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가 학교폭력 해결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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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가 학교폭력 해결책인가?
  • 김진숙
  • 승인 2014.03.12 06: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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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인천교육 미래찾기(44)

주홍글씨가 학교폭력 해결책인가?

김진숙(인천교육연구소, 인천남동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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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교육부는 2012년 1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지침’을 전국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내려보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했다. 현재 다소 개선된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 중 ‘서면사과, 학교 내 봉사,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급교체’는 기재했다가 졸업 직후에 삭제하고,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전학, 퇴학’은 기재한 후에 졸업 후 5년간 보존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학생들의 미래에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어 비교육적이며 폭력적인 조치라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교과부는 그대로 강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조치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대학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으로 낙인이 될 수 있어 과도하다며 이를 수정할 것을 권고하였지만,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


경기도와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위헌적, 위법적 요소가 있으며 인권위의 권고와 다르므로, 관할 학교에 당분간 따르지 말도록 지시했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은 “교육은 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성숙한 어른들이 돕는 일입니다. 잘못에 명백한 책임을 묻는 일과 함께 관용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성찰과 재기의 기회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제공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나, 장래의 기회까지 박탈하거나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또 다른 폭력이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학생부 기재는 교육적으로 용납하기가 어려우므로 교육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아이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교육공무원 49명에 대해 징계를 강행했고, 전라북도·경기도교육감은 "소속 공무원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징계는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12월 26일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아무 죄도 없이 교육감의 뜻을 따랐던 사람들이 징계를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감의 위상이 얼마나 무너질지, 자신으로 인해 징계를 받게 된 사람들을 바라볼 교육감의 처지가 얼마나 난감할지는 쉽게 상상이 된다.


얼마 전 새누리당이 교육감 임명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임명제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근거를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그 의도가 순수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여론이 많다. 혹시 교육 정책을 일방적으로 주물러왔던 교육부의 행보에 방해가 되는 진보 교육감들을 치우고 싶은 의도를 이런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학생 자치를 말하는 시대에 교육 자치에 위기가 오고 있는,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가는 일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어 심히 개탄스럽다.


교육부의 조치는 학교폭력문제 해결에 효과가 없다!


교육부에서 이토록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학교폭력에 엄중 대처하고 학교폭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과연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및 분석결과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분석결과가 있다. 정진후 국회의원이 1월 2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3년 상반기 학생 1만 명 당 월평균 학교폭력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 정보를 학교생활 기록부에 기재한 지역보다 기재하지 않은 지역에서 학생폭력 건수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보류?거부해서 교육부의 특정감사를 받은 경기?전북?강원 세 지역의 경우에 학교폭력 발생률이 50.3% 감소하여, 나머지 지역의 평균 감소율 31.8%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든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학교생활 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한 교육부 지침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라 할 것이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에 대해 정 의원이 발의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에서는 ‘피해학생과 분리하는 조치를 받는 가해 유형에 한해서 학생부에 기재하며, 기재한 사항은 교사의 학생교육에만 활용하도록 해 졸업 후 진학이나 취업 시 자료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고 학생의 장래 신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 의원은 ‘교육적 차원의 활용을 위해 중간삭제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의 지침과 정진후 의원의 개정안 중 어느 쪽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목적은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지 가해학생들에게 낙인을 찍으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귀머거리 교육부의 위험한 지침


교육부는 “학교폭력의 해법은 현장에 있다는 원칙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현장과 소통하여 학교 현장의 변화와 노력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며,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 라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로서 필자가 체감하고 있는 교육부의 조치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현장과 소통하기는커녕 철저히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폭력적인 조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학교 현장의 어떤 목소리도 귀담아 듣지 않고, 현장의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행해지는 정책을 언제쯤 멈출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며 교사와 학생을 상대로 행해지는 이러한 비교육적 조치는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해결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도 없이,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는 학생들의 미래에 낙인을 찍는 이런 방식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전과 사실을 기록한다고 해서 범죄율이 줄거나 범죄가 예방되지는 않는다. 학교폭력문제는 마치 가해학생에 대해 협박을 하거나 보복을 하듯 행해지는 이러한 조치로 인해서 해결되거나 예방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혹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진지한 해법을 찾기 보다는 이런 극약 처방의 방식을 통해 ‘우리는 이 정도의 강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고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별 효과도 없는 극약처방은 학교폭력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한 채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독약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문제, 제대로 된 해결책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가해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가해 학생들을 감싸고 가해 학생들의 인권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가해 학생들의 엄중한 처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가해 학생들도 학생인 이상 처벌 역시 교육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 교육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의 미래에 낙인을 찍는 방식은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교폭력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는 조치임을 말하고 싶다.


최근 이번 조치에 불복한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교장을 상대로 교육청에 줄줄이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하기 보다는 생기부에 기재됨으로써 미래를 망친다는 생각에 절박해져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을 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만일 학생부 기재 이후에 ‘이미 버린 몸’이라는 절망감에 더욱 폭력적이 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재발 시에는 가중처벌을 하겠다고 하지만, 피해 학생은 이미 고통을 당한 후가 된다. 게다가 학교폭력은 사회폭력으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학교폭력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심각하다. 폭력의 내용이나 수준에 있어서도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까지 증가하고 있어 피해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평생 겪어야 하는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여서 교사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은 반드시 학교에서 사라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은 예방적 차원의 해결책이 가장 우선이다. 일단 발생하고 난 뒤에는 이미 피해자는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원인부터 바로 잡아야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 가해자 한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질환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원인이 아니고,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이에 반해 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을 ‘원인요법’이라고 한다. 대증요법처럼 위험한 치료도 없다. 언제까지 암환자에게 진통제나 주는 식의 처방으로 교육을 병들게 할 것인가. 제대로 된 교육정책은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


교육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교육자치와 학생자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자치’에 가능성을 두고 학교폭력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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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규 2014-03-12 15:53:34
교육에 대한 정의는 해변가의 모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하지만 교육행위가 추구하는 가치는 '현재' 보다는 '미래 행복을 위한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할 때, 피교육자 존중보다는 단련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역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성장과정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한 인물들입니다. 참교육은 '진실이 결여된 허깨비 사랑이 아니라, 눈물 속에 매을 든 어머니의 아픔. 이라는 사실 필자에게 새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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