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골치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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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골치 아프네"
  • 김도연
  • 승인 2010.05.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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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이나 뽑아야 하는데…지지 후보는 없고

일선 동주민센터는 26일부터 선거공보물 분류 및 발송 작업을 시작했다. 

취재 : 김도연 기자
 
"가뜩이나 이번 지방선거에는 뽑아야 할 사람이 여덟 명으로 많아 혼란스러운데, 지지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홍보물을 일일이 살펴보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연수구 연수동에 사는 김모(71)씨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아주 혼란스럽다. 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 놓았지만, 나머지 교육감, 교육의원, 시의원, 구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비례대표 구의원 등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이번 지방선거에선 유독 부동층이 많다. 특히 처음 직선으로 뽑는 교육감과 교육의원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유권자가 '잘 모른다'거나 '무응답'으로 조사돼 더 그렇다.
 
김씨는 "오며 가며 선거 벽보 내용을 보기도 하지만, 꼼꼼히 따지지 않고 대충 훑어보는 정도에 불과하다"라며 "홍보물을 받아본 뒤 파악하려고 하는데, 투표를 해야 하는 사람도 많고 후보도 많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일선 동주민센터에서는 26일부터 28일까지 각 가정으로 전달할 선거 후보자 공보물 정리 및 발송 작업을 벌인다.
 
인천시선관위에 따르면 선거 공보물을 받을 세대 수는 중구 4만1천104, 동구 3만864, 남구 17만79, 연수구 9만7천865, 남동구 17만3천953, 부평구 20만9천839, 계양구 12만6천385, 서구 14만4천124, 강화군 2만8617, 옹진군 8천917 등 모두 103만1천737 가구다.
 
하루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각 가정에서는 이르면 29일부터 이번 선거의 공보물을 받아 볼 수 있다.
 


분류 작업에 앞서 한켠에 보관중인 선거공보물 일부.
 
그런데 가정에서 받아서 볼 선거 공보물이 만만치 않다. 2차에 걸쳐 모두 8번을 기표해야 하는 이번 지방선거의 공보물은 많게는 30가지 이상 되기 때문이다.
 
김씨가 사는 연수1동의 경우 각 세대에 전달하는 공보물만 30가지이다. 평균 8쪽 짜리로만 계산해도 240쪽 분량. 웬만한 책자 못지않아 유권자들이 전체를 살핀다는 게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부평 2동 주민 박모(56)씨 역시 이번 선거에 누구를 택해야 할지보다 어떻게 골라야 할지를 고민중이다.
 
박씨는 "시장과 구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에선 후보자 공보물을 살펴보고 고르려 하고 있지만, 양이 많다는 말에 솔직히 다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선택하기에 앞서 선거별로 출마한 후보들이 누구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면, 포기하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후보자를 살피기 어려워 인물과 공약보다는 정당 순으로 기표를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는 게 박씨의 말이다.
 
박씨에게 전달될 선거 공보물 역시 30개에 이른다.  이를 살펴본다고 해도 후보자별 인물과 공약을 비교하기보다 "누가 나왔나"라는 관심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선거공보물 두께가 백원짜리 동전의 높이보다도 크다.
 
26일 공보물 정리 작업을 맡은 한 동사무소 관계자는 "나조차도 공보물 양을 보고 후보 가리기를 포기했는데, 그 많은 공보물을 다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라며 "사상 최대 선거가 사상 최악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일선 선관위 관계자들조차도 이런 부분을 걱정한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30개가 넘는 공보물을 일일이 살핀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라며 "실제로 투표 당일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지지 정당을 염두에 두고 순서대로 찍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권을 행사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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