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술을 위한 엔진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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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예술을 위한 엔진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4.0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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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예총 김재열 회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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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인천광역시연합회 11대 회장에 김재열 현 회장이 연임으로 당선됐다. 김재열 회장은 앞으로 4년간 또 한 번 한국예총 인천시연합회를 맡아 일하게 된다. 봄빛이 완연한 수봉산 자락 문화회관에서 김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을 들어봤다.


- 이런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도 될지 모르겠다. 이번 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협회 회원들의 관심이 높았던 걸로 알고 있다. 최병국 후보자와 선거를 치른 소감이 어떤가.

예상보다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불안하지는 않았다. (당선)될 거라고 생각했다. 기대감이 없었다면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4년 동안 해온 일에 크게 문제될 만한 게 없었다. 가능성도 봤고 예총의 위상도 다소 회복됐다.

지금까지는 후보자가 같은 협회에서 나온 적이 없다. 예총에 9개 협회가 있는데 보통은 다른 협회끼리 경쟁한다. 그래서 선거 날 미술협회에서 두 명이 나와 싸우는 게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얘기한 거다.

보통은 선배가 한다고 하면 (후배가) 양보하거나 원로 분들이 모여서 정리를 해주는데, 이번에는 그게 잘 안 됐다. 그래도 큰 트러블 없이 잘 끝났다고 생각한다.


- “싸움구경 하려고 왔는데 후보자들이 점잖아서 재미없다”고 농담처럼 얘기하는 걸 들었다.

내가 점잖아서 그랬나 보다.(웃음)


- 공약에 대해 물어보겠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메세나법이 통과됐다. 예총에서 ‘메세나추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메세나가 화두가 많이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서울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은 더 열악한 것이 신도시에 바이오산업이 들어오고, 공단도 있지만 솔직히 아무 성과가 없다. 기업이 왜 예술단체나 메세나를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CEO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예술(하는 사람)이 어려워서 도와주는 걸로 생각한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예술가와 같이 공존하는 것, 윈윈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하는 분들 중에 예술가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케이스가 있다. 정말 좋은 기업을 하려면 문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문화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과욕을 해서라도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가 힘들다면 다음 해라도 해서 한두 개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사업단과 기획단을 마련해서 사업단은 예총의 수입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뱅크, 기획단은 아이디어를 현장에 펼치는 일꾼으로 만든다고 했다. 행정과 기획, 마케팅을 함께 이루는 드림팀 구상안에 대해 말해 달라.

시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가 많다. 요새 젊은 학생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 사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전통예술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획,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원회를 만들어서 수요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업단과 기획단을 조직하겠다고 얘기한 거다.


- 내세운 열 개의 공약 중 어떤 게 가장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나.

어렵다기보다 재정적인 문제가 크다. 첫 번째 공약에 올린 ‘문화상 상금 부활’ 같은 경우 2005년부터 갑자기 상금도 없어지고 시상식을 다른 시민상이나 봉사상과 합쳐서 진행했다. 문화상은 인천시에서 주는 상 중에 가장 격이 높은 것이다. 예전에는 소극장에서 수상자 부부와 가족들을 무대에 함께 모셔서 공연도 하고 그랬다. 지금은 몇 십 명씩 줄 세워서 예행연습하고 시상하는데 격이 그게 아니다.

그동안 몇 차례 글도 쓰고 진정도 해서 작년에 처음으로 분리 시상을 했다. 부산 같은 경우 별도로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선거법에 저촉이 없도록 하고 상금도 1천만 원을 준다. 인천광역시도 그 정도는 돼야 한다.


- ‘인천예술 70년사’는 언제 발간되는지.

지난번에 공약한 사안이다. 예산이 확보 돼서 지금 집필 중에 있다. 10월경 천 페이지 이상의 두꺼운 자료집이 나올 것 같다. 각 협회의 귀중한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술 50년사’는 이미 있다. 인천이 광역시로 승격된 뒤 이십 년 남짓의 역사가 중요하지 않나. 그걸 담아서 ‘70년사’ 작업을 하고 있는 거다.


- 정견발표 때 지난 4년간 철학이 다른 인천시장을 만나서 힘든 점이 많았다고 말씀하셨다. 예산도 반토막 났다고 하셨는데.

예총은 전통을 지키며 여기까지 왔다. 야당 시장이 당선됨으로써, 문화재단이나 민예총처럼 좌 편향된 분들이랄지, 진보적인 분들이 득세를 하는 것에 우리가 피해의식이 있었다.


- 인천문화재단 이사도 맡고 계신데.

예총 회장은 당연직으로 들어가는 거다. 임기 두 번이면 끝이다. 가끔 행사는 참여하지만 이사로서 소통하는 일은 거의 없다.


- 지난 1월, 인천문화재단 처벌 대책 마련을 촉구하셨는데.

문화재단이 감사에서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별다른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다. 2012년도에 머리에 띠를 두르고 문화재단 성토를 했다. 전 협회가 모여 시청 기자실에서 회견도 가졌다. 재단은 우리 기관이 매 해 전통적으로 하는 행사에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문화재단 측에서는 예총을 과거부터 뭔가를 가져왔던 기득권자로 보는 시각이 있고, 예총에서는 문화재단의 심사 잣대가 들쑥날쑥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 9개 협회를 전부 관리하려면 만만치 않겠다.

스스로 예술 총수, 문화의 수장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뛰고 있다.


- 지난 연말에는 ‘개항장 인천의 풍광’이라는 타이틀로 수채화 전시회를 했다. 반응이 어땠나.

총수가 오피셜해 보이고, 많은 분들이 예술 활동을 할까 하시는데, 나는 화가다. 예술가다. 역사적인 것들, 이를 테면 인천대교, 차이나타운, 짜장면 박물관 앞 길, 답동성당 등 인천의 근대 풍경을 스케치했다. 2주 계획이었는데 연장해서 45일간 전시가 이어졌다. 인터넷 매체나 티브로드 방송에서 인터뷰도 하고 성황리에 마쳤다.

화가로서 개인전을 14번하고, 수채화 번역 책도 냈다.


-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건축과 환경을 전공했는데.

건축은 종합예술 아니냐. 우리 때는 건축미술과였다. 건축도 하고 미술도 했다.


김재열 회장은 바쁘다. 또 부지런하다. 예총 회장으로, 화가로, 또 디자인과 교수로도 고군분투 중이다. 조만간 남인천 방송에서 ‘인천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천을 두루두루 소개하고 알리는 동시에 현장에서 직접 스케치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확답은 안 했지만 도전하고 싶은 장르이긴 하다.

예총 회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4년간 김 회장의 책상에는 명패가 없었다.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인천 예술인 모두의 표상이자 자존심의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의 4년도 개인의 권위보다는 인천의 문화를 살리고 예술인의 자존심과 품격을 살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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