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관이 있다!
상태바
동검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관이 있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3.26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장 없는 강화도에, 'DRFA 365 예술극장' 문을 연 유상욱 대표를 만나다
_P1W5653.jpg
 
 
강화도 동검도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관을 만날 수 있다. 창 밖으로 너른 강화갯벌과 갈대숲이 보이고, 음악과 영화가 있고 따뜻한 차가 있는 곳이다. 문을 연 지 넉 달 된 ‘DRFA 365 예술극장’. 만약 승용차로 간다면, 초지대교를 건너 왼쪽 동검도 방향으로 5분가량 달리면 나온다.
 
극장 이름 가운데 DRFA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필름 아카이브(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의 약자로, 분실되고 사라져가는 세계의 고전을 찾아서 복원하고 관객에게 소개하고 상영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극장의 주인장 유상욱 씨는 ‘조나단 유’라는 영화 이름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우리 극장은 1999년 동호회 형식으로 발족했으며, 현재 회원은 3천명이 넘는다. 시나리오 수강생들이 꼭 봐야 할 소중한 고전들이 분실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안타까워하던 차에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극장을 열게 된 동기를 소개한 유 대표는  “시나리오 스쿨과 DRFA는 힘을 합쳐 전 세계의 고전, 예술, 작가주의 영화를 찾아서 복원하려는 취지로 몇몇 회원이 십시일반 힘을 모았다”고 설립 과정을 전했다. 'DRFA 365 예술극장'은 1년 내내 상영하며, 관객석은 35석으로 아담하다.
 
오후 3시가 되자, 커튼이 쳐지고 마침내 영화가 시작될 참이다. 어떤 영화가 나올까, 생각할 즈음 주인장이 악보를 꺼내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오늘의 영화 <끝없는 노래> 주제곡을 연주한다.
 
평일이라 관람객은 딱 네명. 유 대표는 영화상영에 앞서 관객들에게 극장을 소개했다. “반갑다. 극장 문을 연 지 백일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다녀간 분이 참 많다. 며칠 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현 대통령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께서 극장을 다녀갔다. 내가 20대 젊은 시절에 거제도에서 방황하던 어느 날 신문을 펼쳤더니, 시나리오 공모전을 하더라. 상금은 그 당시 아파트 두 채 값이었다. 거기에 응모해 당선됐다. 그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신 분이 바로 김동호 감독님이었다. 세월이 지나 극장 주인과 위원장이 되어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_P1W5826.jpg
'DRFA 365 예술극장' 바로 앞으로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는 예술극장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극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 많다. 그런데 현재 강화도에는 극장이 없다. 예술극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강화군에서도 우리 극장을 활성화하려고 관심을 갖고 있다. 여러분이 계속 관심을 가지면 감사하겠다. 제 목표가 위대한 영화감독들의 영화를 다 상영하는 것, 그게 꿈이다. 안타깝게도 여러모로 상당히 힘들다. 필름 구하기도 힘들고, 국내에 DVD로도 나와 있지 않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자주 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극장 문을 열고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오시는 분도 계시다. 스와니강의 일대기, 슈만과 클라라도 있었고, 요한 스트라우스도 있었고… 보신 분들이 참 좋아하신다.”
 
“오늘 볼 영화는 구하기도 힘들던, 음악가 리스트의 일대기에 관한 영화다. 여기에 리스트 음악이 다 나온다. 음악을 즐기려는 분한테는 무척 좋을 것이다. 사운드가 음악실에 앉아있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다. 영화상영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바로 시작하겠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유 대표를 만나 'DRFA 365 예술극장'에 대해 들어봤다.
 
-명함에 ‘시나리오 스쿨’이라고 써 있는데, 이곳에서 시나리오 수업도 하는가.
“우리 극장이 생긴 지 백일하고 삼주 됐다. 11월 14일에 문을 열었다. 매달 첫째주 월요일에는 시나리오 스쿨도 연다. 시나리오 배우는 거다. 순천에서 오는 분도 있고, 관심있는 분이 많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하는데, 1년에 자기만의 시나리오 작품 한 편을 끝내는 게 목표다.”
“시나리오를 배운 적이 없어도 쓸 수 있다. 모두 초보자들이 시작하고, 원래 했는데 여기서 이어서 하는 것이다. 수강료는 10만원부터 3만원까지며, 회원으로 가입해서 게시판 활동을 하면 등급이 계속 올라간다. 6등급은 3만원, 9등급은 10만원, 8등급은 계속 2만원씩 깎여나간다. 지금 열다섯명 정도 수업을 듣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 짱이다.(웃음)”
 
-몇 달 전에 현재는 강화도에 극장이 없고, 올 가을에 다시 문을 연다고 썼다.(본지 1월 23일자 ‘23년 만에 다시 극장 생기는 강화도’) 그때도 여기 ‘DRFA 365 예술극장’이 있었던 것인데, 없다고 써서 미안하다. 이렇게 동검도에 극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동검도에 극장을 세우게 된 까닭이 있는지 궁금하다.
“부지 후보지가 자연친화적이어야 하고, 사람들이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힐링할 수 있는 곳이 0순위였다. 그런 곳을 찾다보니 여기가 적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걱정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 할 거니까, 괜찮다고 결정해서 정했다. 동검도는 강화도 초입인데, 동검도가 있는지 모르는 분이 많다.”
 
-서검도라는 곳도 있다. 석모도에서 배를 타고 가는 아주 작은 섬이다.
“서검도라는 섬이 있는지 몰랐다. 우리가 처음에는 석모도를 후보 1위로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 여기로 결정했다. 제2극장은 서검도로 해야할지 생각해봐야겠다.(웃음)”
 
-극장을 문 연 지 백일이 지났다고 했는데, 관람객은 많이 오나.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찾아오신다. 사실 이곳에 문을 열면서 무척 걱정했다. 다행히 현재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거의 매진이다. 예약이 꽉 찬다.”
 
-극장을 한 번 와보면 당연히 또 올 것 같다. 주변 경치도 멋있고, 보고 싶던 예술영화도 있고, 맛있는 커피도 있으니 하루 정도 나들이로는 금상첨화다. 영화를 선정할 때 무슨 기준이 따로 있나.
“영화 선정은 저희 영화위원회들이 ‘이런 영화는 꼭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들이 뽑힌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회원들이 직접 저작권을 해결하러 다니고, 다행히 해결하면 상영하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영화를 보게 된다.”
 
-평일에는 관람객이 별로 오지 않을 텐데, 극장을 운영하는 데 괜찮은가.
“현재로서는 그게 걱정이다. 평일에는 몇 명이 안 돼 아직까지 인건비는 해결 못하고 있다. 겨우 현상유지 정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4월부터 주말에는 세 번 상영할 것이다. 낮 12시, 오후 3시 7시… 관람객들이 어느 정도 오는지 보고 반응이 좋으면 평일에도 더 상영할 생각이다.”
 
 
_P1W5879.jpg
예술영화 한 편 1500원, 커피 4500원, 6천원이면 기분좋은 휴식을 할 수 있다.
 
 
-동검도까지 와서 영화를 보는 관람객은 영화에 대해 관심이 많을 것 같다. 그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
“‘행복하다’고 하신다. 세상에 이런 영화가 있었나, 하면서 영화에 대해 감동을 받는 분이 많다. 그러면서 번역하느라 애썼다고 말씀해주신다. 사실 우리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우리 회원이 번역하는 것이다. 자원봉사로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다. 리스닝으로 들어야 하는 것은 미국에 있는 회원 분이 해주신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번역자들이 다 나와 있고, 그 분들이 그때그때 해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관 밖에서도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홈페이지 도서관에 가면 영화가 1만2천편 있다. 극장은 동검도에 있지만, 상영할 영화들을 자기들이 구입해서 저작권 해결도 하고 번역까지 하는 것이다. 그분들은 당연히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삶의 낙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영화 관람료는 얼마인가.
“한 번 온 분들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 극장에 오는 분들은 최상의 관람객이다. 영화를 보면서 조용한 것은 기본이고 남을 배려하는 게 몸에 밴 분들이다. 한마디로 고급관람객들이다. 현재는 중년분들이 많이 온다. 옛날 영화를 그리워하는 올드팬들이 오는데, 거리가 머니까 한 분이 희생해서 운전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커피 값은 4500원이고, 영화 보는 값은 1500원, 6천원이면 힐링이 된다.(웃음)”
 
-현재 시나리오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또 다른 강좌를 열 계획이 있나.
“유명한 감독들을 초청해서 ‘감독과의 대화’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 그 분의 대표작을 보면서, 그분의 영화 이야기를 듣는다면 영화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극장 위치부터 다른 곳과는 차별이 많이 된다. 영화 상영하면서 피아노 연주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화 상영 전에 그 영화의 주제음악을 연주하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서 들려드리는 게 우리 극장의 특이한 점이다. 다른 영화관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예술영화가 소멸되고 각박한 흥행논리가 극장을 지배하고 ldT는 21세기에 DRFA 365 예술극장은 다양한 예술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소통의 장소가 되도록 프로그램 하나마다 신경을 쓸 것이다. 앞으로는 제2극장을 세우고, 작가들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업공간도 만들고 싶다.”
“계속 이 라인을 영화의 거리도 만들 것이다. 한국 감독들에 대한 박물관도 만들 것이다. 동검도에 가면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이 있다고 여기게 만들 것이다. 회원들이 벌써 극장 옆으로 땅을 샀다. 레지던시도 만들어 작가들이 글을 쓰러 오게도 할 것이다. 이 거리는 5년 안에 영화의 거리가 될 것이다.”
 
-현재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시나 군에 바라는 점은.
“극장으로 들어오는 도로 진입로가 잘 정비되면 좋겠다. 또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관람객들을 위해서 가로등 몇 개 설치해서 환하게 비춰줬으면 좋겠다. 현재는 우리 전기로만 밖을 밝히고 있다. 여름이면 영화 보고 가는 분들이 어둡지 않게 해야 한다.”
“영화에 대해 의식 있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 회원들이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5년 후에는 틀림없이 이 거리가 복잡해지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많이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단발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현재 매달 둘째 주에는 영화평론가들에게는 잘 알려있지 않은 감독들의 영화를 세 편씩 상영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이다. 많이 홍보해달라.(웃음)”
 
‘DRFA 365 예술극장’ 문의: 070-7784-755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