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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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약속
  • 윤현위
  • 승인 2014.01.2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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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아버지의 약속과 감독의 약속을 응원하며-


여러분들은 故황유미라는 이름을 아시는지. 아마도 잘 모르실 것이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유미양은 2003년에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노동자로 근무하다 2005년에 백혈병을 진단받았고 2007년에 사망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23살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6년 동안 딸의 사망이 산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삼성전자와 싸워왔다. 중간에 큰 돈으로 이 사안을 정리하자는 제의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딸을 위해서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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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현재까지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변호인을 보면 알겠지만 영화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힘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성공하는 것이지, 영화의 성격과 현재의 상황만으로는 흥행이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故 황유미씨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영화이다. 원래 영화제목은 삼성전자가 광고문구로 사용했던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배급되는 과정에서 가족이 약속으로 변경됐다. 어쩌면 영화의 성격에서 가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약속이 맞을 수도 있겠다. 또 하나의 가족을 그대로 사용하면 마치 삼성과 맞서기 위한 영화로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김태윤은 삼성을 고발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고 했다. 이는 삼성과 맞서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영화의 스토리에 더욱 더 집중한 결과라고 필자는 이해한다. 만약 삼성을 공격하기 위해서 만들었다면 두 개의 문처럼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쪽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영화제목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계속 갔을 것이다. 배급사쪽의 의견에 반대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는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다. 메이저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주지도 않았을뿐더러, 누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상대는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태안기름유출사건도 강정마을에서 일어난 어선충돌 사건도 모두 삼성이 일으킨 사건임에도 그 어느 뉴스에서 삼성이란 소리가 나오지 못했다. 쉽지 않고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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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철민이 故 황유미씨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영화로 만든다면 투자는 누가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영화에는 제작비가 약 15억정도가 들어갔다고 한다. 영화계의 상황을 잘은 모르지만 15억이란 돈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사실 영화제작비로 생각해봤을 때는 매우 큰 비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영화제작시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여러 제작사의 문을 두드렸었다. 그러나 영화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삼성을 소재로 한 영화에 선뜻 투자를 바라는 것은 어려웠다. 시나리오의 내용에 관한 부분은 그 다음이었다. 영화초반 어렵게 1억정도의 예산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45회차에 걸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김태윤감독은 이 회차를 22회로 구성했고, 시나리오도 여기에 맞춰서 다시 수정했다. 그러나 4회차분을 촬영했을 때 이미 제작비는 바닥이 난 상황이었다.

영화에 자금을 조달하는 팀에서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투자자를 찾기 시작했다. 돈이 다 떨어졌을 무렵, 딴지일보에서 런칭해서 방송되고 있는 팟캐스트방송 ‘그것은 알기 싫다’에 김태윤 감독이 출현했다. 이를 계기로 개인 투자자들이 12억정도의 투자금을 보내왔고, 크라우딩펀드 형식으로 약 3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모였다. 타짜, 범죄의 재구성의 촬영감독을 맡은 현재 충무로 최고의 촬영감독인 최영환은 수억원의 블록버스터 영화계약을 앞두고 이 영화를 위해서 계약을 고사했다. 이 영화의 소식을 들은 다른 제작사와 현장에서 자신들의 음식과 장비들을 나누었고, 엑스트라를 구한다는 공지사항에 전국에서 일반시민들이 달려와 촬영을 도와줬다. 영화주인공인 박철민씨 역시 노게런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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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은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딸에 대한 약속이자, 아픈 딸이 자신의 택시에 숨을 거둔 모습을 전해 듣고, 시대에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감독의 약속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논쟁과 논란들이 많이 있다. 종이신문 말고도 매체가 얼마나 많은가? 파워블로그라고 불리는 1인 미디어들도 많고, 팟캐스가 6,000개도 넘게 방송된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다. 내가 직접 당하지 않으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연대할 수 없다. 연대하지 않으면 일반 시민들은 그 피해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살면서 겪는 직접적인 피해나 억울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철도파업을 보자, 철도노동자들의 연봉이 6,000만원이나 된다면서? 그러면서 무슨 파업을 해, 우리같이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결국 이렇게 문화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문화칼럼을 끝낸다. 그래도 이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70만명이다. 영화 변호인 반만큼만 들어와서 봤으면 좋겠다. 개봉일은 2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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