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알레르기, 스스로 이겨내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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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불청객 알레르기, 스스로 이겨내도록 도와주세요
  • 김지민
  • 승인 2014.03.04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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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지민 / 햇살요양병원 한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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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했던 지난 주말에는 봄기운이 감돌더군요. 앞으로 꽃샘추위가 몇 번 위세를 떨치겠지만, 본격적으로 봄의 길목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봄과 함께 오는 불청객들도 꼭 있죠. 일상에 지장을 주는 춘곤증, 꽃이 피거나 황사가 올 때마다 심해지는 알레르기 비염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바꾸어 말하면, 봄이 되며 생기는 외부의 변화에 인체가 감응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계절, 지역, 날씨가 바뀜에 따라 인체도 맞추어 변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춘곤증처럼 천시天時를 타는 질환이나 계절별 양생養生법 등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춘곤증은 겨울의 ‘수水’기운이 만물을 수렴시키다가 봄의 ‘목木’기운이 강해지면서 목木의 솟아나는 기운을 인체가 따라가지 못하여 생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춘곤증을 이기기 위한 해답도 나옵니다. 바로 에너지원,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여 인체가 봄의 약동하는 기운을 따라가게 맞추어 주면 됩니다. 이를 위해 『동의보감』에서는 봄의 생명력을 담고 있는 봄나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입맛을 회복시키는 달래(소산小蒜),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냉이(제채薺菜), 정신을 맑게 하는 씀바귀(고채苦菜) 등의 봄나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하여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비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왜 봄에 더 심해지는 것일까요? 잘 알려진 대로 꽃가루, 황사로 인한 항원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항원이 많다는 것이 모든 원인은 아닙니다.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사람의 면역시스템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주는 자율신경계(교감/부교감 신경)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정상적인 면역 기능에 필요한 과립구와 림프구의 비율은 과립구 54-60%, 림프구 35-41%인데 이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활동하거나 긴장할 때 더 많이 작용하는 교감신경은 과립구를 늘리고, 음식을 섭취하거나 휴식할 때 더 많이 작용하는 부교감 신경은 림프구를 늘립니다.

그런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져 과립구의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염증이 생기고, 림프구가 감소하므로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림프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꽃가루, 진드기, 먼지 같은 항원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꽃가루 알레르기,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증상이 생깁니다.

따라서 봄에 알레르기 질환이 심해지는 이유는 자율신경이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여 부교감 신경이 우세해짐에 따라 림프구가 증가하고, 면역 과잉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평소에도 자율 신경의 균형이 깨져있던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이 더 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에 심한 천식도 밤에 주로 활성화되는 부교감 신경이 우세해지며 늘어난 림프구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한의학에서는 주로 밤에 활발하게 오가며 몸을 지키는 ‘위기衛氣’의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한의학의 ‘기氣’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 에너지, 자율신경의 작용 등을 뜻하고, 병은 우리 몸의 기氣가 흐트러지며 시작된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양방 의사들도 임상에서 한의학을 다루는 일본에서는 ‘기氣’와 자율신경, 면역력의 관계를 백혈구 분획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약 10년 전 환자들의 과립구, 림프구 비율을 연구한 이들의 자료를 보면 과립구의 비율이 높은 교감신경 긴장형이 70%를 차지하는데, 현재는 환자의 60%가 림프구 비율이 높은 부교감 신경 우세 상태를 보입니다. 이를 보면 과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알레르기 질환(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기관지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등)이 큰 골칫거리로 부상한 것과 흐름이 같습니다. 결국 알레르기 질환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흔들린 자율신경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꾸준히 열 손가락의 손톱 뿌리 부분을 손톱으로 꽉 눌러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손톱 뿌리 부분에는 신경 섬유가 모여 있어 그 부분에 아픔을 느낄 정도로 강한 자극을 주면, 그것이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자율신경 균형을 잡고 면역력을 증강시킵니다. 이는 환자가 감기에 걸렸을 때 한의사들이 언뜻 보기에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손끝, 발끝에 아프게 침을 놓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한의학에서 손톱뿌리에 위치한 이 혈자리들을 ‘정혈井穴’이라고 하는데, 기氣를 조절하는 경락의 시작과 끝점이라 효과도 강력합니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아토피, 천식, 류머티즘 등의 면역 질환에는 한의학에서 면역 기능을 주재하는 장부인 ‘폐肺’ 경락의 정혈인 ‘소상少商’혈(엄지 손톱 뿌리 바깥)을 중점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독소를 배출하려는 몸의 자연스러운 면역 작용으로 나타나는 기침, 콧물 등이 불편하고 보기 싫다고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에 쉽게 의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죠. 피부는 가장 효과적으로 면역, 배설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며, 봄은 배설을 촉진하는 부교감 신경이 자연스럽게 우세해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간헐적 단식과 운동, 목욕을 통해 소화 흡수 기능을 쉬게 하고 배설 기능을 촉진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체온이 1℃ 내려가면 면역력은 30%나 떨어지는데, 운동은 체온을 올려 면역력을 증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항 알레르기 작용이 있는 영지靈芝, 폐를 건강하게 하여 면역력을 증강하고 과민반응을 막는 살구씨(행인杏仁), 도라지(길경桔梗) 등을 물에 달여 차처럼 드셔도 좋습니다. 단 음식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깨기 쉽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 굳이 자세히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

 

오늘부터 자연과 인체의 섭리를 잘 이용하여 스스로 자신의 몸이 병을 이겨내도록 봄철 건강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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