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거슬러 사람 사는 성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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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거슬러 사람 사는 성을 거닐다
  • 김유철
  • 승인 2014.02.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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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무작정 배낭여행] (4)디우-우다이뿌르-자이살메르-조드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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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의 ‘미역해변’이다. 디우에 있는 해변 중 가장 좋았던 해변이었다.

또 다시 2주가 훌쩍 지났다. 벌써 2월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도저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여행을 다닐 동안에는 날짜 감각이나 요일 감각이 사라지는 듯하다.
이번 2주 동안에도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루 종일 더운 남인도에 있다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북인도로 올라왔다. 두 번째로 찾은 북인도는 달라진 점도 있었지만 그대로인 것들도 많았다. 2년 반 전의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아메다바드’에서 한나절을 보낸 후, 저녁 기차를 타고 아침 일찍 ‘부즈’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라 잠이 덜 깼는지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다. 부즈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스스탠드로 향했다. 소금사막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서둘러 도착해 안내소에 가서 소금사막에 가기 위한 버스편을 물어보았다.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1월 말일을 기점으로 해서 그곳에 가는 버스편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당황해 2번, 3번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르지 않았다. ‘며칠만 빨리왔으면 좋았을걸’하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쩔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프나 릭샤를 타고 가는 방법을 물어봤지만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요금이어서 포기해야 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얼른 디우로 넘어가기로 했다. 해서 또 다시 안내소에 물어보니 ‘디우’로 직행하는 버스는 없고 디우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verawal(베라왈)’이라는 곳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언제 출발하냐고 물어보니 저 앞에 있는 버스를 가리키며 10분후 출발이라고 한다.
버스는 출발했으나, 이 버스가 얼마만에 그곳에 도착하는지 물어보지 않은 것이 큰 실수였다. 버스는 아침 8시30분에 출발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베라왈까지 길어야 6~7시간이면 도착할거라 생각하고 베라왈에 도착해서 버스를 갈아타 디우에 도착하면 저녁 무렵이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당연히도 이 버스는 로컬 버스였기 때문에 베라왈로 가는 주변 도시들을 하나하나 거쳐갔고 한 도시에서도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태우고 내렸다. 심지어 옆자리에는 현지 할머니 한 분과 어린 여자아이 한명이 타고 있었는데 여자아이가 멀미를 하는지 구토를 했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 버스에서는 잠을 커녕 편안히 앉아있기도 힘이 들었다. 결국 베라왈에 도착을 하니 밤 8시 30분정도가 되었다. 같은 주 내에서 이동을 했는데도 꼬박 12시간이 걸렸고 이동만으로 하루를 날린 셈이었다. 또, 결론적으로 부즈에서 베라왈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타고 있던 사람은 필자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필자는 서둘러 디우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3시간여를 더 가야했다. 다행히 버스는 바로 있었다. 또다시 한참을 달려 디우에 도착하니 자정 무렵이다.
디우 버스스탠드에 내리자 주변은 온통 암흑이었다. 길거리에 개들만 왔다갔다 할 뿐 사람의 인기척도 거의 없었고 그 흔한 오토릭샤 한 대 조차 보이질 않았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곳에 숙소 한곳이 눈에 띄어 좋지 않은 방에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주고 잘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쏜살같이 일어나 섬 안쪽으로 더 들어가 괜찮은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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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나절의 ‘디우 항’. 정박해 있는 배들과 그 옆을 지나가는 소가 안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다

디우는 구자라트 주의 남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이다. 구자라트 주에 속해 있는 듯 하면서도 속해 있지 않은 정부 직할 지역이다. 구자라트 주는 인도 내에서도 육식과 음주에 대한 전통이 더 엄격한데 행정구역 상 구자라트 주 소속이 아닌 디우는 음주가 자유롭고 심지어 고아와 함께 주세 면제구역이기까지 하다.
 
필자에게 디우는 정말 좋았던 곳이면서 동시에 운이 좋았던 곳이었다. 숙소를 옮기고 바로 그날 동갑의 한국인 커플을 만났다. 그들 이외에는 디우에서 한국인은 구경도 못했다. 심지어 다른나라 여행자들도 서양인 노부부 서너명만 보았을 뿐이었다. 디우에 있으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들이 모이면 정말 좋은 곳이지만, 혼자 있기에는 ‘별로’라는 것이었다. 디우에 혼자 있으면 할 것 조차 없을 것 같았다.
한국인 커풀을 만난건 순전히 운이었는데 내가 머무는 숙소의 바로 앞방이 그들 방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빨리 디우를 벗어나고 싶어 했다. 좋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할 것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몇 마디를 나누다가 같이 다니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디우가 너무 재밌어서 계획보다 더 길게 디우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그들 모두 다시 아메다바드로 나가서 다른 곳 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결국 며칠 후, 아메다바드까지도 같이 이동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디우에서 했던 일은 딱히 많진 않다. 낮 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저녁 즈음에 스쿠터를 48시간 빌려서 그걸 타고 이틀간 재미나게 돌아다닌 것뿐이다.
첫 날에 스쿠터를 빌리니 벌써 해가 지려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낙조가 멋있다는 곳으로 가서 바다 끝 수평선으로 해가 지는 것을 구경했다. 아마도 그 무렵이 디우에 대한 커플의 생각이 바뀐 시점인 듯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디우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못했던 그들은 처음에 스쿠터를 하루만 빌리려 했었다. 그러나 스쿠터가 있느냐 없느냐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디우에서 이제 스쿠터를 빌렸으니 섬 반대편까지 구석구석 다닐 수 있게 되어서 훨씬 재밌을거라는 필자의 설득에 결국 이틀을 빌린 것이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그들은 디우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서 막상 떠날때가 되니 떠나기 싫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필자 또한 혼자 심심하게 다니지 않게 되었다.
 
낙조를 보고 온 우리는 저녁에 열린다는 야간 먹거리 시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중국식 볶음면인 초우면을 먹었는데 처음 먹는다는 그들은 너무 신기해했고 맛있어 했다.
디우에서 또 유명한 것은 값싼 해산물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수산물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러 9시가 넘어서야 느릿느릿 시장으로 향했다. 어디선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수산물 시장이 끝날 때 즈음에 가서 떨이로 값싸게 해산물을 사먹을 수 있다고 해서였다.
어물전같은 수산물 시장에 들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시장은 슬슬 끝나가는 듯 했다. 그러다 저 멀리서 필자를 보고 누군가가 ‘랍스터!’하며 소리쳤다. 그곳에 가 보니 어떤 아주머니께서 랍스터와 새우를 줄줄이 꺼내 보여주셨다. 아마 남은 것을 얼른 팔아버리고 갈 생각인 듯 했다. 또 한국인들이 ‘갑각류’에 ‘중독’돼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 두 종류만 꺼내보인 것 같기도 했다.
값을 흥정해보니 새우와 랍스터가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았다. 아마 떨이로 다 처분할 생각인 듯 했다. 랍스터에 관심이 없는척 하면서 새우와 번갈아가며 흥정을 하니 떨이 가격에서도 값이 점점 내려가서 결국에는 랍스터 7마리를 생각보다 싼 가격에 구입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 과일시장으로 가서 과일 몇몇 종류까지 산 후, 숙소 냉동실에 맡기고 혼자 해변도로를 마음껏 누비고 해안가에서 잠시 쉬다가 돌아왔다.
 
돌아와서 커플에게 랍스터와 과일을 보여주자 매우 좋아하며 호들갑이었다. 너무 싸게 잘 샀다며 칭찬하며, 이른 시간에 수산물시장과 과일시장을 돌아다닌데다가 꽤 멀리 떨어져있는 해안가까지 갔다왔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우리는 랍스터 조리를 부탁해서 과일과 함께 즐겼다. 다른 향신료들을 넣으면 맛이 이상해질까봐 그냥 쪄서 먹었는데도 너무 맛이 좋았다. 오랫간만에 해산물로 포식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후 디우에서는 스쿠터를 타고 섬 곳곳에 있는 해안가를 돌아다니고 섬 반대편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을 돌아다닌 정도였다. 섬에서 이름이 알려진 해안가에서 쉬면서 해수욕을 즐겼고 우연히 사람이 거의 없고 분위기도 좋은 해안가도 발견했다. 그곳은 얕은 물에 미역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는데 밟을 때마다 물컹하는 느낌이 신선하고 좋았다. 우리는 마음대로 그 해변가의 이름을 ‘미역 해변’이라고 지었고 디우에 있는 동안 몇차례 더 방문했다.
 
디우에서 또 좋았던 곳은 우리가 위치한 곳에서 완전히 반대편에 위치한 ‘바낙바라’라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그곳은 정말 작은 어촌마을이었는데, 관광 마을이 아닌 완전 시골 동네였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짭조름한 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항구로 보이는 곳에는 오래된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가이드북의 말을 인용하자면, ‘구석구석에서 생선을 말리고 있는 촌 처녀들’을 인용문구 그대로 등장해 볼 수 있었다. 관광지로의 해안 마을이 아닌 정말 현지 어촌을 방문해서 그런지 사람들도 더 순수해 보였고, 동화처럼 신기하게 다가왔다.
 
딱히 할 일 없이 섬 구석구석을 누비다보니 벌써 섬을 떠날 때가 왔다. 떠나야 할 시간이 스쿠터를 반납해야 할 시간이었다. 스쿠터로 짐까지 다 옮긴 후 반납했다. 요긴했던 스쿠터는 마지막까지 알차게 사용하고 작별한 것이다.
디우는 지형상 상대적으로 고립 되어있는 곳이라 다른 도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아메다바드나 뭄바이로 나간 후, 다른 곳으로 가야했다. 필자는 우다이뿌르로, 커플은 델리로 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같이 아메다바드로 가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메다바드 - 부즈 - 디우- 아메다바드로 이어지는 루트는 구자라트 주를 크게 한바퀴 일주한 꼴이었다.
저녁 버스를 타고 다시 아메다바드로 돌아와 그들과 작별하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고아를 떠날 때부터 디우에 도착하기까지 거의 일주일간 혼자 당일치기만 하며 힘들게 다니다가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이라 헤어질 때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곧 가게 될 우다이뿌르부터는 여행객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여행객을 또 만나리라.
 
문제는 아침 일찍 도착한 아메다바드에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까’였다. 우다이뿌르로 가는 기차는 밤 11시에나 출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도시에 있다는 큰 쇼핑몰에 가보기로 했다. 아메다바드는 인도에서 몇 안되게 미터기를 사용하는 도시라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향했다. 그런데 이 도시가 꽤나 큰데다가 역은 외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정말 한참을 달려서 도착했는데, 나온 요금을 보니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요금이 200(1루피를 한화 20원으로 환산했을 시 약 4000원)루피가 나온 것이었다. 분명히 릭샤가 이곳저곳 돌아서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직진으로만 갔는데도 이런 요금이 나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릭샤를 타면서 100루피 이상이 나온적이 없었는데,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 것은 인도에 와서 이렇게 길게 릭샤를 타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릭샤값으로 이만큼 지불할 일은 없을 듯 싶다.
 
쇼핑몰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시설이 상당히 좋았다. 한국으로 치면 백화점까지는 아닌 아울렛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이 정도도 여기서는 대단한 곳이었다. 시설 뿐만 아니라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도 우리가 아는 기업들도 많았고 먹거리 또한 맥도날드와 도미노피자처럼 유명한 체인점도 많았다. 처음에는 카페에 들어가 쉴 생각이었는데 차근차근 보니 심지어 영화관까지 있었다! 당장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인도 영화와 영화관은 역시나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3시간이 훌쩍 넘는 런타임으로 중간에 쉬는 시간이 한번 있었고, 영화 중간에 종업원들이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았고, 재미있는 장면이나 신나는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라 했다. 영화 또한 중간중간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과도한 액션 또한 여전했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단순해서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대략적인 영화 내용은 알 수 있었다. 릭샤는 비싸서 시내버스를 타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기차를 타고 우다이뿌르로 향했다.
 
※구자라트에서는 힌디가 아닌 구자라트어를 많이 쓴다. 심지어 숫자도 구자라티 숫자를 쓰는 바람에 버스 타기도 쉽지 않았는데 하도 답답해서 구자라티 숫자를 오며가며 익혀두었더니 버스 숫자를 볼 때나 노선을 확인할 때 도움이 되었다.


우다이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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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뿌르의 전경. ‘랄 가트’에서 바라본 피촐라 호수.

밤 기차를 타고 일어나니 기차는 우다이뿌르 가까이 도착을 했다. 운이 좋게도 기차의 마지막 정차역이 우다이뿌르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언제 내려야 하는지 물어보러 다닐 필요도 없어서 좋았다. 우다이뿌르에는 프리페이드 부스가 있다고 해서 내리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프리페이드 - 인도에서 릭샤의 바가지요금이 하도 심하다 보니 정부에서 내놓은 제도가 프리페이드 제도이다. 쉽게 말해 선불제인데, 프리페이드 부스에 가서 원하는 목적지를 말하면 ‘바우처’를 지급해주는데 바우처에는 목적지와 요금이 나와있다. 써있는 요금에 따라 부스에 요금을 지불 한 후, 그들이 지정해주는 릭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우처’를 릭샤꾼에게 주면 된다. 공식 요금보다 20%정도 높게 책정되어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정해서 가는 값보다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만큼 그나마 믿을만 하기도 하고 값도 저렴하기에 많이 이용한다. ‘바우처’는 목적지에 도달한 후에 릭샤꾼에게 지급할 것!
 
프리페이드 부스로 향하는 도중에 계속해서 릭샤꾼들이 와서 프리페이드가 더 비싸다며 50루피에 해줄테니 타라고 했다. 당연히 필자는 그 말을 무시하고 프리페이드 부스로 가서 숙소들이 몰려있는 ‘랄 가트’로 간다고 하니 바우처를 줬다. 그런데 바우처를 보니 62루피라고 적혀있었다. 그걸 본 릭샤꾼은 ‘내 말을 들을걸 그랬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미 발급받은 바우처를 물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릭샤를 탔다. 릭샤꾼은 나에게 왜 자신을 믿지 않느냐면서 다음부터 우다이뿌르에 올때는 프리페이드를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우다이뿌르부터는 거의 예전에 한번 가보았던 도시들이 많았기 때문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간곳을 또 가기보다는 여유롭게 다니며 가급적 못해봤던 것들을 하거나 미처 가보지 못했던 도시들을 가볼 생각이었다.
확실히 한번 와봤던 곳이라 어느 정도 길에 눈에 익었다. 그리고 숙소도 어느 곳이 저렴하면서 괜찮은지 알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우다이뿌르에는 필자가 경험해본 인도의 도미토리 중에 가장 괜찮은 축에 속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우다이뿌르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옥상 레스토랑에서 보이는 우다이뿌르만의 예쁜 야경을 보기 위함이었다. 인도스럽지 않은 저 멀리 동유럽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은 야경을 보면서 ‘언젠가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다시 와야지’하고 생각했었는데 또 다시 혼자 온 것이 약간 씁쓸하기도 했지만...
시기상으로도 2011년 8월 중순에 왔었는데 2014년 2월 중순쯤에 또 왔으니 정말 딱 2년 반만에 다시 방문한 것이었다.
우다이뿌르의 야경 역시 그때 그대로였다. 우다이뿌르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과 옥상에서 맥주를 한잔 하면서 바라보는 야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한 가지 흠이었던 점은 그 지역의 꽤나 유명한 사람이 결혼을 하는지 밤늦게까지 시끄러운 음악을 틀며 시가행진을 벌였다는 점이었다.
우다이뿌르에서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자이살메르’였다. 이 곳 또한 예전에 간 적이 있는 도시였는데 사막 낙타 사파리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예전에 방문 했을 때, 하필이면 그때 사막에 비가 내려서 결국 별도 보지 못하고 상당히 실망한 적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방문해서 낙타 사파리를 하기 위해서 가보기로 정한 것이다.

자이살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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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살메르 성 안. 성 안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있는 흔적들이 있다.

우다이뿌르에서 자이살메르로는 밤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여기서도 재미있는 일이 하나 벌어졌다. 밤 9시에 출발하는, 에어컨이 달리지 않은 사설 슬리퍼 퍼스를 예약해서 시간에 맞춰 나가있었는데 9시가 다가올 때 즈음 사설버스 여행사에서 말하길 지금 우리가 탈 버스가 오는 도중 사고가 나서 3~4시간이 연착될 것 같은데 더 늦게 올수도 있다고 하면서, 몇 시간을 기다려서 그 버스를 타던지 아니면 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에어컨 버스를 타고 가던지 선택을 하라고 했다.
대신 에어컨 버스는 개인당 300루피씩을 더 내야한다고 했다.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버스를 몇 시간동안 기다리느니 차라리 300루피씩이라도 더 내고 다른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중에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본인한테도 그런 소리를 했었는데 그냥 기다리니 얼마 안 있어 버스가 와서 탔다며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알려줬다. 인도를 다닐 만큼 다녀서 이제 사기를 당할 일도 없겠다고 생각한 필자는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역시 인도구나 하는 마음으로 웃어 넘겼다.
 
자이살메르는 인도 서쪽에 있는 조그마한 사막도시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낙타 사파리를 하기 위해 이 도시에 온다. 필자가 자이살메르가 좋은 또 한가지의 이유는 바로 자이살메르 성이다. 다른 성은 유적지의 느낌이나 그냥 한번쯤 방문해보는 곳 정도의 느낌인데 이곳의 성이 특별한 이유는 아직도 성 안에 사람들이 살기 때문이다. 또 성 안 곳곳에서 물건을 팔기도 하고 숙소도 있다. 때문에 성 안을 거닐다 보면 꼭 자기 자신이 몇 백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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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의 자이살메르 성.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 안에 숙소를 잡아보기로 했다. 또 예전에는 성 밖에 숙소에 있어봤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값도 비싸지 않았다. 성 밖과 비교해서 훨씬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했고 심지어 성 밖보다 살짝 저렴한 느낌도 있었다.
성 안의 숙소는 여러모로 좋았다.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으면 성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고 저녁을 먹을 때에는 성벽의 불빛 때문에 한층 더 멋있어 보였다.
낙타 사파리도 이번만큼은 필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대략적인 일정은 아침에 출발하여 낙타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다시 낙타를 타고 이동하여 사막 어딘가에 내린 후 각자 쉬다보면 해질 무렵이 된다. 그 후, 저녁을 먹고 치킨을 구워먹으며 캠프파이어를 하는데, 전체적인 일정은 예전과 비슷했지만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사파리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나 사막에서의 선셋과 밤하늘을 수놓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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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사파리에 참여하는 필자



조드뿌르
 
자이살메르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 흡족했던 필자는 이어 조드뿌르로 가보기로 했다. 조드뿌르는 ‘블루시티’로 유명한 곳인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파란 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동네 브라만들만 집을 파란색으로 칠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 카스트가 없어진 지금도 브라만이 아닌 사람들이 집을 파란색으로 칠하면 동네 브라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영화 ‘김종욱찾기’로 더 유명하다. 그것을 아는 조드뿌르의 인도인들은 아직도 한국인을 보면 공유나 임수정을 아냐고 되려 물어보곤 한다.
 
이번에 조드뿌르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Flyingfox(플라잉폭스)’ 때문이었다. 플라잉폭스란 장비를 착용한 후, 줄을 타고 조드뿌르의 성인 ‘메헤랑가드 성’ 주변을 도는 것인데, 사람들이 모두 너무 재밌다면서 꼭 해보라고 권해서 한번 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가본김에 조드뿌르의 성인 ‘메헤랑가드 성’에 다시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값이 2년 반 전에 비해서 너무 많이 올라가 있었다. 그때는 250루피였는데 지금은 무려 400루피로 올라 있었다. 카메라 촬영권 100루피까지 더 하면 무려 500루피였다. ‘이 돈을 주고 가본 곳을 또 봐야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그냥 내려왔다.
그리고 플라잉폭스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미처 몰랐던 메헤랑가드 성의 다른 면을 볼 수가 있었고 타는 것 자체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해질녘에 플라잉폭스를 해서 그런지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보이는 선셋이 정말 너무 멋있었다. 상대적으로 비싼 1200루피였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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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뿌르의 전경. 사진이 아닌 실제로 보면 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푸쉬카르
 
지금 필자는 현재 푸쉬카르에 있다. 예전에 ‘푸쉬카르’와 ‘자이뿌르’를 못 가봐서 미련이 남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오게 되었다. 이 곳 푸쉬카르에서 한동안 쉬다가 자이뿌르로 갈 예정인데 그 이후에 어디로 갈 지는 아직 모르겠다.
푸쉬카르도 딱히 볼 것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호수를 주변으로 수많은 ‘가트’(강가와 맞닿아 있는 계단 또는 비탈면)들이 있고 그곳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매일 벌어지는 의식들을 보고 있어도 좋다. 외국인 여행자들 중에는 이곳에서 오래 죽치고 있으면서 요가를 배우러 다니거나 승마를 배우기도 한다. 예전에 시간에 쫓겨 이곳에 오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2주 뒤에는 어디로 가 있을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필자 또한 2주 뒤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다음 2주 또한 엄청나게 빨리 지나갈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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