉뚱하면서 안쓰러운 뉴스 화면도 있었다. 혀를 어떤 물체에 대자마자 그 끝이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웃을 수 없었던 보도팀이 카메라 전원을 끄자마자 조치를 취했겠지만 시청자를 위해 잠깐 무모했던 그 기자는 적잖게 당황했고, 한동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찻잔 안의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자 그대로 얼어붙는 추위를 사람은 맨몸으로 얼마 견디지 못한다. 불을 사용하고 동물의 털가죽으로 체온을 유지하게 되면서 겨울이 혹독한 곳까지 퍼졌을 텐데, 석유를 몰랐던 시절, 사람들은 작은 집에서 체온을 나누며 겨울을 견뎌야 했을 것이다. 겨울이면 영하 40도로 떨어지는 초원에서 몽골 유목인들은 게르라고 하는 양가죽 텐트에 온 식구가 모여 준비해둔 말똥을 태운다. 은은하게 오래 타는 말똥이 장작보다 낫다고 한다. 탈 때 뜨겁게 만드는 장작은 불꽃이 스러지자마자 게르의 온도를 급히 떨어뜨린다.


석유가 값싸게 공급되면서 우리는 겨울철 난방의 어려움을 잊었다. 넓은 집에서 내의 차림으로 지낼 수 있게 따뜻한 세상은 한 세대 전에 드물었다. 두 세대 전 선조는 상상하기 어려운 만용이었을 것이다. 한데 석유 공급에 위기가 왔다. 가파르게 오른 석유 가격이 점점 더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따뜻한 겨울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개별 보일러에 의존하는 시골 주택들은 난방비 부담이 크다. 도시의 자식에게 손 벌리기 싫은 노인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몸을 녹인다고 한다.


지역난방이 확대되면서 단지 내 중앙난방이나 개별 보일러에 의존하던 도시 공동주택 거주자의 난방비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난방을 위한 관로를 여럿 설치할 수 없으니 소비자는 하나의 지역난방업체에 의지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든 난방비가 인상된다면 개발 가구는 부담을 늘리든가 실내온도를 줄여야 한다. 전기 난방제품은 누진세가 무서운 가정에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니, 추위를 참지 못하고 난방비 부담이 큰 집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거나 더 껴입으면 나을 텐데, 주택이 옷을 더 입을 수는 없을까.


‘패시브하우스’라는 게 있다.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독일 대부분 도시의 공공주택이나 관공서에 반드시 채택해야 하는 패시브하우스는 내부에서 발생한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단열이 철저한 주택이나 건물이다. 남한에서 가장 추운 마을이라는 홍천군 내면 살둔에 ‘제로에너지하우스’라고 이름붙인 패시브하우스가 한 채 있다. 바깥이 영하 30도로 내려가도 한 차례의 장작 난방으로 1주일 이상 섭씨 20도 안팎을 유지하는 그 집은 5년 전에 완공했다. 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은 면적 주택에 10분의1이면 충분한 패시브하우스는 살둔 이후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제로하우스를 직접 지은 집 주인은 방문자를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책을 펴내면서 홍보에 적극적이지만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에 패시브하우스의 보급이 아직도 어려운 건 추가되는 건축비의 부담보다 마땅한 자재를 구하기 어렵고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업체가 드문 탓이다. 신축 건물은 의무적으로 패시브하우스로 지어야 하는 독일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있기에 확산이 가능했다. 먼저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솔선수범하자 자재가 대량생산되면서 가격을 낮췄고, 다양한 표준설계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민간 수요도 크게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개개인의 도전과 시행착오에 맡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민간 사업자가 짓는 공동주택에 패시브하우스 공법을 도입하는 사례가 생기지만 부분적이다. 높은 건축 비용이 확산을 가로막아 일부 공동주택에 그친다. 늘어나는 난방비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는 석유위기 시대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건만 독일에 비견할 만한 정부의 지원이나 솔선수범은 여태 눈에 띄지 않는다. 개인의 시행착오가 아쉽게 사장될 따름이다.


건물을 패시브하우스로 신축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주택의 단열을 보완하는 자재와 시공의 연구, 그리고 지원과 보급이 필요하다.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외벽을 크지 않은 비용으로 손쉽게 보완할 수 있다면 도시는 그만큼 건강해진다. 온실가스가 줄어든 만큼 깨끗해진 환경에서 저축이 늘어나는 시민들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커질 것이다. 수입이 줄어 지역난방 사업자가 울상이라면 지방정부가 인수하는 게 좋다. 겨울이 추운 지역에서 난방은 공공영역에서 책임질 시민의 기본권에 가깝지 않은가.


살둔에서 5년 이상 패스브하우스가 별 탈 없이 이용된다는 사실을 인천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살둔보다 겨울철 기온인 높은 만큼 시민들의 난방비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영흥도의 화력발전소에서 막대하게 발생하는 열을 바다에 버려 해양생태계를 교란하기보다 인천시와 주변 도시의 난방에 활용한다면 패시브하우스 공법으로 보완했거나 신축한 건물은 금상첨화일 것이다. 번쩍이는 유리건물보다 훨씬 시급하고 공공적 가치가 크다. 일상적이 된 기상이변이 뉴욕의 이번 혹한처럼 위협해도 너끈히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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